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COLUMN] 고객의 불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아도 될까 - <트레드밀> [No.228]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스튜디오바이브스톤 2023-10-17 1,751

 

 

A의 주급을 깎아먹는 빨간 버튼, 합법일까


<트레드밀>의 주인공 A는 부유한 고객을 상대하는 프리미엄 손세차장에서 일한다. A가 세차를 하는 동안 고객은 2층 라운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간 버튼을 눌러 불만을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A의 주급에서 10%가 공제된다. 이렇게 고객의 의사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공제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만약 A가 근무하는 세차장의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라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근로기준법은 임금 지급의 4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사용자(사업자, 사업경영담당자, 그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통화로 지급해야 한다. 돈(지급 보증이 되는 보증 수표도 가능하다)이 아닌 식권, 상품권, 물건 등은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단, 예외적으로 법령 또는 단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을 임금으로 지급해도 된다. 둘째,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미성년자도 부모의 동의나 승낙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자에게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셋째,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단, 법령 또는 단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세, 보험료 등은 법령에 따라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넷째, 사용자는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의 출근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정근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을 계속 근무한 경우 지급하는 근속수당,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되는 장려금, 능률수당, 상여금, 그 밖에 부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이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해 사용자는 매월 정해진 날짜에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 전부를 직접 지급해야 한다. 이는 경제·사회적으로 종속 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법으로, 사용자는 4대 원칙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 뮤지컬에서 A는 주급을 받기 때문에 월 4회 임금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되므로 매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객 의사에 따라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은 임금 전액 지급 원칙 위반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근로기준법은 법령 또는 단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 그래서 법령에 따라 세금 등을 임금에서 미리 공제할 수 있고, 노사 간 자율 협의인 단체 협약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있다. 단체 협약이 아닌 취업 규칙이나 근로 계약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작성한 취업 규칙이나 근로 계약서에 임금의 일부를 공제한다는 규정을 넣어도 그 규정은 효력이 없고, 만약 사용자가 임금을 공제하고 지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따라서 A가 일하는 세차장에 노동 조합이 결성되어 있고, 노사 협의를 거쳐 단체 협약으로 고객이 빨간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임금을 10%씩 공제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은 한, 설령 A가 서명∙날인한 근로 계약서에 임금 공제 규정이 있다 해도 효력이 없다. 그리고 고객이 빨간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임금을 10%씩 공제하고 지급한 사용자는 처벌받는다.

 

 

 

 

범죄자를 협박한 것도 죄가 될까


어느 날, 고객의 차에 스크래치를 내고 좌절한 A 앞에 B가 나타난다. B는 세차장 고객 중 한 명이 마약을 하고 폭행을 저지른 사실을 A에게 알려주고, A는 B의 조언대로 고객을 협박해 돈을 요구한다. 이러한 A의 협박은 공갈죄에 해당할까? 


공갈죄는 타인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범죄다.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 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상대방이 겁을 먹을 만한 해악을 고지해야 한다. 명시적으로 고지하지 않더라도 언어나 거동에 의해 상대방이 해악을 인식하면 그것만으로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 또한 정당한 권리 실현 수단으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도 그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어서면 공갈죄가 성립한다.


뮤지컬에서 A는 고객의 범죄 행위를 약점으로 삼아 그를 협박한다. 범죄를 저지른 고객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과 별개로, A가 고객을 협박하여 돈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A는 고객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 기관에 신고해 합당한 형사 처벌을 받게 하는 대신 사익 추구를 위해 고객을 협박하는데, 이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한 권리 실현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결국 공갈죄를 저지른 A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잠금이 풀린 휴대폰은 훔쳐봐도 될까


A는 B가 세차장에 놓고 간 휴대폰의 잠금이 풀려 있는 걸 확인하고 휴대폰 속 사진첩을 마음대로 훔쳐본다. 휴대폰에는 개인 정보, 금융 정보, 사생활 등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에 A처럼 허락 없이 타인의 휴대폰을 훔쳐보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타인의 휴대폰을 훔쳐본다면 비밀침해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다만 친고죄라서 피해자가 고소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휴대폰 주인이 잠금 해제 비밀번호를 알려준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때에도 주인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 휴대폰을 열람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뮤지컬에서처럼 휴대폰 잠금이 풀려 있더라도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연락처를 살피거나 통화 기능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개인 정보가 담긴 사진첩을 열어보는 행위는 비밀침해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B가 고소한다면 A는 비밀침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