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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뮤지컬로 탄생한 <영웅본색> “영화 한 편을 찍는 기분”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20-01-03 3,997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만든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가 선보인 <영웅본색>이 한전아트센터에서 12월 17일부터 공연 중이다. 홍콩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새롭게 창작한 뮤지컬이다. 




지난 2일 프레스콜에선 70여 분 간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무대 전면에 LED를 활용하고, 배우들은 무대 전면을 활용하며 가득 채웠다. 시연 후에는 공연에 출연 중인 유준상, 민우혁,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 최대철, 박민성, 박인배, 제이민, 송주희, 유지, 이정수, 선한국, 문성혁, 이희정 등 주역들이 기자간담회에 함께했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은 어두운 정서와 화려한 총기 액션을 바탕으로 홍콩 누아르를 태동시키며 트렌드를 선도했다.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하며 많은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그랬던 작품인 만큼 뮤지컬로 어떻게 탄생될지 이목이 쏠렸다. 



뮤지컬화를 위한 왕용범 연출의 선택은 LED를 전면에 활용한 것이다. 유준상(송자호 역)은 “(왕용범 연출이) 스크린을 천장부터 3단으로 깔아서 모든 신을 (영화처럼) 구현한다고 했을 때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다”고 했다. “모든 스태프들이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다. (기존 시설에) 바텐을 새롭게 달아서 했다. 정말 많은 장치가 달려 있어야 한다”고 많은 공을 들인 작업이었음을 설명했다. 

유준상은 세트가 많아서 “무대 스태프들이 뒤에서 많은 무대 장치를 빼고 움직인다. 매 신을 스태프, 배우들이 같이 편집하는 무대라 정말 새롭다. 30년 전 영화 서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고 했다. 



새롭게 보여주는 무대 장치가 많은 만큼 걱정도 많았다. 유준상은 “연습할 때는 스크린(영상)이 뒤에서 변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얘기대로 안 변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완성된 무대를 보고는 “혁신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속도 조절을 잘하면서 마치 영화 한 편을 찍는 듯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관객 분들이 잘 보고 계신지 걱정하기도 했는데 커튼콜 때 열광해주셔서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개막 후 느낀 점을 말했다. 



한지상(송자걸 역)은 “뮤지컬은 무대예술이라 영화처럼 편집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영화와 차이를 언급하며 “편집 없는 무대에서 인간이 편집해야 한다. (영화처럼) 인간이 야무지고 차지고 맛있는 템포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면 전개가 빠른 작품 특성상 퀵체인지도 많다. 한지상은 “자걸은 1막에서만 퀵체인지를 10번 정도 한다. 스피드를 내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서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역을 맡은 박영수도 “퀵체인지가 많아서 급히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에 등장할 때가 많다”며 때문에 “노래를 아름답게 들려드려야 하는데 호흡이 거칠 때가 있다.”는 점을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역시 자걸 역을 맡은 이장우는 <영웅본색>이 첫 뮤지컬이다. 이장우는 뮤지컬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연기일 거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해보니까 장난이 아니었고, 너무나 달랐다. 각기 맞는 연기가 따로 있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한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고 새롭게 경험한 점을 말했다. 



<영웅본색>에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당년정', '분향미래일자' 등 영화 속 OST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배우들도 음악을 작품의 매력으로 많이 언급했다. 유준상은 “들으면 바로 아시는 곡들이다. 원곡 작곡가, 작사가를 만나서 허락받았고, 이성준 음악감독이 편곡했다”고 소개했다. 박민성(마크 역)은 “귀에 익은 명곡이 많다. 그 곡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영웅본색>은 주윤발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성냥개비를 입에 문 이미지로도 강렬하다. 이 역을 연기 중인 박민성은 “성냥개비, 트렌치코트 등 여러 오브제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감성이 곳곳에 포진돼있다”고 매력을 말했다. 

같은 역을 맡은 최대철은 “최대한 멋있어 보이지 않으려 했다”고 연기하면서 중점둔 부분을 언급했다. “무용을 전공해서 선이 예쁘게 나오더라. 한국무용 같아 보일까봐 최대한 멋내지 않으려고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마크가 항상 총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총을 쓸 수 있도록 항상 꺼내고 호주머니에 차는 걸 많이 연습했던 것이 공연에도 도움됐다고 했다. 

박민성은 “원작은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해도 아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저만의 색깔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순간 살아있는 느낌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초점을 맞춘 부분에 대해 말했다. 




전과자들의 갱생을 돕는 견숙 역으로 문성혁이 출연히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극 중 뮤지컬 넘버 '스탠드 업'은 경쾌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자신을 “휴게소 같은 배우”라고 칭하며 “동시대에 (세계를 휩쓴) 마이클 잭슨 광팬이었는데, 그 코드를 넣으면 작품과 어울리지 않겠냐는 의견이 문성일 안무 감독과 일치한 후부터 신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성혁은 “견숙은 즐거운 캐릭터로 변화했다. 그래서 책임감이 컸다. 원작 색깔을 해치지 않으면서 보실 때 기분 좋게 쉬어갈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공연 시작하고 50분 있다가 나온다.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등장 전까지 엄청나게 준비한다.”고 맡은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유준상은 “문성혁 배우는 반백한살(세는 나이 51세)이다. 그런 몸놀림이 나온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아직까지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한다는 게 항상 놀랍다”고 칭찬했다. 



뮤지컬에선 아성 캐릭터가 원작보다 부각된다는 질문에 박인배(아성 역)는 “영화를 보고 아성에게 매료됐다. 멋있었다. 정글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게임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 괜찮았다”고 뮤지컬을 하기 전부터 호감을 느낀 캐릭터였다고 했다. 

그가 어려움을 느낀 점은 음악 분위기였다. “음악이 표현하는 캐릭터결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묵직함과는 차이가 났다고 느꼈다. 접점을 찾느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뮤지컬에서 아성의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쁜 인물이지만 멋있게 보일 수 있게 의상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셔서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영웅본색>은 남성미가 물씬 풍겼던 작품이다. 때문에 여성 캐릭터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페기 역을 맡은 제이민은 “남성 중심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인간애적으로 느껴졌다. 같이 공감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이라며 성별 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민우혁은 “의리라고 하면 남자들의 상징 같았는데, 2020년인 현대에는 공통 정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관객 분들께서도 응원과 호응을 해주시더라”며 <영웅본색>이 전하는 정서가 남성들만의 전유물일 거라는 편견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아성에 밀려 실권을 빼앗기는 흑사회 보스 요선생 역은 김은우가 맡고 있다. 유준상은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배우다. 빛나는 연기력을 무대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다. 연기를 보면 왜 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다.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분들은 <영웅본색>을 보러 오시면 된다”고 치켜세웠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마이크를 잡은 한지상은 앙상블에게 공을 돌렸다.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셔서 단합이 잘 되고 있다. 그런데 기둥처럼 떠받치고 있는 앙상블 배우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칼같은 예술성에 매번 놀란다. 그 부분을 주목해달라”며 칭찬했다. 

참석한 배우 중 맏형인 유준상은 “공상과학에 나올 것만 같았던 2020년이 됐다. 사회가 힘들어지고 각박해지는데 무대에서 보여주는 우정, 사랑, 의리를 보신다면 살면서 더 큰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고, 관계도 더 많이 회복하고 많은 것들이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좋은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나이로 65세까지 보고 있다. 그 정도로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혁신적인 창작 뮤지컬이 나왔고, 작품을 본 중국, 홍콩 관계자 분들의 계약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이 일본에 진출한 것처럼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뮤지컬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영웅본색>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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