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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1] <돈 주앙>의 김다현

글|박병성 |사진|김호근 2009-08-10 6,891

 

20대에 부르는 마지막 노래, <돈 주앙>의 김다현

 

세상에 시름 정도는 말간 얼굴에 씻겨나갈 것 같은 외모 때문일까? 김다현은 진지한 고뇌를 되씹는 캐릭터보다는, 그의 데뷔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이 감수성이 충만한 인물이나, <프로듀서스>의 철없고 순진한 회계사 레오와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에서 오히려 두각을 보였다. 순정만화의 왕자님 같은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을 것만 같은 선입견을 주는 그가 최근 <돈 주앙>에서는 ‘섬세하고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던 외로운 영혼’ 돈 주앙을 그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하게 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
‘꽃다현’이란 별명이 이번 작품에도 무용한 것은 아니었다. 광고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스페인 무희들과 어울려 그들을 유혹할 때 김다현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 주앙>에서 그의 외모보다 더욱 빛난 것은 단계적으로 감정을 고양해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감성이었다. 뮤지컬 <돈 주앙>은 호색한 돈 주앙이 마리아를 통해 사랑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자살을 한다는 매우 명쾌하고 분명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바람둥이에서 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로 변해야 하는 돈 주앙을 노래로만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김다현은 그 세밀한 감정의 변화들을 표현해내면서 최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돈 주앙>과 김다현의 인연은 깊다.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해도 그다지 과장이 아닐 정도이다. 원래 돈 주앙 역은 김다현의 몫이 아니었다. 그 역시 남자 배우라면 한번 무대를 통해서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돈 주앙 역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군대 문제로 인해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일이다. 그러나 작년에 결혼한 아내가 올해 출산을 하게 되면서 군대 문제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미 캐스팅은 끝난 상태라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인연이었는지 다른 공연장에서 <돈 주앙>의 협력연출인 김규종과 인사를 나누다가 추가로 돈 주앙 역을 선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뒤늦게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참여한 성남 공연은 별다른 배려가 없어서 먼저 시작한 팀을 따라 가느라고 애를 먹었다. 모든 곡이 노래로 된 공연이라 노래도 많고 펜싱을 비롯해서 익혀야 할 것도 많았다. 공연이 올라가기 2주 전에서야 가사를 다 외울 수 있었다. 각 노래마다 보여주어야 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시작했다. 전체가 노래로 되어 있다보니 드라마의 기승전결에서 중심 포인트만 잡고 갈 수밖에 없었다. “대사가 있으면 좀더 극한 상황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인데 그렇지 않다보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어요. 한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 비약도 심하고 굉장히 세련된 방식인데 우리 정서하고는 거리가 좀 있죠. 우리는 일일이 설명하면서 눈물 콧물 빼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노래 가사는 잘 안 들리기도 하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식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노래의 후반부로 가면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다음 장면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면서 전체 흐름이 느껴지도록 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정서나 이미지의 흐름을 만들어가며 연기를 한 것이다. 성남 공연에서 노래마다 감성을 명확히 하는 데 전념했다면 충무아트홀 공연에서는 노래 가사를 좀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좀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새로운 30대를 위하여
연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최근 김다현의 연기를 접한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깊이가 생겼다’는 평가다. 함께 하는 동료들도 이전보다는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훨씬 진지해지고 성숙했다고들 한다. 아무래도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에 생긴 성숙이 아니었을까 막연히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김다현은 주위에서 느끼는 그런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는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전과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너무나 사랑하고 지켜주어야 하는 사람이 갑자기 둘이 생겼으니 얼마나 세상이 다르게 보였을까. 게다가 <돈 주앙>은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면서 자살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정답도 없지만 너무 흔하게 말하는 답들이 너무 많죠. 어쩌면 평생 동안 단 한번쯤 할 수나 있을까 하는 것인데. 글쎄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김다현에게서 마치 돈 주앙이 회고담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격언처럼 정말 한 집안의 가장이 된 김다현은 달라 보였다. 특히 아이 이야기를 할 때 그랬다. 하루에도 수시로 영상통화로 아이의 얼굴을 본다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크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며 제법 어른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올 가을 그는 미뤄두었던 군대를 가야 한다. <돈 주앙>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을 때 가야 해서 아쉽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한다. “20대를 군대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20대를 보내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던 것이 군대였어요. 다행히 출퇴근 할 수 있는 현역이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요. 군대를 제대하고 나면 그만큼 더 나이도 들 것이고, 연륜도 쌓일 테니까 그때는 좀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도록 책도 읽고, 하고 싶은 작품들 준비도 하려고요. 제대할 때 제가 어떻게 변할지 저도 궁금해요.”
제대하고 난 후 작품이나 드라마, 영화 활동도 더 열심히 할 거라며 어찌 보면 그때를 설레며 기다리고 있는 듯도 보인다. 물론 말 그대로가 전부가 아니겠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걱정하는 마음보다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연극에 대한 미련도 어필해왔는데 이제는 서서히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연극은 대사의 기법이나 호흡 조절, 디테일한 기술과 순발력이 필요한데 그게 준비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나을 거 같았어요. 이제는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한다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고전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는 늘 새로운 작품을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다. 야다 멤버에서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헤드윅>처럼 컬트적인 작품에서 <프로듀서스> 같은 코믹물까지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왔다. 올 가을에 개봉하는 그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도 미스터리물이다. 그가 가진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더 잘할 수 있고, 덜 잘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는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 그런 것들을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연극만큼은 비교적 안정적인 고전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극을 하겠다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쨌든 <돈 주앙>으로 호평을 받는 순간에 군대로 가게 됐다. 그의 말대로 이런 시점에 군대에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는 좀더 많은 작품을 캐스팅 할 때마다 그의 제대가 기다려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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