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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마리 퀴리> 폴란드에 울려 퍼진 한국 뮤지컬 [No.215]

글 |김소향(배우) 사진 |라이브 2022-10-13 785

<마리 퀴리>
폴란드에 울려 퍼진 한국 뮤지컬

 

폴란드 출신 과학자 마리 퀴리의 이야기를 그린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가 지난 7월 폴란드 음악 페스티벌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었다. 바르샤바를 찾은 <마리 퀴리> 창작진과 출연진은 현지에서 갈라 콘서트 외에도 마리 퀴리 박물관 콘서트, 공연 실황 영상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초연부터 마리 퀴리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소향이 바르샤바에서 경험한 감동의 순간을 기록했다.

 

 

7월 1일 - 폴란드 바르샤바 도착
“나중에 폴란드 가서 공연하면 진짜 좋겠다.” 공연을 준비하며 농담처럼 자주 했던 이야기다. 계속 말하다 보니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걸까? 폴란드 문화예술 축제인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마리 퀴리> 공연 팀을 공식 초청했다. 한국은 이번 페스티벌의 주빈국인데, 유럽 연합에 속하지 않은 국가가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한국 문화를 대표하여 <마리 퀴리>를 소개한다니 너무나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년 7월 1일 오전 9시, 인천공항에 집결한 우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하늘길의 노선이 바뀌어 13시간을 날아 마리 퀴리의 고향 폴란드에 도착했다. 긴 시간 비행한 탓에 피곤했지만 <마리 퀴리>의 가사처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내 눈에 펼쳐진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바르샤바 시내를 걸으며 작지만 활기찬 이 도시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꼈다.

 

 

7월 2일 - 마리 퀴리 박물관 미니 콘서트
둘째 날,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예쁜 골목에 자리한 ‘마리 퀴리 박물관’을 방문했다. 마리 퀴리가 태어난 생가를 개조한 이곳은 그녀가 사용한 책, 펜, 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어, 마치 그녀의 인생이 압축된 장소 같았다. 마리 퀴리가 실제로 입있던 옷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 공연 의상과 굉장히 비슷해서 놀랐다. 가장 자랑스러운 건 이 박물관에 <마리 퀴리>의 무대 미니어처가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품은. 물론 김태형 연출님이 직접 적어주셨던 칠판의 공식까지 그대로 재현한 걸 보니 어찌나 흥분되던지! 이 무대 미니어처는 작년 11월 <마리 퀴리>의 제작사 라이브가 현지 공연 실황 상영회에 앞서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마리 퀴리 박물관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한국 뮤지컬 <마리 퀴리> 코너를 마련해 전시를 진행했는데, 관람객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인 행사 시작! 마리 퀴리의 후손과 폴란드 대사, 프랑스 파리 마리 퀴리 박물관장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미니 콘서트와 토크쇼가 진행됐다. 나는 솔로곡 ‘또 다른 이름’을 부른 뒤, 안느 역의 이봄소리 배우와 함께 듀엣곡 ‘그댄 내게 별’을 불렀다. 마리 퀴리의 고국 폴란드에서 <마리 퀴리>의 뮤지컬 넘버를 부르니 마치 그녀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미국에서 이곳까지 왔다는 마리 퀴리의 후손을 만났을 때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이어서 박물관 건물 발코니에서 폴란드 시민들과 만나는 ‘발코니 콘서트’가 진행됐다. 버스킹 형식의 공연이라 긴장했지만 지나가던 사람, 노천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던 사람, 배낭을 멘 광객들까지 모두 우리 노랫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환호를 보내줘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7월 2일 - 공연 실황 상영회
박물관 일정을 마치고 <마리 퀴리> 공연 실황 상영회 현장으로 이동했다. 상영회는 폴란드 오케스트라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의 야외 전용 극장에서 열렸다. 어제까지도 체감 온도 40℃를 웃돌았던 기온이 밤사이 내린 비로 22℃까지 떨어진 탓에 추위를 느꼈다. 하지만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온기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했다. 이날 상영회는 2020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공연 당시 촬영한 전막 실황 영상을 재편집해 폴란드어 자막과 함께 제공했다. 상영회 시작 전, 무대 인사를 통해 현지 관객을 만나는 기쁨을 전했다. 한편으로는 자막을 통해 작품 의도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지, 눈물 콧물 흘리며 연기하는 내 모습이 커다란 스크린에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며 눈물짓는 관객의 모습을 보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우리가 자랑스러웠다. 상영이 끝나자 관객들이 배우들 쪽으로 몸을 틀어 환호와 함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7월 3일 - 갈라 콘서트 리허설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 갈라 콘서트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갈라 콘서트는 폴란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마리 퀴리>의 뮤지컬 넘버를 노래하는 자리라서 더욱 떨렸다. 게다가 연습에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푸근한 인상의 음악감독 하드리안과 인사를 나누고 긴장 속에 리허설을 시작했다. 다행히 리허설은 아주 순조로웠다. 연주자분들이 이미 우리 공연 영상과 악보를 보고 여러 번 연습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리 퀴리>의 음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습 도중 폴란드 국영 방송에서 취재를 나왔다. 폴란드에서 한국 뮤지컬 <마리 퀴리>에 갖는 관심이 크다고 한다. 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마리 퀴리를 주인공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니 아무래도 궁금증이 생기겠지? 내일 있을 콘서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같은 날 오후, 마리 퀴리가 즐겨 찾았다던 구시가지 끝자락의 언덕에 올랐다. 마리 퀴리가 실제로 강을 바라보았을 그 자리에서 봄소리와 함께 한참 동안 강을 내려다봤다. 참! 우리의 또 다른 안느, 김히어라가 폴란드에 도착했다. 단 한 번의 갈라 콘서트를 위해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히어라. 드디어 우리 팀이 완전체가 됐다!

 

 

7월 4일 - 갈라 콘서트
폴란드 관객들 앞에서 한국어로 <마리 퀴리> 노래를 부른다니! 들뜬 마음으로 최종 무대 리허설을 진행했다. 어제 그렇게 연습을 했음에도 어딘지 삐걱거리는 호흡에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의 대장 하드리안은 “내가 잘 맞출 테니 걱정하지 마”라며 미소를 보냈다. 나는 마주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내가 맞출 수 있어!” 콘서트는 상영회를 진행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의 야외 전용 극장에서 열렸는데, 상영회 때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모였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창작진의 토크를 시작으로 꿈같은 갈라 콘서트가 시작됐다. 홀로 무대에 서서 첫 곡을 부르고, 이어서 배우들과 함께 무대를 채웠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공연장을 가득 채워 우리 모두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난 후 현지 관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폴란드의 이야기를 해주어 고맙고, 이렇게 좋은 뮤지컬을 만드는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자막을 보기도 전부터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극찬을 아끼지 않는 폴란드 관객들을 만나니 한국 뮤지컬배우로서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리셉션장으로 이동해 공연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과 폴란드의 교류를 위한 10년의 노력이 이 뮤지컬 한 편으로 결실을 맺었다”라는 주폴란드 한국대사님의 축사를 들으며 예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되새겼다. 나도 <마리 퀴리> 배우들을 대표하여 페스티벌에 초대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리셉션장에는 맛있는 핑거 푸드와 샴페인, 한국 전통주가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까지도 한국과 폴란드의 문화 교류에 맞춰 준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모두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언젠가 이곳 폴란드에서 <마리 퀴리>의 노래가 현지 언어로 울려 퍼질 날을 상상하면 기쁘게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5호 2022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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