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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THEME INTERVIEW] 인간 아닌 인간 김찬호 [No.190]

글 |안세영 사진제공 |알앤디웍스 · HJ컬처 · 파파프로덕션 2019-07-29 6,683

인간 아닌 인간 김찬호

 

인간 아닌 캐릭터로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 소위 ‘낫닝겐’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찬호!  그와 그가 연기한 여섯 명의 낫닝겐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았다. 

* 이 기사는 김찬호 배우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색했습니다. 

 

2014년 2016년 <살리에르> 젤라스

2016년 <더맨인더홀> 늑대

2017년 2018년 <록키호러쇼> 리프라프

2018년 <마마, 돈 크라이> 드라큘라 백작

2018년 <더 데빌> X-블랙

2019년 <록키호러쇼> 프랑큰 퍼터

 


 

프랑큰 퍼터_ 뭐야. 파티라더니 죄다 우중충한 애들만 모아놨어. 돌아갈래. 잠깐, 쟤 괜찮은데. 거기 너. 말해 봐. 혹시 문신한 거 있어? 

백작_ 나 말인가?

프랑큰 퍼터_ 그래. 어디서 왔어? 이름이 뭐야?

백작_ 난 트란실바니아 출신의 드라큘라 백작이네. 거기 산 건 까마득히 먼 옛날 일이지만. 

리프라프_ 트란실바니아! 내 고향! 

프랑큰 퍼터_ 멍청아, 우리 은하계를 말하는 게 아냐. 기억난다, 당신에 대한 영화를 본 적이 있어! 영화 속에서 당신이 망토를 입고 등장하는 순간 눈물을 흘렸지. 나도 그렇게 입고 싶어서. 그래서 비슷한 걸 하나 장만했는데… 리프라프, 내 망토 가져와!

리프라프_ 예, 주인님…… 아니, 난 이제 더 이상 네 하인이 아니야! 

백작_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이 나에 대해 떠드는 소문은 실제 나와는 차이가 있어. 그런데 너희는 인간이 아닌 것 같군. 지구에는 왜 온 거지?

프랑큰 퍼터_ 한심한 지구인들에게 쾌락이 뭔지 좀 가르쳐주려고 했지. 꿈꾸지 말고 꿈이 돼라! 다 같이 느끼고 즐기자는 좋은 의도였는데, 이 멍청이가 날 죽이는 바람에 다 망쳤어. 너 꼭 그래야만 했냐?

리프라프_ 넌 나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았잖아!

프랑큰 퍼터_ 동료 같은 소리 하네. 너는 내 밑이야. 

백작_ 당신을 죽여준 친구가 있다니 부럽군. 나도 누군가 날 죽여줄 거라 기대한 적이 있었지. 

프랑큰 퍼터_ 아깝게 죽긴 왜 죽어. 이렇게 잘났는데. 근데 좀… 말랐네? 근육만 좀 붙으면 딱 좋겠는데. 나랑 일주일만 살아볼래? 내가 남자로 만들어줄게. 

백작_ 사양하지. 여자든 남자든 날 사랑하는 자라면 질리도록 만났어. 사랑보다는 빨리 이 지루한 삶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릴 뿐이야. 벌써 달이 떴군. 날 이 영원한 고통 속에 밀어 넣은 달. 그런데 저자는 왜 달을 향해 울고 있는 거지? 

늑대_ 달을 보면 하루가 떠올라. 달빛 아래 하루와 내가 하나가 된 아름다운 순간이. 하루가 여기 있는 날 잊지 않도록 노래해야 해. 우우우우~ 

백작_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달은 네 생각처럼 아름답기만 한 존재는 아니야. 

늑대_ 난 하루 안에 있었어. 굴속에 깊숙이 숨어 있었지. 하루가 날 발견하지 못할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걸 알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 

백작_ 말이 안 통하는군.

젤라스_ 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살리에르 선생님이 절 봐주지 않아서 외로웠거든요. 전 선생님을 쭉 지켜봤는데 말이에요. 아니, 사실 선생님도 절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한 거예요. 그러니까 화가 안 나겠어요? 질투하고 있으면서 왜 인정하지 않는 거죠? 

늑대_ 하루는 누군가를 죽이길 원했을 때 비로소 날 발견했어. 난 하루를 도와줬지. 

젤라스_ 맞아요. 전 선생님을 도운 거예요. 선생님도 모차르트가 죽기를 원했으면서 끝까지 아닌 척하면서 절 부정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제 행동은 틀리지 않았어요. 전 지금도 제가 옳았다고 믿어요. 


 

백작_ 인간들은 참 쉽게도 죽는군. 난 수도 없이 실패했는데 말이야. 프로페서V라면 날 죽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그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 

X-블랙_ 인간과의 거래는 늘 생각처럼 되지 않지. 나도 존을 만났을 때는 이번에야말로 X-화이트를 이길 줄 알았는데.

백작_ 넌 누구지? 저 검은 옷 입은 남자애랑 아는 사인가?

X-블랙_ 젤라스랑 같은 부류로 묶이고 싶진 않은데. 난 인간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거든. 내 역할은 사과를 건네주는 것까지야. 그 사과를 먹을지 말지는 그들이 선택하는 거지. 

백작_ 흠, 보아하니 당신이 말로만 듣던 그 악마인가 보군.

X-블랙_ 내가? 난 X-화이트와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뿐이야. 한번 잘 생각해 봐. X-화이트의 말을 듣는 것과 내 말을 듣는 것, 뭐가 더 이로울지. 어리석게도 존은 결국 X-화이트에게 넘어갔지만. 멍청한 것. 인간들은 정말 어리석어. 

백작_ 난 프로페서V를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어. 결국 나와 똑같은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이렇게 된 이상 둘이서 사이좋게 영생을 살아가는 수밖에. 

X-블랙_ 난 아직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어. 이제 그만 떠나야겠군. X-화이트와 게임을 이어가려면 또 다른 인간을 찾아야 하니까. 

백작_ 같이 나가지.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마주칠 듯하니 이참에 프로페서V도 소개해 줄게. 

프랑큰 퍼터_ 둘이서 무슨 은밀한 얘길 나누는 거야? 그나저나 내 하인 못 봤어?

X-블랙_ 리프라프라면 아까 늑대를 끌고 나가던데. ‘물어!’라고 외치면서. 

프랑큰 퍼터_ 흥, 드디어 자기 똘마니를 구했나 보지. 

젤라스_ 뭐야, 늑대 갔어요? 유일하게 말이 좀 통한다 싶었는데.

프랑큰 퍼터_ 얜 누구야. 좀 예쁘게 생겼네? 혹시 문신한 거 있어?

젤라스_ 으아악! 이 미친놈은 뭐야! 

김찬호_ 이런, 제가 너무 늦게 도착했죠. 다들 벌써 간 거예요? 젤라스는 왜 뛰쳐나가요?

프랑큰 퍼터_ 내 도끼 좀 가져와. 저 꼬맹이 없애버리게. 

김찬호_ 으악, 하지 마요! 젤라스랑 꼭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 최근에 젤라스가 살리에르의 질투만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질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기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프랑큰 퍼터_ 그런 애송이 얘기는 됐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은 안 오는 거야? 그에게서 생명 창조의 비법을 들으러 왔다고.

김찬호_ 그 친구랑은 아직 면식이 없어서요. 다음에는 이 자리에 함께 초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랑 원고지K도요!  



 

INTERVIEW

‘낫닝겐’이라는 별명에 대해 언제 알게 됐나요?

2017년 토크 콘서트 <송포유>에 출연했을 때 MC를 맡은 송용진 형이 얘기해 줘서 처음 알았어요. 인간 아닌 역할들을 많이 맡고, 또 그런 역할이 어울려서 생긴 별명이라고요. 흠, 저 되게 인간적인 사람인데.
 

인간 아닌 역할을 연기할 때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하나요?

인간 아닌 역할을 연기하는 데는 정답이 없잖아요.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정형화된 이미지를 연기하려고 하진 않고, 최대한 대본 안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해요. 예컨대 질투를 의인화한 젤라스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포악한 이미지 대신 미소년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릇된 행동을 하지만 자기가 옳다고 믿는 순수한 아이 같은 느낌으로요.
 

뱀파이어, 악마, 외계인 같은 특이한 존재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다른 작품이 있나요?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을 연기할 때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더데빌>의 X-블랙을 연기할 때는 비슷한 내용의 영화인 <데블스 에드버킷>의 알 파치노 연기를 참고했고요. 리프라프는 영화 <록키호러픽쳐쇼>에서 음산하고 나른한 느낌으로 나오는데, 저는 그보다 통통 튀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젤라스나 늑대 같은 제2의 자아를 연기할 때, 본체와 닮아 보이도록 연기하나요?

그렇죠. 살리에르가 확고한 신념을 지닌 올곧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탄생한 젤라스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옳다고 확신하는 성격으로 풀어냈어요. 늑대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최대한 아름답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본체인 하루가 착하고 여린 성격이라 노래도 아름답게 부르거든요.
 

지금 연기하고 있는 프랑큰 퍼터는 어떤 면을 살리고 싶어요?

트랜스섹슈얼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목소리도 여성이나 남성으로 딱 구분되지 않도록 가느다란 목소리와 두꺼운 목소리를 번갈아 내면서 프랑큰 퍼터 안의 여러 가지 자아를 표현하려고 했죠. 다른 프랑큰 퍼터보다 히스테릭한 느낌을 주지 않나 싶어요. 최근 부쩍 프랑큰 퍼터나 니진스키처럼 비중이 큰 주인공을 맡게 됐어요.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지만, 2시간 반 동안 무대에서 최대한 그 인물로 살아 있는 데 집중하려고요. 요즘은 무대에 서는 하루하루가 재밌고 행복해요. 
 

낫닝겐 캐릭터의 독특한 비주얼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나요? 

늑대는 첫 등장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렌즈를 착용했어요. 그것도 오드아이로요. 하루와 만나서 완전체가 되지 않았다는 걸 표현한 거죠. 그때 렌즈를 처음 껴봐서 눈이 고생했어요. X-블랙은 악마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붉은 렌즈를 꼈는데, 연기 도중에 계속 빠져서 나중에는 그냥 맨눈으로 했습니다. 프랑큰 퍼터는 제 배우 인생 최고로 분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역할이에요. 분장을 지우는 시간도 제일 오래 걸려요. 머리를 다섯 번씩 감아야 하거든요! 속눈썹도 이 역할 때문에 처음 붙여봤어요. 그리고 체중도 감량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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