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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과 저작권 - 저작권에 대해 물어보세요! [No.227]

글 |김민정(변호사) 사진 | 2023-08-22 3,868

알쏭달쏭한 저작권법을 조금이라도 쉽게 풀어보고자 저작권법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뮤지컬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요?

뮤지컬은 음악, 대본, 안무, 의상, 조명 등 여러 저작물이 동시에 무대에서 표현되는 것으로 마치 저작물 종합 세트와 같습니다. 이러한 뮤지컬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결합저작물’과 ‘공동저작물’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명 이상이 하나의 저작물을 창작했을 때 각 저작물의 결합 방식에 따라 결합저작물과 공동저작물로 나뉩니다. 해당 저작물에서 각자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다면 ‘결합저작물’,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다면 ‘공동저작물’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과 가사를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는 노래는 결합저작물이고, 이야기 작가와 스토리 작가가 함께 만든 만화는 공동저작물입니다.


우리 법원은 2005년 <사랑은 비를 타고> 사건을 통해 뮤지컬은 대표적인 ‘결합저작물’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초연 후 수년이 지난 시점에 작품의 작곡가와 작가가 다른 제작사와 계약하고 소극장 버전으로 공연했습니다. 이에 초연 제작자, 기획자, 연출가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 공연을 올렸다며 공연금지가처분신청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분쟁 당시에는 뮤지컬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었는데,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구성·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으로서, 각본, 악곡, 가사, 안무, 무대미술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의 분야에 속한다. 복수의 저작자에 의하여 외관상 하나의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이기는 하나, 그 창작에 관여한 복수의 저작자들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이 분리되어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동저작물이 아닌 ‘결합저작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뮤지컬은 겉보기엔 하나의 저작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여러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표현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뮤지컬을 하나의 저작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뮤지컬의 저작권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뮤지컬을 공연하려면 제작자가 ‘이용자’의 입장이 되어 음악, 대본, 안무 등 각 저작물의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거나 이용 허락을 받아서 공연하는 것입니다.


여러 명의 작가가 뮤지컬 대본을 작성하거나 각색할 때 저작권은 누가 행사하나요?

여러 명의 작가가 완성한 대본은 ‘공동저작물’에 해당합니다. 각자 창작한 대사나 표현을 분리해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에는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의 전원이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동저작물의 이용 허락을 위해서는 해당 공동저작물의 모든 저작재산권자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동저작자 중 한 명이 다른 공동저작자와 합의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저작물 이용을 허락했다면, 이는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요?


이와 비슷한 사례로 <친정엄마>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연극 <친정엄마>는 동명 수필을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원작 수필 『친정엄마』의 작가가 연극 대본의 초고를 쓰고, 각색 작가가 이를 수정하여 최종 연극 대본을 완성해 공연했습니다. 이후 원작 작가가 다른 공연기획사와 뮤지컬 <친정엄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동저작자인 각색 작가와 합의 없이 연극 대본에 등장하는 인물, 대사 등을 뮤지컬에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각색 작가는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사건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었지만 형사에서는 무죄로 결론났습니다. 민형사의 결론이 다른 이유는 민사상의 ‘불법행위’와 형사상 ‘유죄’의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상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민사상의 ‘불법행위’보다 더 명백하고 큰 불법성이 필요합니다.


민사 법원은 “공동저작자 중 일부가 합의 없이 전체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행사하고 그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면 다른 공동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형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저작권법의 규정(공동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한 저작재산권행사)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이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저작재산권의 행사 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원작 작가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에는 공동저작자 모두 합의하여 권리를 행사하도록 명백히 규정하고 있고,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저작자 간의 계약 체결 시 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 명확하게 합의하고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작자, 배우, 연출가도 저작권이 있나요?

한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제작자, 배우, 연출가, 스태프 등도 저작자 못지않게 작품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현행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저작자가 아닙니다. 우리 저작권법상의 저작자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만든 사람입니다. 우선 제작자는 작품 기획부터 제작의 전 과정에 관여하지만, 대본, 음악, 안무 등 저작물을 창작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랑은 비를 타고> 사건에서도 제작자, 기획자, 연출자가 자신들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뮤지컬의 제작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뮤지컬 제작자라도 그가 뮤지컬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배우와 연출가 역시 직접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을 갖지 않습니다. 대신 저작권법에서는 이들을 ‘실연자’로 규정하고,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인 ‘저작인접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에 대한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등의 권리를 갖습니다. 따라서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에 대해 ‘이용’을 허락할 수 있고, 허락받지 않은 이용에 대해서 저작인접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본 등 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표절은 ‘어떤 창작물을 만들 때 기존 작품의 일부나 전체를 똑같이 사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절에 해당하는 저작권 침해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인정됩니다.

 

①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② 저작자의 저작물과 침해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

③ 침해자가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성)

 

이 세 가지 요건이 표절 판단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선덕여왕> 사건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가 2005년 뮤지컬 <무궁화 여왕 선덕>의 대본을 창작하였는데, 저작권 등록이나 공연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MBC가 드라마 <선덕여왕>을 방송하자 뮤지컬 <무궁화 여왕 선덕> 측에서 “MBC가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대본을 도용했다”라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먼저 ‘창작성’ 요건에 대해 우리 법원은 기존 판례에서도 다른 저작자의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도의 창작성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무궁화 여왕 선덕>의 창작성은 어렵지 않게 인정되었습니다. ‘실질적 유사성’에 대해 대법원은 “두 작품의 주제, 인물의 성격과 역할, 인물 사이의 관계, 줄거리, 구성 부분에 있어서 큰 영향에 미치는 개별 요소들이 뮤지컬 대본과 드라마가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저히 유사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두 작품 간의 실질적 유사성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의거성’에 대해서도 “뮤지컬 대본은 출판되지 않았고 저작권 등록도 되지 않았으며, 당시 대본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공연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MBC 측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본을 입수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라면서 <선덕여왕>이 <무궁화 여왕 선덕>을 의거하여 창작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해당 사건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으로 판결 났습니다.


법원에서는 창작성, 실질적 유사성, 의거성 요건을 면밀히 파악하여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표절 의혹이 불거진 사건 중에서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일단 표절 의혹 자체만으로 해당 작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은 법정 공방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므로 제작자나 저작권자의 손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작자의 엄격한 자기 검열이 필요하고, 제작사도 표절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본이 표절로 밝혀지면 뮤지컬 제작사도 책임을 져야 하나요?

작가는 온전한 자신의 창작물로 대본을 완성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표절, 즉 저작권 침해 행위의 주체는 작가입니다. 만약 제작사가 사전에 표절 사실을 알고서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공연 제작을 강행하였다면 저작권 침해 방조 행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대본이 표절로 밝혀지면 제작사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가 표절 행위를 방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만약 대본이 표절로 확인되면 제작사는 공연을 중단하고 작품과 관련된 배우, 스태프 등과 줄줄이 계약을 해지해야 합니다. 또 해당 작품으로 후속 공연을 만들거나, 2차적저작물로 활용도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제작사가 작가 등 저작자와 계약할 때는 반드시 ‘계약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온전한 자신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확인·보증하게 해야 합니다. 나아가 저작자가 이러한 계약 사항을 위반하여 제작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표절에 책임이 있는 저작자가 제작자의 손해를 모두 배상하는 것으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설을 각색하여 뮤지컬로 만들려고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어문저작물’인 소설을 각색하는 것은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뮤지컬을 만들려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가지고 있는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자가 갖지만, 양도나 상속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아닌 저작재산권의 양수인 또는 상속인이 이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출판된 소설, 수필 등의 저작권은 출판사가 양도받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출판사와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합니다. 만약 해외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면 국내 출판사에 연락하여 2차적저작물작성권 보유 여부 및 이용 허락 방법을 문의하면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파산·청산 등으로 운영하지 않고, 저작자의 연락처도 알 수 없을 때는 저작권법 시행령에서 정한 ‘상당한 노력(저작권등록부의 열람 및 문서 발송 등)’을 거친 후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용 허락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를 ‘법정허락’이라 합니다. 참고로 저작재산권은 저작자 사후 70년이 경과하면 소멸하여 별도의 이용 허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작자(소설가)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났다면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뮤지컬로 각색할 수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자와 2차적자적물 작성을 위한 계약을 할 때는 어떠한 방식으로 해당 저작물을 변형할지, 2차적저작물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등을 충분히 협의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추후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 원작을 변형할 때는 반드시 저작자의 동의도 받아야 합니다. 저작권자에게는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동일성유지권’이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나 상속을 할 수 없는 저작자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자가 동의하더라도 저작자의 동의 없이 작품을 각색하면, 저작자가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주장하며 공연 금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작재산권자와 저작자가 동일하지 않다면 반드시 저작자에게도 동의를 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외주 업체가 제작한 공연 영상물 또는 홍보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 실황을 중계하거나 공연의 일부를 녹화하여 유튜브 등에 공개하는 이른바 공연 영상화가 빈번해졌습니다. 이때 필요한 영상 촬영과 편집은 외부 영상 제작 업체(혹은 프리랜서)와의 계약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물을 촬영·편집하는 과정에서 창작성이 표현되었다면 ‘영상저작물’에 해당하고, 이 경우 해당 영상을 제작한 자가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갖게 됩니다. 즉, 영상의 촬영·편집을 담당한 외부 영상 제작 업체에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연 제작사가 영상을 사용하려면 외부 영상 제작 업체로부터 모든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연 제작사가 외부 영상 제작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에 저작재산권 양도의 대가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저작재산권의 귀속 관계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추후 외부 영상 업체가 자신에게 저작재산권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를 근거로 해당 영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계약 시 저작재산권 귀속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7호 2023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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