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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emory] 김수용의 그때 그 시절 [NO.97]

사진제공 |김수용 정리 | 김유리 2011-10-10 4,841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 <풋루스>

 

 

 


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셨던 이종훈 선생님이 연출을 맡은 2002년의 <풋루스>. 당시 주인공 렌을 연예인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방송국 PD셨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용이는 뭐해?’라고 물으셨다는 거다. 당시 난 (유)준상이 형이 출연한 <더플레이>를 보고 뮤지컬에 반해 학교에서 선배 형과 여자 후배 스터디를 만들어 나름의 뮤지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자료는 남경주, 남경읍, 최정원 선배의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 실황 카세트와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부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씨디가 전부. 자료는 미약했지만 우리끼리 대본 분석도 해보고, 장면도 만들어 연습하는 등 열정은 정말 대단했었다.


그러던 중 오디션 제의를 받게 되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잘 하면 내가 뮤지컬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날 연습곡 자료를 받고 바로 학교 소극장에 가서 오디션 곡을 밤까지 연습했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합격을 해서 뮤지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사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계시던 사라 변 안무 감독님의 눈에는 차지 않는 춤을 췄지만, 당시 엄기영 음악감독님이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 있는 목소리’라 평가해주셔서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는 후문은 공연이 끝난 다음에 들었다.


뮤지컬을 하게 되어 얼마나 좋았느냐 하면, 어느 날은 연습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더라. 그때가 군 제대 후 스물일곱 살이었는데, 아역 이미지 때문인지 당시에 봤던 방송 오디션이 다 떨어져 내 연기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그래서 어쩌면 돌파구로 뮤지컬을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 ‘시립가무단 막내로 들어가서 청소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런 기회가 오니 정말 꿈같고 행복했다. ‘내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구나, 꿈꾸던 무대에 설 수 있게 됐구나. 이게 꿈이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어렸을 때 방송을 시작해서 연기의 소중함을 커서야 알았다면, 뮤지컬은 내가 자라서 가치관을 가지면서 꿔왔던 꿈이라 방송 때와는 마음가짐이 정말 달랐다. 그만큼 절실했다. 아직도 첫 공연 날과 마지막 공연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첫날엔 긴장해서 오프닝 장면에서 ‘꿍~’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구르기도 했고, 마지막 공연에서는 커튼 콜 후 불이 꺼지면 배우들끼리는 다시 나가서 인사를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끝났다는 마음에 다 잊고 무대 안쪽에서 무릎을 꿇고 엉엉 울어버린 거다. 덕분에 남자주인공이 인사하는 데 나가지 않은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풋루스> 때의 기억으로 인해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너무 소중해졌다. 뮤지컬은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한 소중한 기억이고, 내가 다시 연기할 수 있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 ‘춤은 죄가 아니야’ 보몬트의 시의회에서 춤추는 것이 죄가 아님을 항변하는 장면. 생각해보니 오디션 때 안무가 사라 선생님이 자유안무를 해보라 하시면서 틀어주신 음악이었다! 사진 왼쪽에 있는 예쁜 여자는 러스티 역의 홍지민 누나. 결혼 전까지 굉장히 날씬해서 김혜수 같았다. 사진 오른쪽 뒤쪽에 있는 사람은 <삼총사>의 쥬샤크 김상현. 이후 <그리스>, <렌트>까지 함께했다.

 

 

 

 

 

 

 

 

 

 

 

 

 

 

 

 

 

+ 윌라드의 ‘엄마가 말하길’ 렌이 시의회 변론을 고민하자 윌라드가 방법을 제시하는 장면. 여기서 내 머리는 가발일까? 아니다, 100% 내 머리다. 스스로 막대기 꼽은 빗자루 머리라 불렀던 저 헤어스타일을 공개하다니, 아이고. 왼쪽은 추상록 형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신조로 스스로 납득할만한 연기를 할 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배우였다.

 

 

 

 

 

 

 

 

 

 

 

 

 

 

 

 

 

 

+ 앙코르 공연의 ‘춤은 죄가 아니야’ 2002년 세 차례의 <풋루스> 공연 중, 난 첫 번째 공연과 앙코르 공연에 출연했었다. 앙코르 공연 때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짧은 머리! 앞에 심령사진처럼 나온 사람은 서지영 누나. 맨 왼쪽 하늘색 상의를 입은 사람이 홍지민 누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7호 2011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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