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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로봇을 소재로 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품”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8-08-13 3,960
2014년부터 작품 개발을 시작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가 지난 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했다. ‘노인과 로봇’이라는 소재로 스스로를 고립시킨 여성 엠마가 가짜보다 더 진짜같은 도우미 로봇 스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감정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박해림 작가가 학교 수업 당시 만든 20분 분량의 짧은 공연에서 출발해 45분에서 1시간까지 발전시키면서 90분 분량의 본 공연까지 이르게 되었다. 연습 중간에는 손지은 연출이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면서 박해림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박해림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여러 문제도 있었지만, 즐겁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창작 과정에서 지키려 했던 큰 틀은 “기억을 등진 채 살아가던 여자가 자신의 기억을 대면하게 되면서 이를 인정하고 집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 소개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지역 혹은 공간 배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등장 인물의 이름이 영어인 것은 “처음 시작할 당시 영국 도버 출신이라는 국적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박해림 작가는 말했다. 

“(극 중 인물은) 영국 도버 출신으로 70년대 시대성을 부여해서 엠마와 스톤의 의상을 만들었다. 그러다 국적을 뺀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가면서 (현재는) 시대성만 남게 됐다. ‘엠마’란 이름은 영국이란 배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택했다. ‘스톤’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이름이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한국식 유머다. 유치한 말장난인데, 스톤만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부여하면서 지금과 같은 제목을 택했다.”

박윤솔 작곡가는 처음 대본을 받고 “70대 노인이 무슨 노래를 부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막막했다고 고백했다. “할머니를 떠올려봐도 마늘까면서 민요를 흥얼거리던 것만 기억났다. (결국) 엠마가 편안하게 부르고, 들을 수 있는 곡을 쓰려 했다. 그렇게 만든 노래를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팁도 받으면서 완성했다”고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한동안 라이선스 뮤지컬에 출연했던 정영주는 오랜만에 창작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다. “첫 뮤지컬이 창작이라 의무감 같은 게 있다. 항상 창작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대한민국 뮤지컬을 키우는 가장 큰 힘은 창작이기에 많이 공연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에 출연하는 또다른 이유로 대본을 꼽았다. “대본을 보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함께 만나 눈을 쳐다보니 모두 저와 같은 마음 같았다. 치열하게 치고 받기도 하면서 열정을 가득 쏟은 작품이라 자랑스럽고 함께하기 잘했다”고 자평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공연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늙고 힘없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정연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까 싶었다”며 “무대에서 이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준 작가님에게도, 제작을 기꺼이 하겠다고 한 대표님에게도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최약자인데다 자신이 거부하고, 싫어서 망각해버린 인생을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더이상 성장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연령대의 인물인데, 더 성장할 게 있다고 얘기해주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제게는 큰 매력이다”

유연도 “여자의 관점에서 보는 작품이 많이 없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정말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처럼 따뜻한 작품에 따뜻한 배우를 모시고 싶습니다’란 메시지와 함께 작품을 처음 보내주셨을 때도 감동이었고, 작품을 읽은 후에도 감격스러웠다”고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작품을 보면 어려운 부분도,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저희도 이 안에서 혼란을 겪는데, 배우로서 이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받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행복하다”



독회 공연에 참여했던 이휘종은 이후 달라진 점으로 “내용”을 꼽았다. “독회에선 엠마의 딸이 (명확히) 보였지만, 지금 공연에선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없는 존재가 됐다. 노래도 조금 더 추가되었고, 버나드 역도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독회 때는 엠마와 스톤 간의 이야기가 더 강했다면, 공연에선 엠마의 관점과 시점에서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상호는 좋아하는 장면으로 ‘밖으로’를 택하며, “엠마와 로봇이 처음 함게 밖으로 같이 나가서 첫발을 함께 내딛는 순간을 표현하는 넘버와 장면, 영상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이율은 “매 작품이 같은데, 이번에도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작품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스톤의 의상은 청바지와 흰 셔츠에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멜빵을 메는 형태다. 이휘종은 “보기처럼 편한 의상은 아니다. 로봇을 표현한다기 보다 엠마의 기억 속 스톤의 옷이라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로봇이니까 의상은 껍데기일 뿐”이라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상호 역시 “공연의 스포일러일 수 있는데, 엠마 기억 속에 있던 남편 스톤의 정형화된 모습 혹은 스톤의 개인적 취향”이라 생각했다며, 청바지는 “로봇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질감”으로 만들었다고 의상디자이너가 해준 말을 들려주었다. 조끼와 멜빵을 모두 착용하게 된 것에 대해선 “피팅을 하면서 하나씩만 입어보기도 했는데 밋밋했다”고 덧붙였다. 



최석진은 버나드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혼자 해야 하는 것”을 꼽았다. “계속 혼자 나와 혼잣말하고, 생각을 계속 말로 뱉는다”며 “눈을 보며 말하고 싶고,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전엔 이런 역할을 해보지 않아서 계속 혼자 하는 게 외로웠지만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은은 미아를 “공식적으로는 엠마의 딸이지만, 엠마가 (스스로) 키워온 본인 자신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엠마의 다른 한 부분을 연기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한편, 창작 초연을 개막한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는 10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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