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ZOOM IN] 1000회를 맞은 <김종욱 찾기> [No.70]

글|배경희 사진제공|스토리피 2009-07-13 7,742

1000회를 맞은 <김종욱 찾기> 그 시작은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1000회를 맞았다. 8조도 별 것 아닌 이 세상에서, 숫자에 점점 무뎌지는 사람들에게 창작뮤지컬이 1000회를 맞았다는 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쉽게 와 닿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그리고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성장했던 공연으로 <지하철 1호선>, <사랑은 비를 타고>, <명성황후> 정도가 손에 꼽힌다면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종욱 찾기>는 공연 기간 내내 70퍼센트 이상의  유료 관객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김종욱 찾기>가 프로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길을 지나다 한 번쯤은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06년 6월 2일, 정식 무대에 올라 지난 6월 9일 공연으로 1000회를 맞은 <김종욱 찾기>는 바로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것이 <김종욱 찾기> 탄생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아니다. <김종욱 찾기>는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어떤 하나의 계기로 탄생된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체험을 통해 얻은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어느 크리스마스 저녁, 술에 취해 널브러져 앉아 있는 남루한 차림의 한 남자를 보고 문득 들었던 ‘저  남자를 애타게 기다리거나, 애달프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친구가 상사병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좋아했던 학교 선배가, 내 눈에는 마음에 안 들어서 ‘나에게는 별 볼일 없는 저 남자가 누군가에게는 생각만으로도 눈물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들이 겹쳐지면서 장유정 연출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말 묘하게 느껴졌다. 사랑에 관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장유정 연출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가슴 아프고,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애절하지만, 누구나 다 한 번씩은 경험하게 되는 만국 공통어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김종욱 찾기>를 구상하게 됐다. <김종욱 찾기>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표현, ‘턱 선의 외로운 각도’는 안톤 체홉의 사진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만들어낸 이미지다.
근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마음속으로 발전시켜오며, 담아뒀던 이야기로 트리트먼트를 작성해 김혜성에게 보여주면서 <김종욱 찾기>의 첫 단추가 채워진다. 장유정 연출이 사흘 만에 폭발하듯이 대본을 쓰고, 김혜성 작곡가가 이에 맞는 음악을 완성해내 <김종욱 찾기>는 날개를 달게 됐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서 극을 쓰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만나 함께 작업한 것이 인연이 되어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키스 미 타이거>, <송산야화> 등을 함께 작업한 콤비였다. 
졸업 작품으로 준비했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무대에 올린 후 공연이 끝나자, 시간적 여유도 생겼고 이대로 학창 시절이 끝나는 것이 안타까워서 꼭 공연해 보고 졸업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김종욱 찾기>를 한예종의 블랙박스씨어터에서 올렸다. 몇몇 친한 배우들과 모여 가볍게 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전병욱이 김종욱 역을, 멀티맨은 민준호(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출가)가 여주인공 역은 김지현이 맡았다. 이들은 직접 ‘김종욱을 찾습니다’라는 대자보까지 만들어 학교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국제 학생 연극제, 이스트로폴리타나 프로젝트 2004에 공식 초청되면서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예종 연극원 극단인 돌곶이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인큐베이터 공연으로 3일간 <김종욱 찾기>를 공연하면서, 가능성을 알아본 CJ 엔터테인먼트가 공연권을 사면서 정식으로 공연하게 됐다. CJ엔터테인먼트와 뮤지컬 해븐이 공동 제작을  맡아 작업에 들어가면서 일년 반 동안의 꾸준한 디벨롭 과정을 거친 후,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이 말하는 <김종욱 찾기>에 대한 기억

 

엄기준 (시즌 1 출연)
Q <김종욱 찾기>는 엄기준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한예종에서 공연했을 때 봤는데, 그때  너무 재밌게 봐서 공연 올린다고  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이 있었던 작품이다. 다행히 시켜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관객의 힘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연습을 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만석이, 나라 누나,  병욱이하고 음악 연습을 제끼고 남산에 가서 막걸리를 먹고 온 적이 있다. 돌아와서 연습실에서 자다가 연출님이 오셔서 연습을 했다. 하하. 다행히도 혼은 안 내시더라.(웃음)
Q 다음 시즌 <김종욱 찾기>에서 보고 싶은 얼굴은 누구인가요.
이효리. 하하. 잘 어울리고, 재밌을 것 같다.

 

김지현 (시즌 3 출연)
Q <김종욱 찾기>가 천 회를 맞았습니다, 어떤 인사를 건네겠습니까?
사실 천 회라는 게, 어느 정도 되는  건지 느낌이 딱 오지 않는데, 처음 만들어졌을  그때로 기억을 되돌려보면 정말 긴 시간인 것 같다. 여러 배우들이 재밌게 발전시키면서 공연해 온 걸 생각하면 뿌듯하다.
Q <김종욱 찾기> 출연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창작뮤지컬은 극단 간다에 있을 때 몇 번 했었지만, 틀에 짜여진 뮤지컬은 처음 참여한거라 고민도 많았고 안 되는 것도  많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의  확신과 내가 정확하게 보여주면 관객들도 정확하게 본다는 확신을 얻었다.
Q <김종욱 찾기>의 다음 시즌에서 보고 싶은 얼굴은 누구인가요.
어느 한 명이 떠오르기보다는, 각 배우들의 어느 한 부분이 각각 생각난다. 그들의 좋은  점을 다 모아 놓으면 김종욱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렇다 해도 김종욱이 될까 싶을 정도로 고운 정, 미운 정이 다 들었다.

 

오나라 (시즌 1, 2, 3, 4 출연)
Q <김종욱 찾기>가 천 회를 맞았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인사를 건네겠습니까?
초연 멤버들이 생각난다. 김달중 연출님, 변희석 음악감독님, 만석 씨, 기준이,  병욱이. 공연 당일까지도 불안했고 이 일이 맞는  일인지 모르고 공연을 올렸는데, 천  회까지 와서 너무 감개무량하다. 지금은 나만 남았지만 초연 멤버들이 열심히 잘  만들어 놓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고맙고, 그립다.
Q <김종욱 찾기> 출연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이 작품을 통해서 창작뮤지컬을 사랑하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랑은 비를 타고> 이후 천 회까지 온 작품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준 작품이다.
Q <김종욱 찾기>의 다음 시즌에서 보고 싶은 얼굴은 누구인가요.
몸은 떠나 있어도 마음은 항상  <김종욱 찾기>에 있기 때문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공연을 보러가서 잘생기고 매력적인 배우들을 보면, ‘저 배우가 김종욱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병인가? 하하. 태봉이 역으로 유명해진 윤상현 씨가 하면 ‘딱 이겠다’ 싶었다.

 

강필석 (시즌 3 출연)
Q 연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김종욱 찾기>는 공연하면서 가장 많이 웃었던 작품이다.  김종욱으로 여자 주인공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마지막 가사가 ‘지금 이 순간 나 그대를 사랑해요’인데 지현이와 그 장면을 연습을 하다, 그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날 이후로 아무리 집중을 해도 그 부분만 되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 일종의 징크스였다. 안 웃으려고 연습도 엄청  했다. 보다 못한 음악감독님이 자기를 보고 해보라고 했는데, 그때도 웃음이 나더라.(웃음) 공연 중에 뒤구르기 하다 상훈이 형 고무신이 날라 갔던 일도 있다. (웃음)
Q <김종욱 찾기>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라이선스 뮤지컬에만 출연하다 처음으로 출연한 창작뮤지컬이었는데,  확실히 와닿는 게 다르더라. 배우로서나 사람으로서도, 많이 열릴  수 있던 계기가 된  작품이다. 짧은 기간동안 출연했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배우들이 애정을 가진 작품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
Q 당신의 실제 모습은 김종욱에 가깝나요.
아니, 남자 주인공!    

 

박동하 (시즌 3, 4 출연)
Q <김종욱 찾기>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초연 때 대본을 받았었는데, 그때 당시에 일본에서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즌3에 출연하게 됐는데, 그때도 한 달 정도밖에 참여하지 못해서 한이  맺혔던 공연이다.(웃음) 올해는 길게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Q <김종욱 찾기>가 천 회까지 올 수 있도록 당신의 한 공헌은 어떤 것이었나요.
아무려면 내가 오나라 씨만 하겠나. 하하. 나라는  <김종욱 찾기>의 안방마님 같은 존재다.(웃음) 연출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작품의 중심을 많이 잡아줘서 상대  배우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김종욱 찾기> 출연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소극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라는 상대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공연의 4대  요소로 포함되는 관객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또 쇼를 하는 쇼맨이 아니라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작품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기회가 주어져야 말이죠.(웃음)

 

전병욱 (시즌 1, 2 출연)
Q <김종욱 찾기>가 천 회를 맞았습니다, 어떤 인사를 건네겠습니까?
축하할 일이다. 그동안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관객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Q <김종욱 찾기>가 천 회까지 오리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이 작품이 정식 무대에 올라가기 전부터 공연에 참여했는데,  워크숍 과정을 거치면서 확인한 게 있어서 대학로에 올라가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던 작품이다.
Q <김종욱 찾기> 출연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배우가 작품을 소유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작품이다’라는 소유욕을 갖기 시작하면, 그 작품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출연할 때는 열심히 하고, 떠난 후에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다. 이 작품으로 상도 탔고, 즐거웠던 기억,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성두섭 (시즌 3 출연)
Q 공연 중 재밌었던 일이 있나요.
유진이 누나였나? 공연 중에 저를 보고  “이것 보세요, 김재범 씨”라고 말  하시더라고요. 근데 다행히 딱 저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하셔서 관객들은  못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열심히 웃음을 참아야 했지만요.
Q <김종욱 찾기> 출연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이 작품 출연 이후에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역할 제의가 들어와요.(웃음) 
Q 당신은 김종욱과 남자 주인공 중, 어느 인물에 더 가까운가요.
실제로는 남자 주인공에 더 가까워요. 그래서 젠틀한 역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원 없이 했어요. (웃음)


김재범 (시즌 3 출연)
Q <김종욱 찾기>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시즌 2 때 멀티맨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서 김종욱  역으로 연락이 왔다.
Q 당신에게 첫사랑은 어떤 기억입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약속 시간에 늦어서 서로 엇갈리는 바람에(그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까) 놀이터에 서서 울었다. 근데 그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서 얼굴을 보자마자 웃었다.
Q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상대방이 가끔 돌발 행동을 할 때, 작품에 누가되지 않는 선에서(연출님이 안 계실 때) 서로 복수를 했다. 물이 담겨 있어야 하는 맥주병에 맥주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임모 배우가  물 대신 백세주를 넣어 놨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걸 마시는 내내 정체를 알 수  없어서, ‘이게 도대체 뭘까?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다음날 임모 형(멀티맨)이 집주인 아주머니 역을 할 때, 박카스를 줘야하는데 1.5리터짜리 페트병을 줬다(이걸 들고 공연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이건 다 에너지를  쏟게하는,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내는 장난들이었다.
Q 당신은 김종욱과 남자 주인공 중, 어느 인물에 더 가까운가요?
난 김종욱에는 하나도 안 가깝다. 하하하하.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