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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K뮤지컬컴퍼니 제작 <웃는남자>, 세계 시장 겨냥한다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2018-03-14 7,304

“전 세계에 풀 라이선스로 진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웃는 남자>가 오는 7월 제작 준비 5년 만에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웃는 남자>는 캐스트 공개 전 창작진들과의 만남부터 마련했다. 그만큼 작품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연습에 돌입하지 않은 시점임에도 무대부터 의상, 분장, 연출까지 90% 이상 완성한 상태라는 것. 

<웃는 남자>는 당초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창작 뮤지컬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창작 뮤지컬의 자리는 <마타하리>에 내줬다. 작품에 더 많은 공을 들인 셈이다. 

175억여 원을 투자한 데서도 기대감은 드러난다. <웃는 남자> 총괄 프로듀서인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영상 중심으로 제작비를 줄이는 시대지만, 누가 봐도 한국이 제작에서 세계 최고란 걸 보여주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에서 같이 일했던 프로듀서가 “재공연을 하는 기준은 관객을 울리는 공연”이라 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감동받은 공연은 그 느낌이 그리워 다시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웃는 남자> 또한 마음을 움직이는 공연이 될 거라 확신했다. “워크숍을 하면서 우리 작품에는 매료될 스토리와 매일 듣고 싶을 정도의 음악이 있다고 자신하게 되었습니다.”


<웃는 남자>의 시작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웃는 남자>의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영화 ‘웃는 남자’를 보고 큰 감명과 영감을 받은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아직 한국에 있던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전화했어요. 비행기에서 이 영화를 꼭 보라고. 프랭크 와일드혼도 저만큼 많이 매료됐어요. 이후 김지원(EMK인터내셔널), 엄홍현(EMK뮤지컬컴퍼니) 두 대표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계획도 말했어요. 두 대표도 듣자마자 공감하고 함께 하기로 했어요.”

요한슨 연출의 열정으로 크리에이티브팀도 모였다. 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과는 빅토르 위고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도 방문하며 리서치에 공을 들였다. 
 

“부유한 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지은 것이다”


이야기
영화 ‘웃는 남자’의 원작은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 소설이다. 극심한 신분 차별이 이뤄지던 17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어린이 인신매매단인 콤프라치코스에 당하던 그윈플렌을 중심으로 극도의 빈부격차가 만들어낸 비뚤어진 세상에 대해 말한다. 그윈플렌의 찢겨진 입은 영화 ‘배트맨’의 조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뮤지컬은 영화에서 출발했지만, 원작 기반은 소설이다. “영화를 보고 푹 빠진 후 바로 소설을 다시 읽었습니다. 영화엔 소설에 없는 것도 있었고, 무대화를 위한 아이디어와 영감은 빅토르 위고의 목소리와 인용구 등 소설에서 받았어요. 영화는 몇 년 전 본 이후론 안 봤고요. 전 세계 사람이 공감하고 (그들을) 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로버트 요한슨 연출)

요한슨 연출은 빅토르 위고가 쓴 <레 미제라블>과 달리 <웃는 남자>는 주요 캐릭터가 여섯 인물뿐이라 방대한 스토리를 표현하는 것이 수월했다고 했다. 음악도 40곡 이상 쓰였지만 공연 시간은 2시간 30분(인터미션 제외)에 불과하다며 흐름이 매끄럽고 빠르다고 강조했다. 


음악
음악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잭 머피가 작사를 맡았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기내에서 요한슨 연출이 추천한 동명 영화에 매료되어, 세 번째 볼 때는 작곡을 시작했을 정도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부자들과 가난한자들의 세상”을 뮤지컬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그는 <웃는 남자>는 다른 작업과 달랐다고 영상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부분 한곡씩 차근차근 작업해서 뮤지컬을 완성했는데, 이번에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한 번에 써내려갔습니다.”

잭 머피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잘 알지 못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고 영상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내 와일드혼의 열정에 반해 참여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감미롭고 서정적인데, 이번에는 집시 시대 음악에 영향을 받아서 그걸 바이올린 선율과 만돌린, 포크 기타 등을 추가해 표현하는 점이 새롭게 독창적으로 시도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대본에 맞춰서 장점인 대중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드라마를 펼쳐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점도 전과 다른 점이라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점도 독특하다. 

“메인 테마는 리프라이즈 형태로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한 가지 정서뿐 아니라 희노애락을 한 선율로, 여러 방면으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표현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주인공의 정서, 처절한 삶, 분노, 희화화된 모습까지 계속 변주하면서 주인공 정서를 대변합니다.” (김문정 음악감독)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지난 겨울 진행한 워크숍에서 “모두 <지킬 앤 하이드> 이후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며 프랭크 와일드혼이 쓴 음악을 극찬했다. 넘버 중에서는 ‘그럴까?(Can It Be?)’가 많이 언급되어 기대를 높였다. 


무대와 의상, 분장
소설 속에서 언급된 ‘부유한 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지은 것이다’는 <웃는 남자>에서 핵심 문구다. 무대와 의상을 각각 디자인한 오필영 디자이너와 그레고리 포플릭 디자이너는 이 구절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웃는 남자> 무대 디자인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가난한 자들의 세계는 상처가 가득하지 않나 생각했고요. 부유한 자들의 세계는 상처를 입어도 가리기 위해 과장되고 두껍게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입을 것 같다는 시점에서 작업했습니다”(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는 요한슨 연출이 “한 시대극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집중했다. 다양한 시대를 주목했다. 

“영국 낭만 시대, 엘리자베스 시대 등 다양한 시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발렌시아가와 비비안 웨스트우드까지 담으려 했고요. 한 시대를 특정할 수 없겠지만 드라마틱한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조시아나 공작부인, 콤프라치코스, 우르수스(왼쪽부터) ⓒ그레고리 포플릭

‘세계(World)’. 즉, 세상이 어떻게 분리되고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185개의 의상을 완성했다. 

분장에서 핵심은 그윈플렌의 찢어진 입을 표현하는 일이다.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는 <웃는 남자>를 맡은 후 길거리를 다닐 때 한동안 사람들의 입만 보고 다녔다며 웃었다. 주인공인 그윈플렌의 입을 멋있게, 또 잔인하게 찢어지도록 특수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캐스팅
관심사는 단연 누가 출연하느냐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캐스팅만 2년여에 걸쳐 진행했다. 로버트 요한슨은 “무대에서 가장 많은 스타 배우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엄홍현 대표 또한 “대본을 보고 훌륭한 배우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며 힘을 실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짧은 소절을 부르는 배우들까지 신경써서 캐스팅하느라 과정이 그만큼 힘들었다. 주·조연뿐 아니라 단역까지 음색부터 이미지까지 매칭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웃는 남자>는 SBS와 인터파크가 주요 투자자로 나선다. 엄홍현 대표는 당장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가는 것에 투자자들과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7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연이어 공연한다.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만큼 더 오래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두 번으로 나눠 공연하게 된 것인데, 엄 대표는 두 번 정도 공연하면 BEP(손익분기점)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내비쳤다. 

<웃는 남자>는 오늘(3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하남아트센터를 대관해 장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5년에 걸친 준비의 결과물은 오는 7월 처음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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