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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뮤지컬 유감에 부쳐

2011-06-08 3,036
 

지난 6월 7일 더 뮤지컬 어워즈가 있었고 이날의 주인공은 뮤지컬 [서편제]였다. 작품상을 비롯 연출상, 여우주연상 등 무려 다섯 부문을 휩쓸었다. 그러나 [서편제] 제작팀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기뻐해야 할 제작자인 조왕연 대표가 [서편제] 흥행 실패 후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극본상을 수상한 조광화 작가는 수상 소감 대신 두 장의 페이퍼에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독립군처럼 많은 것들을 희생당하는 일이라는 취지의 글을 읽었다. 뮤지컬인들의 축하 자리여야 했던 자리였지만 분위기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광화 작가는 이런 불행한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들로 공연계 전체를 지목하며 생존에만 급급한 현실을 개탄했다. 뮤지컬이 매해 발전하고 유망한 장르로 주목받지만 독립운동 하듯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창작 뮤지컬을 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폭로는 현재 뮤지컬 시장의 현주소를 실감하게 한다. 조광화 작가는 가슴 아픈 죽음이 아무런 반향도 없이 잊어져 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축제장에서 고발문을 개봉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어렵게 한 문제 제기가 헛되지 않도록, 더 나아가 비슷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실을 냉정히 분석하고 대안을 논의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 한국 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점령했고 창작 뮤지컬조차 해외 창작자들을 수혈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광화 작가는 ‘식민지’라고 표현했다.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창작 뮤지컬 제작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최근 들어 해외 아티스트의 영입이 활발해진 것은 철저히 시장의 논리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국내 창작 뮤지컬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국내 창작자들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짧은 역사로 우리 창작진이 더 뛰어나기를 바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한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작품 하나가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검증 단계를 거치고 수많은 작품들과 경쟁을 치르고 무대에 오르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을 접하면서 자랐고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가지고 있다. 이렇듯 불리한 경쟁에 우리 뮤지컬 창작진들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 있는 것이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 창작자들은 경험을 쌓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관객들은 냉정하다. 관객들이 같은 가격을 주고도 사명감에 덜 재미있는 창작 뮤지컬을 보라고 할 수 없고 또 그럴 의무도 없다. 문제의 해결은 하루빨리 라이선스 뮤지컬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창작 뮤지컬이 등장하는 것인데, 뮤지컬은 천재 한 명이 등장해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협업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제작력을 갖출 때까지 끊임없이 창작 뮤지컬의 제작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창작 뮤지컬을 제작을 시도하는 제작사가 많지 않고, 또한 창작 뮤지컬에 참여하는 창작자의 대우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는 그런 희생을 제작자와 창작자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창작 뮤지컬에 유입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붙잡아두기도 어렵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서편제]와 같은 사건이 나왔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악순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창작 뮤지컬이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배우들은 낮은 개런티를 받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은 적은 개런티지만 창작 뮤지컬에 참여하며, 기자들은 창작 뮤지컬에 호의적인 비평을 쓰고, 제작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창작 뮤지컬 제작을 우선적으로 하고, 관객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창작 뮤지컬을 봐야 하는 것일까? 부르짖는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그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화산업인 뮤지컬은 결국 시장 안에서 시장 논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즉 작품으로 경쟁해야 한다. 창작 뮤지컬이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공적 지원-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나 워크숍 프로그램, 쇼케이스 공연장 같은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공적 지원을 생각할 수 있다. 국내 영화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루기까지 영화진흥원의 역할이 막대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뮤지컬 개발에 힘써야 한다. [광화문 연가]가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서에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적인 스펙터클과 화려함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우리 정서에 어필하고 가격 경쟁에서도 우월한 작품을 시장에 내놓아서 관객들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당장은 큰 작품보다는 중소극장 작품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창작자들이 경험을 쌓아가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의 대안은 성근 필자의 생각이다. 상황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대안이 적절치 못하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으면 좋겠다. 조광화 작가의 용기 있는 문제 제기가 그대로 묻히지 않고 다양한 의견 개진과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역시 창작 뮤지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더뮤지컬] 편집장  박병성

 

 

조광화 작가님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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