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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보이A> 열 살 소년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을까 [No.226]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스튜디오 단단 2023-07-25 860

 

 

미성년자의 범죄는 처벌받을까?

 

<보이A>의 주인공은 만 10세에 살인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이다. 15년을 복역하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한 그는 잭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에 나선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배경은 영국. 만약 우리나라에서 만 10세의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는 민법상 미성년자와는 나이 기준이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을 가리키지만, 형사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을 가리킨다. 하지만 형사미성년자도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이 보호처분에도 나이 제한이 있다. 과거에는 만 12세 이상이어야 보호처분을 받았으나, 2008년 개정법 시행에 따라 만 10세 이상으로 연령이 하향되었다. 한편, 만 14세 이상이면서 만 19세 미만인 자는 형사미성년자는 아니지만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당 연령의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형사 책임과 보호처분 중 어떤 처벌을 내릴지는 법원에서 죄질, 재범 여부, 소년의 심신 상태와 품행, 가정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면 보호처분을 받는다. 만 14세 이상에서 만 19세 미만의 소년은 보호처분 또는 형사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만 10세 미만의 소년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때는 피해자가 만 10세 미만 소년의 법정대리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수밖에 없다.

 

뮤지컬에서 잭은 만 10세에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다. 우리나라라면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잭은 형사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을 것이다. 보호처분은 최고로 무거운 처분이 2년 이내 장기 소년원 송치인데, 이것도 만 12세 이상의 소년에게만 가능한 처분이다. 따라서 만 10세의 잭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처분은 6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다.

 

 

소년범은 가석방을 받을 수 있을까?

 

형사 처벌을 받은 소년범이 잭처럼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가석방이란 아직 형기가 남아 있지만 교정 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해서 형기를 다 채우기 전에 임시 석방하는 제도다. 가석방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가석방 처분이 취소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남은 형기가 모두 지난 뒤 형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본다.

 

성년이 가석방을 받기 위해서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한다. 예를 들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면 10년이 지나야 가석방 적격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년범이라면 기준이 다르다. 만 14세 이상에서 만 19세 미만의 소년이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 처벌을 받았다면, 무기형의 경우 5년, 15년 유기형의 경우 3년, 부정기형의 경우 단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적격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잭은 만 10세에 살인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우리나라라면 애초에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약 살인죄를 저지를 당시 잭의 나이가 만 14세 이상이어서 형사 처벌을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만 18세 미만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15년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이 경우에는 3년이 지나면 가석방의 형기 조건을 충족하여 가석방 적격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소년범의 신상을 공개해도 될까?
 

과거를 뉘우치고 가석방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잭. 하지만 누군가 잭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그가 동급생을 죽인 소년범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고 만다.
 
현실에서도 사회면 기사에 범죄자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하여,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심의를 거쳐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의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여야 한다. 둘째, 피의자가 그 죄를 저질렀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셋째,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익을 위해 신상 공개가 필요해야 한다. 넷째, 피의자가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아니어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대상이 피의자라는 점이다. 피의자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만약 잭이 수사 진행 당시 성년이었다면,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살인죄를 저지른 잭의 신상은 공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잭은 피의자일 당시 만 10세의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신상 공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잭은 피의자가 아닌 가석방자가 되었다. 가석방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며, 잭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6호 2023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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