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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사랑의 불시착> 북한에 불시착하면 월북으로 처벌받을까 [No.218]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2022-11-23 835

<사랑의 불시착> 
북한에 불시착하면 월북으로 처벌받을까

 

 

나도 모르게 북한에 들어간다면


동명 드라마를 뮤지컬화한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재벌 상속녀 윤세리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돌풍에 휩쓸려 북한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북한 장교 리정혁은 우연히 마주친 윤세리를 자신의 집에 숨겨준 뒤 남한에 돌려보내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윤세리는 남한에 돌아온 뒤 어떤 처벌을 받을까?


북한과 관련된 우리나라 법률은 반국가 활동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국가보안법’과 남북한 상호 교류에 초점을 맞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로 나뉜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북한에 관하여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규정하여 북한도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반면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북한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도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두 법률은 목적을 서로 달리하는 별개의 법률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모두 북한에 들어가는 행위에 제한을 둔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에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고의적으로 북한에 들어갈 경우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뜻이다. 뮤지컬에서 윤세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진다. 심지어 처음에는 자신이 추락한 곳이 북한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게다가 돌풍에 휩쓸려 추락했을 뿐 본인 과실로 인해 북한에 떨어진 것이 아니므로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북한에 들어간 윤세리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통일부장관의 방문 승인을 받고, 통일부장관이 발급한 방문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고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윤세리가 승인 없는 북한 방문으로 기소당한다면, 사고로 인한 불시착을 과연 북한 방문으로 봐야 할지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동의 자유가 인정될까


북한에 불시착한 뒤 장교 사택 단지로 도망친 윤세리는 인민무력부 보위국 소속 소좌 조철강을 만난다. 조철강은 윤세리를 의심하며 평양시민증을 보여달라고 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리정혁이 자신의 약혼자라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평양시민증이란 무엇일까? 북한에는 지역별로 시민증이 따로 있는 걸까?


대한민국에 헌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북한에도 사회주의 헌법이 존재한다. 북한 헌법은 공민의 노동에 대한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며,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다’고 명시하여 능력이라는 명목하에 노동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공민등록법에 의하면 공민은 국가 기관에 거주 등록 신청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특이한 점이 있다. 북한에서 출생 등록을 한 공민은 출생증이, 17세 이상 공민은 공민증이 발급되는데, 평양시에 거주하는 17세 이상 공민은 평양시민증을 받는다. 즉, 평양과 평양 이외 지역 거주민을 명백히 구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양시에 거주하는 것이 북한 사회 안에서 하나의 특권에 해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평양시관리법이라는 별개의 법까지 마련해 평양에서의 거주 및 이동의 자유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평양시 거주는 등록을 요한다. 지방에서 평양시로, 혹은 평양 내에서도 주변에서 중심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공민은 관련 기관의 거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평양 시민이 국가의 법질서를 어길 경우에는 평양시민증을 회수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과 서울 이외의 지역을 구별하고 거주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 제도의 차이만 봐도 북한 출신 리정혁과 남한 출신 윤세리의 사랑이 순탄하지 못하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8호 2022년 1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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