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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민우혁, 상상할 수 없는 사랑 [인터뷰]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 | 에이콤 2023-02-13 2,153

<영웅> 민우혁

상상할 수 없는 사랑

 

 

뮤지컬배우 민우혁의 무대 연기 속에는 언제나 사랑이 묻어있다. 그 사랑은 매번 다른 모습이다. 그 스스로 배우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은 <레미제라블>에서는 혁명을 이끄는 힘으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프랑켄슈타인>에서는 강렬한 우정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애국심이다. 뮤지컬 <영웅>에서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 중장 안중근 역으로 돌아온 민우혁은 이번 작품의 메시지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영웅>에 참여하지만, 이전부터 작품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2017년에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처음 출연했어요. 김희갑, 양인자 선생님 특집이었고 저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기로 했어요. 편곡한 노래를 혼자 흥얼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장부가'를 이어 부르고 있더라고요.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장부가’를 한 곡에 녹여내면 잘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영웅>의 무대와 비슷한 느낌의 무대를 꾸몄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죠. 김희갑, 양인자 선생님은 <명성황후> 작사·작곡에 참여하셨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제작사에 "민우혁이라는 친구가 <영웅>을 하면 좋겠다"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었지만, 당시에는 대극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적을 때라 뮤지컬배우로 더 성숙해지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죠.

 

결국 안중근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영웅>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여느 때보다 작품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데, 작품에 참여하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2014년에 처음 작품을 보고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늘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었지만, 막상 작품을 하게 되니 부담감이 굉장했어요. 연습할 때는 무대에 서는 것이 무섭고 확신이 없었죠. 어떻게 하면 <영웅>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집중력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지금은 자신감이 좀 붙었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지난 12월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3월부터는 블루스퀘어로 극장을 옮겨 5월까지 장기 공연을 하는데 앞으로가 기대가 돼요.

 

 

공연 중에 가장 긴장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안중근 의사의 재판 장면에서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기 직전에는 항상 긴장해요. 처음 연습할 때 작곡가님이 제게 너무 의지가 앞서 강한 면모만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막바지로 갈수록 너무 집중하니까 의지만 남아 강하게만 노래를 부르게 된 거죠. 그렇다고 해서 힘을 빼고 감정적으로 부르면 가사가 잘 전달되지 않아서 완급 조절이 필요한 장면이에요. 지금은 이토의 열다섯 가지의 죄목을 하나씩 얘기하면서 차차 감정을 쌓아가려고 해요. 재판장에서 안중근이 열다섯 가지의 죄를 말하는 이유는 이토의 죄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인데 '누가 죄인인가'가 끝날 때 함성이 터져 나오면 관객에게 안중근 의사의 목적이 잘 전달된 것 같아 희열을 느껴요.

 

함께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배우는 <영웅>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하죠. 선배들과 같은 역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아요.

정성화, 양준모 선배는 저의 첫 대극장 작품인 <레미제라블>을 함께 했어요. 후배가 세월이 지나 선배들과 같은 역할 로 무대에 서는 것을 뿌듯해 하시면서, 늘 진심으로 응원해주세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선배들의 리허설을 다 챙겨봤어요. 정성화 선배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친근한 면모를 자주 보여주시고, 양준모 선배는 강인한 면모를 많이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영웅>을 잘 이끌어 온 선배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민우혁의 안중근은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저는 눈물이 많아요. 많은 관객분께서 공연을 보시고 이렇게 오열하는 안중근은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수의를 입을 때는 많이 울어요. 관객분들도 많이 우는 장면이라 덩달아 더 우는 것 같아요. 너무 울어서 수염이 떨어진 적도 있어요. 하하하. 눈물, 콧물을 많이 흘려서 입을 더 벌리면 수염이 완전히 떨어질까 봐 입을 크게 못 벌리고 '장부가'를 불렀죠.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오열해서, 울면서 음정과 가사를 맞추는 것은 훈련이 되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요. (웃음)

 

 

안중근 의사의 왼쪽 약지를 표현하는 단지 동맹 키트를 직접 만드셨다고요.

원래는 손가락을 접어 테이핑을 하고 무대에 서요. 리허설 때 해봤는데 불편해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무대에 서지 않을 때는 빼놓을 수 있게 근육 테이프를 뒤집어서 솜을 넣고 골무처럼 끼울 수 있는 소품을 만들었어요. 선배들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14년 만에 처음 나온 아이디어라면서 잘 끼고 계세요. 마음에 드셨는지 이제는 각자의 편의에 따라 맞춤 제작 의뢰까지 하세요. (웃음)

 

실존 인물인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면서 공부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저격하기 전 총알이 더 깊숙이 박히라는 염원을 담아 총알에 십자가를 새기셨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간절하셨을지 울컥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이토를 권총으로 쏘기 전 기도하는 장면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 이번 시즌은 <영웅>의 첫 장기 공연이어서,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많은 기념일을 알게 됐어요. 연습 중이던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일이고, 밸런타인데이로 잘 알려진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이에요. 오는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일이죠. 이날을 다 기념할 수 있는 시즌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아요.

 

 

직접 연기하면서 알게 된 안중근은 어떤 인물인가요?

한동안 "우리 후손들을 위해"라는 말에 꽂혀 있었어요. 저는 제 행복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라 알지도 못하는 미래 후손을 더 나은 세상을 살게 해주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죠. 그래서 안중근 의사는 신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는 기도를 잘 안 하는데 요즘은 매일 기도해요. 관객분들에게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의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요. 그만큼 안중근 의사를 닮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공연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요즘은 모든 게 감사해요.

 

올해로 뮤지컬배우 데뷔 10주년을 맞았어요. 야구 선수로 시작해 가수를 거쳐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뮤지컬배우라는 직업이 자랑스러워요. 가능하다면 생의 마지막까지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야구 선수와 가수로는 실패를 맛봤지만, 그 실패가 뮤지컬을 하기 위함은 아니었나 생각해요. 야구를 하면서 얻은 체력, 가수를 하면서 겪은 무대 경험을 뮤지컬배우가 되어서 잘 활용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금전적인 여유가 많이 없었어요. 다른 분들은 레슨도 받고 그러는데 저는 여유가 없어서 무작정 먹을 것을 사 들고 선배들 방에 찾아갔죠. 선배들이 레슨을 녹음해 듣는 것을 옆에서 들으며 도둑 레슨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후배들이 제게 조언을 많이 구해요. 그러면 저도 선배들에게 묻는게 최고의 레슨이라고 말하죠. 현재 무대에 서는 분들이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이니까요.  

 

작품을 통해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영웅>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안중근 의사는 우리 국민들이 나라를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셨어요. 공연을 하면서 나라를 위한 수많은 분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마음 놓고 이 나라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제가 과거로 간다면 안중근 선생님과 같은 선택을 전혀 못 했을 거예요. 우리가 사는 동안 누군가는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애를 쓰고 있어요. 안중근 선생님처럼 누군가는 타인의 인생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안다면 우리의 삶이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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