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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한중연극교류협회,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개최

글: 이솔희 | 사진: 국립극단 2024-03-06 1,049

 

한중연극교류협회와 국립극단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중국 전통·현대 희곡을 관객에게 소개해 온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한중교류협회에서 2018년부터 시작해 2021년부터 국립극단과 공동기획 해왔다. 총 40편의 중국희곡을 번역하고 출판했으며 번역된 작품은 낭독공연 페스티벌 형태로 국내 연극계에 공개해왔다.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한-중 연극 문화교류를 목표로 국내 연극계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일조했다. <물고기 인간>, <낙타상자>, <최후만찬>, <만약 내가 진짜라면>,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조조와 양수> 등 중국희곡 낭독공연으로 소개된 중국희곡 작품들을 국내 유수 극단들이 본 공연으로 제작하여 한국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중 연극계 간 의미 있는 상호 교류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국희곡을 중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일례로 2022년에는 <그게 아닌데>(작 이미경)를 홍콩아트센터에서 정식 공연했으며, <이게 마지막이야>(작 이연주)가 2023년 난징대 MFA극단에 의해 상하이에서 공연됐다. 

 

 

제7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첫 막을 여는 작품은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작 천쓰안(陳思安), 번역 김우석, 연출 강보름)다. 27~28일 이틀간에 걸쳐 선보이는 작품은 휠체어를 탄 25세 장애 여성 자오홍청이 자신의 삶을 주제로 강연하는 콘셉트의 모노드라마다. 중국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동명의 인물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사회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타인들에게서 철저히 소외된 휠체어 장애인의 성장과 경험, 고민과 소망, 그리고 마음속 품어둔 진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 공연에서는 실제 인물 자오홍청이 직접 배우로 무대에 올라 연기했다.

 

  공연은 뇌병변 장애 여성의 대중 강연이라는 희곡 설정에 명동예술극장의 무대, 배리어컨셔스(Barrier Conscious) 공연이라는 외부적 환경 요인을 접목시켜 낭독공연 고유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의 고유성을 얼마만큼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실화적인 고민을 관객과 진정성 있게 나눌 예정이다. 장벽 없는 공연을 지향하고 연극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한국수어통역과 한글자막도 제공한다. 

 

 

  29일부터 30일까지는 ▲<원칙>(작 궈융캉(郭永康), 번역 장희재, 연출 이준우 연출)이 무대에 오른다. 2013년 작가 궈융캉이 구상하여 2016년 홍콩레퍼토리 극단 ‘신극발전플랜’에서 완성했다. 2017년 홍콩 레퍼토리 극단의 전용 극장인 블랙박스씨어터에서 초연했으며, 2019년 상하이 이 연극대상 올해의 최우수 극작가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중국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10회 홍콩 소극장상 최우수희곡상, 제28회 홍콩무대극상 최우수희곡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22 아시아 아카데미창의대상 홍콩지역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원칙>은 학교를 배경으로 처벌과 관용 사이에 인물이 겪는 첨예한 갈등을 그려낸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연극 버전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각자 합리성을 지닌 인물들을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보여주며 교육과 정의, 원칙에 대한 사유의 공간을 열어낸다. <비BEA>,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젊고 세련된 감각을 가지고 인물의 감정을 깊이 파고들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극단 배다의 이준우가 이번 낭독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중국 전통시대에 대표적 악녀이자 팜 파탈로 일컬어지는 ‘반금련’을 소재로 차용한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원작 류전윈(劉震雲), 각색 채플링(卓別靈), 번역 홍영림, 연출 김수정)도 30일~31일 2회차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주인공 ‘이설련’은 남편과 합의 하 위장이혼을 하지만 배신을 당하고 그 억울함을 고발하나, 오히려 ‘반금련’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20년 동안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결백을 입증하려는 이설련을 내세워 부조리한 가부장적 관리 사회를 통쾌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 극이다.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는 고루서극장(중국 베이징)의 기성연극인과 신진예술가 협력 프로젝트인 ‘1+1 청년연출가의 연극 제작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원작 소설이 무심한 관리들의 작태를 고발하는 데에 치중했다면 연극은 20년간 1인 고발 시위를 이어가는 이설련의 강인한 자아의식을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2022년 바오리대극장(중국 베이징)에서 초연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17개 도시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성 불평등, 장애와 인권, 개인과 집단 대립 등 사회가 외면하고 불편해하는 주제를 가감 없이 무대에 펼쳐 온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이 이번 낭독공연 연출을 맡는다.

 

  각 공연의 첫 회차 종료 후에는 공연의 연출, 번역, 배우가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특히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의 경우 천쓰안 작가가, <원칙>은 홍콩레퍼토리 극단 PD 량쯔치가 방한해 예술가와의 대화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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