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이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작품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타이타닉>은 1985년 타이타닉호 선체 발견 기사를 읽고 영감을 받은 모리 예스턴 작곡가가 피터 스톤 작가에게 이 사건을 전하면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후 1997년 초연했고, 같은 해 토니상 최고 작품상, 최고 오리지널 스코어상 등 다섯 부문에서 수상했다.
‘타이타닉호’ 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동명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거두며 전 세계에서 흥행한 덕분이다. 영화를 동명 원작으로 착각할 소지가 있어, 영화는 뮤지컬이 넘어야 할 산이다. 영화가 잭과 로즈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소재만 같을 뿐, 실화에 기반하여 인간 내면을 그리기 때문에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제작도 뮤지컬이 7개월 빠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타이타닉호’는 꿈의 선박이었다며, 당시 가장 컸던 움직이는 물체였다고 소개했다. 타이타닉호는 출항 5일 만에 빙산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비극을 맞이한다. “비극 속에서 사랑과 희생, 용기를 그린 뮤지컬”이라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타이타닉 배 규모는 11m 높이로 축구장 크기에 달한다. 뮤지컬에서는 그대로 구현하기 보다 관객이 배에 승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했다. 무대는 객석과 가깝게 앞쪽으로 많이 끌어냈다. 19인조 오케스트라도 부각되는데, 에릭 셰퍼 연출은 “타이타닉호 어디서나 연주자들이 연주하고 있었던 걸 부각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무대 디자인은 특히 모든 배우가 여러 배역을 소화해야 하는 점을 신경썼다. 폴 드푸 무대 디자이너는 영상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무대에서 의상을 교체한 뒤, 다른 공간에서 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갱웨이를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릭 셰퍼 연출은 배우들이 멀티 배역을 소화하는 점은 어떤 공연과도 다를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1등실 손님을 했던 배우가 3등실 승객이 되면서 (상황에 맞게) 행동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것은 공연의 큰 묘미”라고 강조했다. 여러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의도를 담았다.
배우들에게는 여러 배역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퀵체인지가 필수다. 작품에서 여섯 역할을 연기한다는 정동화는 “제일 퀵체인지가 많은 것 같아서 어렵지만 기쁘고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수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퀵체인지가 적지만 “10여 초 만에 갈아입고 나와야 한다”며 이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에릭 셰퍼 연출은 멀티 롤을 소화할 배우를 선발하기 위해 천 명이 넘는 배우들을 봤다며, “연출가로서 흔치 않은 기회였고, 멋졌다”고 말했다. “폭넓은 연령대와 외양을 지닌 인물을 뽑으려고 했다. 1등실부터 3등실 승객까지 각기 다른 외형적인 부분도 신경 쓰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려고 신경썼다”고 했다.
신 프로듀서는 “캐릭터에 맞게 10대부터 다양한 연령대 배우로 구성했다. 몰입할 수 있도록 원 캐스트로 뽑으려 노력했다. 앙상블쇼가 보여줄 에너지는 엄청날 거라 생각한다. 모두가 주인공이니 배우들을 주목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해, 출연진이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신 프로듀서가 소개한 <타이타닉>의 또 다른 강점은 음악과 대본이다. 2008년 <나인>으로 모리 예스톤 작곡가와 인연을 맺은 신 프로듀서는 “그의 음악 중 <타이타닉>이 최고고, 가장 세련되었다. 영화보다 더 강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 셰퍼 연출도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도록 정교하게 작곡됐다. 화성으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토리와 음악이 통합된 하나의 언어로 보여지는 시도가 성공적”이라고 자신했다.
신 프로듀서와 에릭 셰퍼 연출, 송원근까지 오프닝 시퀀스를 가장 인상적이라 꼽았다. 에릭 셰퍼 연출은 이 장면이 미국에서 공연된 작품 중 탑5에 포함되는 넘버라 설명했다.
<타이타닉> 오프닝은 15분 가량 이어지며 역동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송원근은 “배를 설계한 앤드류스부터 1등실, 2등실, 3등실 승객과 선원까지 모두 승선하고 출항하는 넘버”라며, 타이타닉호의 출발을 완성하는 넘버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후반부 슬픈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스틸(Still)’도 명장면 중 하나로 많이 꼽혔다. 1등실 승객 스트라우스 부부가 침몰할 때 부르는 노래다. 에릭 셰퍼 연출은 “실제 메이시스 백화점을 운영한 부부다. 배가 가라앉으면서 정신없는 가운데 두 사람은 고요하게 삶을 돌아보고 여전히 사랑할 것을 다짐한다”며 인류애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감정이 승화되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 노래를 부르는 김봉환은 “확실치는 않지만 아름답게 생을 마감한 부부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시민장을 치렀다고 들었다. 그만큼 존경받는 인물인데 참여하게 돼서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임선애는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며 작품을 하게 된 것에 감사를 표했다.
<아이다>, <아리랑> 등에서 애절한 역할을 최근 많이 소화한 윤공주는 “연출 방향이 정확해서 잘 따라가려 하고 있다. 전작과 달리 밝고 말 많은 활달한 역할이라 오랜만에 신나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연기할 앨리슨 캐릭터가 눈치 없는데 실제와 다른 점으로 꼽았다.
임혜영은 “표현 방식이 기존 공연과 다르다. 동선이나 (인물의) 정서를 생각하고 표현하면 연출님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줬다”며 다른 표현 방식을 느끼면서 집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에릭 셰퍼 연출은 “집중력이나 힘이 정말 많이 필요한 공연”이라며 “공연이 끝날 쯤엔 감정에 이입돼서 휘몰아치는 기분을 느끼면서 보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를 향한 꿈도 재차 피력했다. 그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 <닥터 지바고> 등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였는데, 세 번째 작품은 <타이타닉>이 될 것이라 밝혔다. 한국보다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선보이고자 준비 중인 작품도 두 작품 더 있다며, <타이타닉>으로 성공하고 싶고, 관객들이 브로드웨이에 방문했을 때 오디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타이타닉> 브로드웨이 공연은 2018-19 시즌에 공연하는 걸 목표로 긍정적으로 진척되고 있다며, 토니상 베스트 리바이벌상 수상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넘버를 처음 공개한 쇼케이스 행사로 기대를 높인 <타이타닉>은 11월 10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여 2018년 2월 1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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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타이타닉> 뮤지컬, 실화에 기반한 인류애 그린다(제작발표회)
글 | 안시은 기자 2017-10-25 3,512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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