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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배우들이 펼치는 블랙 코미디의 향연…<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8-11-15 5,937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이하 <젠틀맨스 가이드>)가 지난 9일 개막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로이 호니먼이 쓴 소설 『이스라엘 멘트-범죄자의 자서전』(1907년작)을 원작으로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무대와 달리 몬티 나바로의 책상과 일기장을 콘셉트로 꾸민 무대를 바탕으로 한국 정서에 맞춰 번역과 각색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한 프레스콜에서는 ‘서곡’, ‘너는 다이스 퀴스’, ‘왜 가난하고 그래’, ‘레이디 히아신스를 해외로’ 등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동연 연출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이 모두 참석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무대 중앙에 위치한 대형 일기장과 앞에 놓인 책상이 주요 무대다. 김동연 연출은 “몬티가 쓴 회고록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과정과 변화를 직접 무대화해서 보여주자”라는 콘셉트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몬티 나바로의 내레이션이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극 중간에는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동연 연출은 “극중극으로 보이게 해서 사람이 계속 죽는 것이 희극적 요소로 관객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몬티 나바로 역은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가 연기한다. 김동완은 뮤지컬을 좋아해서 여러 작품을 했지만 꾸준히 해온 것이 아니라서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데 <젠틀맨스 가이드>는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끌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든든했고, 연기를 보고 있어도 즐겁고 흥분이 되고 있다며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공연하면서 다이스퀴스 역을 맡은 배우들이 관객만 웃겨야 하는데 다른 배우들까지 웃기려고 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웃음을 참기 어려운 때도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뮤지컬은 하다 보니 언제 100%의 무대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날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연석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구동매 역으로 열연한 후 차기작으로 뮤지컬을 택했다. 유연석은 쉬고 싶었지만 드라마 종영 후 휴식차 떠난 미국행 비행기에서 받은 대본과 음악을 보고 듣고선 이대로 연말을 보내기엔 아쉬울 것 같아 <젠틀맨스 가이드>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2주 지났을 때 ‘이 정도 쉬었으면 됐지. 한국 가서 좋은 작품에 참여해야겠다’ 해서 하게 됐어요. 연습을 할수록 작품이 매력적이었어요. 요즘 한국에 이런 뮤지컬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거리도 다양했고요. 블랙 코미디지만 음악은 클래시컬해요. 공연 시작하고 반응이 좋아서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유연석은 <젠틀맨스 가이드>를 하면서 힘든 점으로 퇴장이 거의 없는 점을 꼽았다. 몬티가 작품을 끌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에 무대에 계속 있을 때가 많아서 물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클래시컬한 발성으로 해야 하는 노래도 부담이 커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유연석이 <벽을 뚫는 남자> 이후 거의 매년 무대에 서고 있는 이유는 무대를 향한 애정 때문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시작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난 이후에는 기회가 된다면 꼭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습니다.”

TV로만 그를 봐온 시청자에겐 무대에 선 모습이 낯설 수도 있겠지만, 연말에 시청자들을 (관객으로)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서경수는 “이야기와 극 중 인물들과 소재를 풀어가는 과정이 좋았고 끝내줬기 때문에 출연 여부를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며 작품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였다. 서경수의 말을 듣고 있던 김동완은 “배우들끼리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계속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서경수가 열심히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어려운 점으로는 “적정선의 적잘함을 찾는 것”이라 말했다. 지금도 찾고 있는데, 공연이 끝나는 1월까지 행복하게 공연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인물들은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이 연기한다. 에스퀴스 다이스퀴스 주니어(귀족 2세 멋쟁이), 애덜버트 다이스퀴스 경(하이허스트성의 여덟 번째 백작), 에제키엘 다이스퀴스 목사(성직자), 에스퀴스 다이스퀴스 시니어(늙은 은행가), 헨리 다이스퀴스(시골의 대지주), 레이디 히아신스 다이스퀴스(자선 사업가), 바르톨로매오 다이스퀴스 소령(보디빌더), 레이디 살로메 다이스퀴스(배우), 천시 다이스퀴스(감옥 관리인)까지 총 아홉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오만석은 “코미디 작품을 좋아하는데 기회가 잘 맞지 않아서 오랜만에 하게 됐다.”며 “미국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라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코미디로 전환하기 위해 어떻게 표현할지 얘길 많이 나눴고, 번역이나 가사도 고민해서 더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게 했다.”고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준비 과정이 재밌으면서도 힘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코미디 뮤지컬이 많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의미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만석은 퇴장 후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아홉 명을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해도 타고난 목소리와 외모 등 타고난 한계가 있어 어렵다고도 했다. “목소리, 제스처, 소품, 의상 등으로 간략하게 변화한 모습으로도 충분히 캐릭터를 보일 수 있게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더 중요한 건 다이스퀴스가 후계자라 다르면서도 같은 핏줄의 인물이라는 것도 보여줘야 해서 그 두 가지를 함께 소화하는 게 숙제였습니다.”



한지상은 맡은 역할에 대해 “몬티의 대서사시와 응징, 드라마가 빛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몬티 역할의 섬세한 점이 다이스퀴스를 빛나게 해주는 것도 같다고 했다. 

다이스퀴스는 퀵체인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 뒤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스태프들이 안무를 하는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15~20초 안에 옷을 십여 벌을 갈아입고 있다고 했다. “(퀵체인지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예술입니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백조인 마냥 웃을 수 있습니다. 뒤에서 고생하시는 스태프분들 고생도 덤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이규형은 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 무대에 선다. 평소 코믹한 역할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팬레터>, <사의 찬미> 등 뮤지컬뿐 아니라 JTBC 드라마 <라이프>까지 “우울하거나 어두운 역할을 연이어 해서 스스로 발산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좋은 작품이 들어와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1인 9역에 끌려서 작품을 택했다는 이규형은 연습하면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몬티의 드라마를 관객들이 받아들일 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규형 역시 “미국식 코미디를 한국 정서에 맞게 수정”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연습 중 70%는 이 작업에 신경쏟았을 정도로 대사와 가사, 장면을 바꿔가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 배우들에게 아홉 인물 중 가장 어려운 캐릭터는 무엇이었을까? 오만석은 삼류 연기를 하는 ‘레이디 살루메’를 택했다. 원작은 『헤다 가블러』를 인용하는데, 그걸 우리 식으로 재해석 하는 것이 숙제였다고 공개했다.  



한지상은 에스퀴스를 어려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 인물의 콘셉트를 ‘골반’으로 택했는데, 작은 골반으로 쉼없이 돌리다 보니 골반이 나갈 것 같아서 힘들고 어렵다는 말로 고충을 재미있게 털어놓았다. 

이규형은 “2막에서 애덜버트의 드라마가 꽤 나온다.”며, 한지상이 시연한 애덜버트 백작에 대한 애착을 표했다. 



임소하는 몬티의 연인인 시벨라 홀워드를, 김아선은 몬티의 약혼녀인 피비 다이스퀴스를 원 캐스트로 연기한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외국의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여배우는 영화든 영상이든 다 찾아봤다.”고 말했다. 1막과 2막에서 달라지는 시벨라의 정서를 극대화해서 표현하면 더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고, 관객들도 더 이해하고 사랑스럽게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연기 방향에 대해 들려주었다. 



김아선은 “피비 역시 다이스퀴스 가문이라 그 피가 어딜 가지 않는다.”며 엉뚱발랄한 DNA를 가진 여인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면 “동화같은 사랑을 갈망하며 백마탄 왕자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선이 생각한 피비는 귀족이지만 시골에서 자랐고, 문학소녀 같은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코미디 작품이라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즐거움이 내내 묻어났다. 한지상은 “코믹한 요소를 종합선물세트로 담아 공연한 느낌이라 후련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팀의 조합이 환상적이라 분위기가 정말 좋다. 왠지 공연이 다 끝나면 (함께) 여항갈 것 같은 (느낌이다.)”라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유연석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에 일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며, “볼거리가 다양하고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공연인 만큼 연말 공연 시장에서 경쟁력이 분명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헤드윅>을 마친 후 <젠틀맨스 가이드>의 제작사 쇼노트가 세부로 포상휴가를 보내줬는데, 이번 공연도 잘 되어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 따뜻한 나트랑으로 떠날 수 있길 바란다며 작품의 성공을 기원했다. 



2014년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외부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 어워드 수상작으로,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9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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