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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1) <시카고> 최정원·아이비 [No.105]

글|이민선 |사진|김호근 |스타일리스트|김하늘 |헤어·메이크업|킴스 메이크업 2012-06-25 5,030


스포트라이트를 그녀에게

 

가수로 먼저 이름을 알린 아이비가 <시카고>에 출연한다.

그녀의 뮤지컬 경험은 단 두 번, <키스 미, 케이트>의 로아와 <시카고>의 록시 역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모두 베테랑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거쳐 간 역이다.

게다가 아이비는 모든 출연작에서 최정원과 한 무대에 섰다. 한마디로, 두 사람이 보통 인연은 아니란 거다.

 

 


지치지 않는 파이어니어, 최정원


뮤지컬을 시작하고 스무 해를 넘기는 동안, 최정원이 무대에서 멀어졌던 때가 있었나 또는 그녀의 빛이 바랬다고 느껴졌던 때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없다. 여전히 새로 개막하는 작품의 타이틀롤을 거머쥐고 있는 데다가 그녀가 무대에서 뿜어내는 실력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대표 뮤지컬 배우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지금도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서 열심히 할 뿐인데, 그런 탓에 안무가에게 많이 듣는 말이 ‘캄 다운(Calm Down)’이라니, 그 열정을 알아줄 만하다.


최정원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서 가능했는데, 최고를 목표로 삼고 스스로를 담금질했다면 오히려 진작 지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습과 자기 관리는 수단이 아니라 습관이고 일상이다. 이를 밑거름으로 건강과 실력이 다져지는 것을 알기에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그 결과엔 뿌듯함을 느낀다. 건강 유지와 연습은 고스란히 최정원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 덕에 지난 6개월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맘마미아>의 무대에 오르는 게 가능했다.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매일매일 스스로를 단련하는 그녀에게서 고단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한 톤 한 톤 높아져만 갔다.

 


뮤지컬 경력 20년을 훌쩍 넘긴 최정원은 <시카고>에서 벨마를 연기하는 것만 벌써 다섯 번째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녀는 뭐가 더 새로울 것이며 관객은 또 어떤 다른 연기를 볼 수 있을까 심드렁했더랬다. 하지만 사뭇 진지한 목소리에 약간의 흥분을 추가해 “완전히 달라요. 처음 하는 것보다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데는 의심의 마음을 품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리액션의 중요성이었다. “전엔 내 대사를 내뱉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상대방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말없이 눈빛과 손, 발로 연기를 하는 게 재밌어요.” 대사와 대사 사이, 좁은 여백에 쓰여 있을 숨겨진 대사와 지문을 읽어내는 일이 지금 최정원을 짜릿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숨겨진 디테일은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상대 배우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니, 매일의 연습과 공연의 결과가 다르고 또 새롭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짐작된다. 이렇게 숙성된 벨마는 이번 무대에서 더 쿨한 척을 할 거란다. “벨마가 화가 나고 짜증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극 중 상대방에게 직접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관객들은 눈치 채게 하는 거죠.” 여전히 텀블링까지 척척 해내는 춤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좀 더 능수능란해진 벨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시카고> 속 여자 죄수들은 자신이 무죄로 판명되는 것보다는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데 더욱 혈안이 되어 있다. 벨마가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는 록시에게로, 그것은 또 키티에게로 옮겨 간다. 대중들은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영원할 것 같던 스타는 금세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과거 록시로 무대에 섰던 최정원은 지금 벨마가 되었다. 하지만 젊은 역할을 빼앗기는 데 초조해했다면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제 나이와 연륜에 맞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겼기에 최정원은 지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5호 2012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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