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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터뷰] D4U, 지켜보라 당신을 향한 우리의 춤을 [No.124]

글 |송준호 사진 |김호근 2014-02-04 4,564

이럴 줄 알았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와 어색한 인사를 마친 이들은, 잠시 후 카메라 앞에 서자 경쟁하듯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시선’이 있을 때 가장 자신다워지는 이가 댄서라는 사실을 보여준 이들은, 지난해 서바이벌 댄싱 프로그램 <댄싱9>이 배출한 스타 댄서 하휘동(비보잉), 이루다(발레), 김명규(발레), 한선천(현대무용)이다. 이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헤어지지 않고 그룹을 결성해 새로운 공연을 계획했다. 그룹명은 ‘D4U(Dancing For You)’라는 다소 단순한 이름이지만, 그건 그들의 목표가 그만큼 분명해서인지도 모른다. 방송이 끝나고 당시의 관심이 벌써 줄고 있는 지금, 네 사람의 에너지는 또 한번 춤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댄싱9>이 그들에게 남긴 것들

 

방송이 끝난 지 벌써 석 달째에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나요?
(휘동) 저는 방이 쓰레기장이에요. 생방송 끝나고 짐을 풀었는데 아직 그대로 있어요. 그동안 받은 선물도 정리를 못해서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치울 정신이 없어요.

(선천) 저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그냥 ‘인터넷 얼짱’으로만 보셨는데 이제는 ‘무용수 한선천’으로 봐주시는 듯해요.

(명규) 그 방송 덕분에 힐링이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 “너 진짜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루다) 전 발레를 하면서도 현대무용에 관심이 많아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여기서 다른 장르의 댄서들과 함께하면서 정리가 됐어요. 움직임도 더 겁이 없어진 것 같고요.

 

아까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흘낏거리던데요. 이렇게 유명해질 걸 예상했는지.
(명규) 유명해지려고 나온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춤이 좋고 춤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다들 컸을 거예요.

(루다) 명성보다는 평소에 무용수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런 기회가 되어서 좋았어요. 사실 스포츠 선수만 매일 힘든 훈련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지났으니까 솔직해져보죠. ‘<댄싱9>에서 이런 게 힘들었다.’
(명규) 페이스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원래 저희는 일정한 리듬에 따라서 몸 관리를 하거든요. 그런데 서바이벌이라는 점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다보니 체력 관리가 안 됐어요.

(휘동) 아마 다들 살이 많이 빠졌을 거예요.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다 무리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그런 멋진 공연들이 안 나왔을 거예요. 게다가 방송이라 영상이 인터넷상에 남잖아요. 그러니 대충할 수가 없어요.

(루다) 춤꾼들이라 어쩔 수 없어요. (웃음) 생방송이라 더 예민해지기도 하고.

 

무용계가 좀 폐쇄적이다보니 타 장르의 춤과 협업할 일이 많지 않죠. 프로 댄서로서 어떤 경험이었나요?
(휘동) 전 평소에도 여러 장르 댄서들과 같이해보고 싶었어요. 배운 게 많아요. 비보잉은 비트에 맞춰 테크닉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 이번에 감성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춤 추면서 처음 느낀 감정이었죠.

(명규) 우리끼리는 구분된 장르 때문에 같이할 일이 없었는데, 대중은 그런 장르 구분이 아니라 춤 자체에 열광하고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선천) 현대무용이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이름으로 모든 장르의 춤을 다 녹여낸다고 해도 사실 그렇지가 않았거든요. 이번에 다양한 장르의 춤을 경험하면서 제 춤 세계도 넓어진 느낌이에요.

(루다) 저는 전에도 이런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각자의 자존심 때문에 뭉치기가 어려웠어요. 이번에는 춤이라는 목표 아래 고생하면서 다들 한마음으로 모아졌던 것 같아요. 그게 좋았어요.

 

그런 마음이 나중에 두 팀 멤버들이 탈락할 때마다 안타까운 눈물로 나타났었죠.
(명규) 전 평소에 오디션 프로그램 볼 때 ‘저거 다 연기 아냐?’ 이랬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 상황이 되니까 울컥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드라마도 좋고.

(휘동) 맞아, 그 자체가 드라마지.

(선천) 예전에 휘동 형이랑 인터뷰하면서 그 장면을 얘기하는데 번갈아가면서 울컥해서 곤란했어요.

 

원래 댄서는 무대에서 몸으로 말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이번에는 자신의 춤에 대해 말도 많이 하고, 카메라 앞에서 추는 거라 시선 처리도 신경 써야 했겠어요.
(휘동) 카메라 각도에 따라 안무를 짜는 게 어려웠어요. 캡틴이 된 후로는 말도 많이 해야 하니 힘들더라고요.

(루다) 사실 댄서들이 말을 잘할 수가 없는 게, 메시지를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멘트를 외우고 인터뷰를 하는 게 정말 어색했어요. 그런데 편집을 하다 보니 우리가 의도한 말이 왜곡될 수 있어서 말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 경험이 생기니까 다른 욕심도 나지 않아요?
(휘동) 그보다 저희 춤을 영상적인 콘텐츠로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만든 게 이 그룹이에요. (루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춤을 보여드리면서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싶어요. 또 무대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요새는 뭐든 영상 매체를 통해서 간편하게 보는 게 생활화돼 있잖아요. 그런 매체까지 활용한 방법들도 고민하고 있어요.

(선천) 저희의 그런 다양한 활동들이 다른 춤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고 싶어요.

(명규) 맞아요, 우리 ‘D4U’(강조하며)가 꼭 그렇게 할 거예요. (일동 웃음)

 

 

‘D4U’라는 새로운 도전

 

그러고 보니 끝나자마자 이렇게 또 뭉치느라 쉬지도 못했겠네요.
(선천) 저는 원래 방송 마치고 바로 여행 가려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놨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네요.

(휘동)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지? 전 그래도 좋아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루다) 사실 이렇게 넷이 모인 것도 정말 감사해요.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 흩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마음으로 저희 ‘D4U’가 (일동 웃음) 관객 앞에 다시 나서게 되어서 좋아요.

 

이 멤버는 어떻게 모인 거죠? 유력한 다른 후보들도 있었을 텐데.
(휘동) 시간이 우리만 돼서? (웃음) 다들 정해진 일정이 있거나 이미 팀이 있고, 생업을 떠날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을 다 제외하니까 제일 잘 맞았던 우리가 남더라고요.

(선천) 루다 누나가 우리에게 먼저 제안했어요. 사실 이런 기획을 처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게 어렵잖아요. 누나가 그걸 먼저 해줘서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고맙죠.

 

이번 공연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치러지죠. 저번 블루스퀘어 공연과는 의미가 달라요. 예술적인 차원에서 평가를 받게 될 텐데, 공연 구성도 그걸 감안하고 있겠죠?
(루다) 그 부분에 대해서 특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르코예술극장이 무용 전문 극장이라 실제로 우려의 목소리가 있거든요. 스트리트 댄스가 극장에 오는 것도 걱정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그런 부분을 예술로 잘 승화시켜야 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저희의 대중적인 춤 공연이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이뤄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곳이라고 해서 기존의 깊이 있는 춤만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은 일종의 도전이죠.

 

그렇게 기존의 보수적인 무용계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결국은 여러분의 몫일 거예요.
(명규) 맞아요. 그냥 순수 무용을 하는 사람이나 스트리트 댄스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공연을 하기는 어렵겠죠.

(휘동) 저도 그 점에서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 중 제 파트에서는 비보이들의 특유의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약간 더 정적인 느낌으로 가라앉힌 작품을 계획 중이에요. 컨템퍼러리 댄스의 형식에 가까우면서도 비보이의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려고요.

(루다) 사실 ‘컨템퍼러리 댄스’의 원래 의미에서 보자면 스트리트 댄스야말로 거기에 제일 잘 맞는 춤이잖아요. 시작은 달랐지만 이 중에서도 스트리트 댄스가 가장 진화된 춤인 것 같고요. 저희를 가리켜 ‘다른 장르의 댄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많이 표현하시는데, 그런 의미에서 ‘컨템퍼러리 댄스를 하는 무용수’들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댄싱9> 때는 자신만의 목표가 있었을 거예요. 이제 ‘D4U’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쳤는데, 팀으로서 가진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휘동) 딱히 목표를 가지고 모인 건 아니에요. 이렇게 네 명이 모이면 좋은 작품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또 언제 이렇게 좋은 댄서들과 함께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고 싶어서 일단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명규) 선천이가 암 투병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 만큼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될 것 같아요.

(선천) 솔직히 그동안 동작에만 신경을 쓰면서 춤을 췄거든요. 그런데 그런 반응들을 접하고 나서는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앞으로도 진정성을 담아, 최선을 다해 출 거예요.

(루다) <댄싱9>을 통해서 무용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렇게 방송을 통해 춤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극장으로 발걸음하게 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자신만의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은 네 사람 모두의 희망이겠죠? 각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춤의 모습을 들어볼까요.
(휘동) 저는 비보이들 중에서도 스타일이 좀 달랐어요. 대부분은 당당하게 뽐내듯이 추지만 저는 부끄러워하면서 추는 스타일이랄까요. 그런데 올해 클래식한 무용을 만나게 되면서 좀 바뀐 것 같아요. 오늘처럼 촬영을 할 때도 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좀 달라져요. 포즈 잡을 때도 제가 원래 하던 게 아니라 클래식한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경험하지 않았던 걸 더 많이 흡수해서 저의 춤 세계를 계속 넓혀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저만의 춤 색깔이 나오지 않을까요.

(루다) 그런데 휘동 오빠는 이미 ‘스네이크 무브’라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사람이에요. 저는 제 이름을 걸고 뭔가 한 게 아직은 ‘블랙 토(Black Toe, 이루다가 직접 노래와 안무, 의상, 연출을 맡은 댄스 비디오 싱글 앨범)’밖에 없어요. 사진 한 장만 봐도 ‘이루다 발레’라고 알 수 있는 저만의 세계를 구축했으면 좋겠어요. 먼 이야기지만 그런 새로운 발레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컴퍼니도 만들어서 컨템퍼러리 발레를 활발하게 해보고 싶어요.

(선천) 저만의 확실한 스타일을 만들어서 여러 나라에 알리고 싶어요. 아마 이사도라 덩컨처럼 정답이 없는 춤, 틀에 박히지 않은 춤이 되겠죠.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여러분 자신을 위해 셀프 덕담을 남겨주시죠.
(휘동) 저는 비보이로서는 오랫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거든요. 올해는 D4U를 통해서 한 명의 ‘댄서’로서 많은 활동을 하기 바랍니다.

(선천) D4U가 잘 돼서 이런 댄스 프로젝트 그룹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른 댄서들도 이런 시도를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만큼 사람들이 춤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표본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루다) 저는 공연 때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본의 아니게 틀에 갇힌 춤을 보여줬어요. 평단이나 공연계 트렌드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저다운 춤을 못 췄는데, 이제는 굉장히 자유로워졌거든요. 올해는 마음껏 즐기면서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D4U가 되기를 바라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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