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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라카지> 김다현 [No.106]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2-07-30 4,990

 

그 남자의 팔, 김다현 

여자의 마음

 

 

“이병헌 같다. 고병헌이네, 고병헌.” 고영빈의 사진 촬영을 지켜보던 김다현이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파이팅 해보자는 남자들끼리의 격려가 아닌, 이성에게 보낼 법한 뉘앙스의 감탄사. 현장에 있던 스태프에게 “그치, 그치” 하고 동조를 구하는 그 모습은, 꼭 멋진 남자를 발견하곤 들뜬 여자 같았다. 우아해 보이지만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그런 여자. 반전의 매력을 가진 사람, 그건 배우 김다현의 모습이기도 했다. 가장으로서의 남자다움과 귀여운 여성 이미지, 어느 한 쪽에도 들어맞지 않아 매력적인 사람 말이다. “그거 다 옛날 이야기 아니에요?” 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김다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 나선 자연스레 출연 소감으로 대화를 옮겨간다. “이번에 참 힘든 역할을 선택했다는 생각은 해요. 제가 앨빈을 맡기에는 아직 어린데다, 저만의 앨빈을 만들어야 하니까 쉽진 않아요.” 앨빈은 그가 지금까지 맡아 온 게이 캐릭터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한 남자의 오랜 아내이자, 장성한 아들의 엄마인 동시에 유명 클럽의 관록 있는 스타 드랙퀸, 게이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앨빈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클럽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기 노력하죠. 그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아요. 한 마디로 사랑스러운 사람이죠.”

 

연습 시작 8주차, 김다현의 앨빈은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느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이제 20퍼센트 정도 만들어졌나? 공연 전까지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하지만, 캐릭터가 완성되는 건 무대에 올라갔을 때예요. 공연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났을 때, 완성되죠.” “천생 배우네요.” 라는 기자의 반응에 그는 “아휴”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 말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내가 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는지, 앙상블의 안무 연습을 보고 해답을 찾게 됐어요. 남자들이 여자 옷을 입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라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데, 자기의 삶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모습에 엄청 큰 감동을 받았어요. 남자든 여자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잘 살든 못 살든, 그냥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 이게 저의 포인트예요.” 말을 마친 그가 테이블 위의 녹음기를 자신 쪽으로 쓱 당겨갔다. “많이 보러 오세요오~ 내 말투가 원래 안 이랬던 것 같은데…” 그때의 말투가 어땠냐면(사실 그날 내내 그렇게 말했지만), 말하는 속도는 2배속 느리게 촬영하는 슬로우 모션 기능보다 더 느렸고, 입 안에서 사탕을 동글동글 돌리듯 말하는 발음이 묘했다. 그 자신도 헷갈려 하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고영빈이 답을 대신했다. “벌써 (게이로 출연한 공연) 몇 작품 째인데.”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작업해 온 사진가도 한 마디 거들었다.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어.” 끝으로 김다현이 말했다. “여성스럽다는 의미가 뭔지, 저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하지만 표현하는 게 쉽진 않네요. 흉내 내기에서 끝나면 안 되니까. 앨빈은, 진짜 여자여야 해요.”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6호 2012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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