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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애정과 열정이 빚어낸 하모니, <노트르담 드 파리> [No.123]

사진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정리 | 나윤정 2013-12-12 4,978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 라이선스 공연이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작품 자체가 지닌 명성뿐 아니라
실력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개막 전부터
이미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무대다.
어느덧 무탈하게 서울 공연을 끝내고,
 창원, 광주, 부산 등 전국 투어에 나선
<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박민섭 PD에게
지난 시간 <노담>이 지나온 과정들을 들어보았다.

 

 

 


오리지널 공연 그대로

<노담>의 라이선스 공연은 레플리카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최대한 오리지널 공연과 가깝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 바탕에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든 이 작품의 세계관이 똑같이 전해질 수 있으리란 굳은 믿음. 이는
<노담>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공연과 가장 흡사하게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시대가 변하기도 했고, 작품에 참여하다 보면 국내 스태프나 배우들이 새롭게 시도하려는 욕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작품 본연의 매력을 전해야 했기에 변화에 대한 욕구들은 극도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프로덕션은 현지에서 무대 세트를 빌려 오지 않고, 처음으로 국내에서 직접 제작하는 시도를 했다. 앞으로도 계속 <노담>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들도 반신반의했지만, 우리의 완성품을 본 후 어느 하나 모자란 것 없이 잘 만들었다는 평을 내렸다. 무엇보다 무대 구현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다. 애크러배트들이 벽을 오르내리며 다양한 묘기를 부리기 때문에 늘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했다. 테크니컬 디렉터의 가장 큰 업무는 매일 세트에 모든 충격을 가해보는 것이었다. 매달리기도 하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늘 방심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불안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보완하도록 했다. 
<노담> 오리지널 팀의 분위기는 자유롭되 자유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의상의 경우도 여타 라이선스 뮤지컬들은 현지에서 보내준 의상을 카피하거나 완성된 도면 패턴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이라면, <노담>은 러프한 스케치만을 보내왔다. 대신 직접 보고 가라는 말을 했다. 조문수 의상디자이너와 어시스턴트가 현지로 가 3일 만에 일일이 의상을 체크하고, 사진을 찍고 패턴을 공부해왔다. 그것을 바탕으로 염색을 하고, 조각조각 천을 이어 붙여서 최대한 오리지널 공연의 느낌을 살린 의상을 완성했다. 추후에 그 완성품을 오리지널 팀이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고의 싱어와 댄서를 찾기 위해

오리지널 캐릭터의 특성이 워낙 확고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배우들을 찾는 것이 큰 숙제였다. 더욱이 싱어와 댄서가 분리된 작품 아닌가. 오디션 기간이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댄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뮤지컬 앙상블이 아닌 수준급의 춤과 애크러배틱이 가능한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애크러배틱의 경우 기본으로 백 텀블링을 3번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흔하겠는가. 오디션을 계속 봐도 댄서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무엇보다 <노담> 넘버에 딱 맞는 음성을 지닌 배우를 찾고 싶어 했다. 윤형렬과 바다는 2009년 공연 당시 캐릭터 그 자체란 평을 받은 실력가들이다. 이들이 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그때의 역할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미 인정받은 배우들도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했다. 홍광호는 조금 특별한 케이스였다. 이렇게 부드러운 톤으로도 과연 콰지모도가 될 수 있을까? 그의 합류는 ‘콰지모도는 이런 것이다’란 생각의 틀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코치안테는 애초에 콰지모도에게 허스키하고 거친 목소리를 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이 콰지모도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홍광호가 이야기하는 콰지모도의 캐릭터에 굉장한 흥미를 보였다.

 

 

 

 

내 안에서 찾는 본질 

첫 2주는 싱어, 댄서, 애크러배트 세 파트가 따로, 3주차부터는 함께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다들 전문가여서 자신의 역할을 금세 숙지했다. 관건은 이들이 모여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어내는가였다. 새로 합류한 배우들에겐 특별한 지침이 내려졌다. 캐릭터의 중요한 본질을 이해하되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 안에서 찾으라는 것이었다. 일부러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원년 멤버 윤형렬과 목소리나 체격이 달랐던 홍광호의 경우 ‘내 안의 것을 찾으라’는 말에 좀 더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콰지모도를 만들어 나갔다.
9월부터는 블루스퀘어와 가장 비슷한 사이즈의 극장인 하남문화예술회관에 자리를 잡고 2주 동안 휴일도 반납하며 연습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콰지모도는 벽을 타는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트르담 성당을 나의 집이라고 말하는 만큼 성당의 벽을 타는 것이 자유스러워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자칫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사람들의 환상이 깨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가 눈에 띄어도 관객들이 현실로 돌아가버리니깐 그것을 최대한 안 보이도록 해야 했다. 애크러배트들은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안전장치 없이 벽을 타고, 종 위로 올라가 곡예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야말로 액션 스릴러였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길 바라며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모여 하나

대망의 첫 공연 날, 하우스 오픈이 시작됐는데 연출이 이 작품의 오랜 관습이라며 모두 무대 위로 모이라는 호출을 했다. 국내 스태프들은 난리가 났다. 관객이 입장한 상태에선 누구도 무대에 올라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속삭이는 소리가 OP석으로 다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윽고 작품의 관습에 따라 해외·국내 스태프, 컴퍼니 직원, 배우 들 모두가 너나없이 손을 맞잡고 둥그렇게 섰다. 그러자 무대 위에 정말 큰 원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공연 전 처음 마주한 광경이라 기분이 묘했다. 여기 오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모두가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는데 느낌 자체가 달랐다. 지금 생각해 봐도 첫 공연 만큼 완벽했던 무대는 없는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울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작품의 특성상 댄서들은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다. 초연 때부터 계속 참여했던 브레이커 이재범의 경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워낙 컸다. 브레이크는 워낙 어려운 동작이다 보니 스윙도 없었다. 헤드스핀을 돌다 어깨가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는 끝까지 무대 위를 지켜주었다. 작품을 향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애크러배트 파트는 그야말로 부상 병동이었다. 다들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품앗이처럼 서로서로 스윙을 해주며, 어떻게든 빈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노담>이 이토록 많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 이처럼 한 명 한 명이 애정과 열정을 쏟은 작품이기에 <노담>이 더욱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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