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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렌트>의 새 얼굴, ‘유승현’과 ‘조민아’

글 | 이민경(객원기자) | 사진제공 | 신시뮤지컬컴퍼니 2009-02-13 7,901

 

2009 뮤지컬 <렌트>에 새로운 얼굴이 대거 투입됐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지속적으로 공연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그 명성에 걸맞게 오디션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10월부터 3차에 걸쳐 치러진 오디션에 7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그중 ‘로저’ 역의 신인 배우 ‘유승현’과 ‘미미’ 역의 그룹 쥬얼리 출신의 ‘조민아’를 포함해 총 20명의 배우들이 2009 <렌트>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선발됐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이 작품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갈등, 우정 등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있다. 극본, 작곡을 비롯해 작품의 첫 구상을 시작했던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막을 올리기까지는 7년이라는 오랜 작업 과정이 있었으며, 그 결과 그해 토니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4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쥐는 등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렌트>는 2008년 9월, 5124회를 끝으로 공연의 막을 내리기 전까지 12년간 브로드웨이의 대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에이즈, 동성애, 마약 등 한국사회에서는 터부시하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의 특성상 국내 초연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2,200여 석에 달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의 객석을 가득 메우며 유료점유율 80%라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로도 2001년, 2002년 2004년 2007년 지속적으로 공연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간 <렌트>는 ‘남경주’, ‘최정원’, ‘조승우’, ‘소냐’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작품에 힘을 더한 바 있다. 신인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이번 공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렌트>는 기존 배우 외에 ‘송용진’, ‘김보경’, ‘김호영’, ‘정선아’ 등을 발굴해내며 ‘스타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들도 이 작품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으며, 배우로서 성장해나갔다. 이번 공연에도 신인배우에 대한 편견은 잠시 접어두고, 오히려 그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열정과 패기 등이 작품과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2009 <렌트>와 인연을 맺게 된 유승현과 조민아가 보여줄 새로운 ‘로저’와 ‘미미’는 어떤 모습일지 주목해보자.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 만난 두 배우는 첫 공연에 대한 부담감과 동시에 자신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유승현은 그간 <안녕! 프란체스카>, <싱글즈> 등에 출연한 바 있으며, 조민아는 <사랑은 비를 타고>, <온에어>, <김종욱 찾기> 등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다. 아직 그 이름만으로는 얼굴을 떠올리지 쉽지 않은 ‘유승현’과 쥬얼리 출신으로 더 익숙한 ‘조민아’. 이들이 각각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지’, ‘가수 출신의 꼬리표를 떼고 뮤지컬배우로 당당히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Q. 공연에서 맡은 역할은?

유승현_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로저’는 전 여자 친구인 에이프릴이 에이즈로 죽고 나서 자신도 에이즈라는 사실을 알고 세상과 담을 쌓고 살게 되는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캐릭터를 어눌하고 닫혀있는 인물이라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에이즈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는 것 뿐 록을 했다면 어느 정도 활발하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미미를 통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민아_미미는 19살의 클럽댄서로 에이즈에 걸린 마약 중독자다.

 

Q. 뮤지컬 <렌트>는 어떤 작품인가?

유승현_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뮤지컬로 푸치니 오페나 ‘라보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록 뮤지컬이지만 이 안에 발라드나 재즈, 알엔비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고, ‘폭발하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애틋한 사랑과 끈끈한 우정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조민아_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가난한 젊은이들의 우정, 사랑, 아픔 그리고 그걸 이겨내 가는 가정을 그렸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렌트> 안에의 다양한 음악들은 기존 뮤지컬처럼 음악적인 한 부분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적으로 록, 알앤비, 탱고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어 음악 백화점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Q. 지난 2000년 초연 이후 올해로 6번째 공연되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이번 공연만의 특징이나 변화된 점이 있다면?

유승현_첫째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배우들의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력 또한 부족하지는 않다. 오히려 더 신선한 에너지 덕분에 더욱 활기차고 젊은 <렌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민아_선배님들의 공연을 봤을 때 너무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전 공연에서 그분들의 색깔이 있듯 이번 <렌트>에서도 각자 색이 뚜렷하다. 그리고 연령층이 낮아져 좀 더 신선해지지 않았나 싶다. 나이대가 비슷해 배우들 간의 우정도 더 끈끈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Q. 3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다고 알고 있다. 작품의 명성답게 이번 오디션 참여 인원이 역대 최대라고 할 만큼 많은 배우들이 지원을 했는데, 솔직하게 합격하리라 예상했나? 또한 자신이 뽑히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유승현_처음에는 사실 어떤 역할로 봐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고, ‘로저’로 지원했을 때엔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때문에 과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으며, 내 기량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었다. 오디션에서 뽑힌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내가 뽑힌 이유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디션 장에서 최대한 ‘로저가 어떤 말을 할까’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이 좋게 보여진 것 같다.

조민아_사실 합격에 대한 예상보다 오디션 전부터 나 스스로에게 ‘난 미미야’라고 주문을 걸고 ‘미미’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안 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도 미리 다 외웠다. 이런 열정과 열망이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Q. 작품에 처음 참여하는 소감은?

유승현_우선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너무 영광이다. 오디션 때부터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첫미팅하고 노래를 하는데 약간의 긴장도 했지만 처음으로 배우들과 스태프를 만났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동시에 ‘정말 공연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도 붙었다.

조민아_일단 너무 너무 좋고 설레는 기분이 앞섰다. 연습할 때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대본 표지에 내 이름을 적어 놓았다. 그 순간 내가 <렌트>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이 실감이 되었다. 사실 처음 미팅을 할 때 몸이 안 좋았던 상태였는데 단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연습이 진행되면 될수록 배우들끼리 마음을 열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데, 이렇게 팀워크가 좋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매번 작품을 하면서 모든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이번엔 좀 더 특별하다. 특히 팀워크는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좋은 팀워크가 작품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Q. ‘로저’ 역은 남자배우들의 꿈의 배역이기도 한데, 처음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유승현_굉장히 좋았고 ‘과연 내가 어떻게 잘 표현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닫혀있는 캐릭터라 하지만 어떻게 밝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그 과정들을 관객들에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이 도움으로 숙제를 하나하나 많이 풀어나갔다.

 

Q. ‘로저’ 역은 그간 남경주, 조승우, 이건명 등 굉장한 선배들이 이 역을 맡았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유승현_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그보다는 연습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에 대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연습 전엔 부담감이 있었는데 연습 후에는 그보단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부담감이 더 컸다.

 

Q. 고등학교 시절 록밴드의 리드싱어를 맡기도 하고, 직접 작곡까지 했다고 알고 있다. 극중 ‘로저’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작곡가인데, 이런 면에서 ‘로저’와 많이 닮았다.

유승현_록밴드는 처음 고등학교 때 밴드 시험에 떨어져서 오기로 시작했다.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면서 노래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두 곡 정도 작곡도 했다. 평소 활발하고 장난 끼도 많은 편인데, 이성에게 시련을 당한 후 과정이나 화를 억누르는 등의 모습에선 ‘로저’와 많이 닮은 것 같다.

 

Q. 고명석과 더블캐스팅이다. 같은 배역이라도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캐릭터의 색이 달라지게 마련인데, 내가 연기하는 ‘미미’는 어떤 모습인가?

조민아_성격적으로 볼 때 미미는 나와 많이 닮았다. 때문에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미미는 어떨까’가 아니라 실제 내 성격에서 반영된 부분이 많다.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나의 어떤 부분이 부각이 되서 미미란 인물이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미는 나같이 감정기복이 심할 것 같아, 나같이 다혈질이고, 하지만 굉장히 솔직하고 당당한 부분이 매력이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미미에 접근을 했는데 좀 신선하고 좀 더 매혹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음악이 좋기로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ost 또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물론 모든 곡이 그렇겠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유승현_‘로저’로서는 ‘One song glory’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Your eyes’를 좋아한다. 미미와의 첫 사랑고백과 내 마음의 첫 표현과 처음으로 진실한 마음을 전하는 곡이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조민아_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 좋다. 배역마다 주어진 ‘One song glory’   등 솔로 곡들은 특히 배우의 캐릭터를 드러내줄 수 있는 곡이 많다. ‘Out tonight`은 굉장히 빠른 비트의 곡이기 때문에 밝고, 마치 퍼포먼스를 하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의 아픔을 담고 있는 곡이기에 애착이 간다. 또한 많은 분들이 사랑하고 축가로도 많이 불리는 ‘Seasons of love’도 너무 좋다.

 

Q.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 당시 에이즈, 마약, 동성연애 등 비사회적 소재를 다룬 파격적인 이 작품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2200여 석에 달하는 객석을 가득 채우며 유료점유율 80%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에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승현_첫째로 노래가 너무 좋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도 보고 나면 소름이 돋았을 정도였고, 극 구성 자체도 잘 이루어져 있어 에이즈, 마약과 같은 문제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에도 관객들이 많이 찾지 않았나 싶다. 또한 ‘오페레타’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 안에서의 노래가 아닌 굉장히 많은 느낌과 감정 등 풍부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배우들도 욕심내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Q. 관객들에게 한 마디

유승현_2009년 뮤지컬 <렌트>가 드디어 개막했다. 새해 첫 뮤지컬로 ‘No day but today`, ‘폭발하는 에너지’, <렌트>가 어떠하실지 감히 말씀 드린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좋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으니 많이 오셔서 같이 호응하고 하나 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많이 보러 와 달라.

조민아_정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자주 찾아뵙고 싶고 새해가 밝았는데 새해 첫 시작을 저희 <렌트>와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 일단 이 행복한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다. 꼭 무대에서 함께 만났으면 좋겠고 많이 추우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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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렌트>에는 유승현과 조민아 외에 여러 신인배우들과 젊지만 관록 있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마크’ 역에는 서울예술단 출신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명성황후> 등에 출연했던 배지훈이 낙점됐다. 2004년 공연 당시 ‘모린’ 역으로 무대에 섰던 고명석은 2007년에 이어 또다시 ‘미미’ 역으로 무대에 선다. KBS 드라마 ‘황진이’의 주제곡을 부른 실력파 최혜진이 ‘머린’을 가수출신의 신미연이 ‘조앤’을 연기한다. ‘콜린’은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는 신예 최재림이, ‘엔젤’ 역은 <나쁜 녀석들>, <미스터 마우스> 등의 이지송이 맡았다. <맘마미아>, <동키쇼> 등의 고비현이 ‘베니’를 연기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2000년 초연부터 <렌트>의 연출을 맡아온 김재성 연출 외에 박칼린 음악감독과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모린’ 역으로 작품에 참여했던 황현정이 안무를 맡았다. 김재성 연출은 2009 <렌트>가 질적으로 더욱 성숙하며, 친숙한 공연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전 공연에 비해 공연장 규모가 커졌지만 그 안에서 공간적인 부분은 훨씬 더 부분적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으며, 약간의 가사 수정도 이뤄졌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로 설정,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인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이전엔 분장과 의상 등으로 그 부분을 표현했었지만 이번엔 인위적인 분장 대신 배우 스스로가 갖고 있는 컬러 톤을 십분 활용해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새로운 캐스팅과 더불어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2009 <렌트>는 1월 9일부터 3월 29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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