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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년 만에 돌아온 <바람의 나라_무휼> 프레스콜

글 | 안시은 | 사진제공 | 서울예술단 2014-05-15 4,171
김진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바람의 나라_무휼>이 5년 만에 돌아왔다. 2006년 초연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서울예술단의 레퍼토리 공연이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바람의 나라_무휼>의 대표 장면 중 하나로 12분간 안무로만 진행되는 '전쟁의 신'을 비롯해 '명림숲', '저승새의 신부'. '무휼과 호동의 노래' 등 주요 장면이 시연되었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정혜진 예술감독을 비롯해 이지나 연출가, 안예순 안무가와 각각 무휼과 호동 역을 맡은 고영빈과 지오(엠블랙)가 참석했다. <바람의 나라_무휼>은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과 2007년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안무에 많은 힘이 실렸다. 서울예술단 초창기부터 많은 친구들이 단원으로 있었던 까닭에 서울예술단의 경쟁력은 무용과 소리팀이란 것을 알았던 이지나 연출가의 선택과 집중의 결과였다. “뮤지컬이 점차 노래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를 좇다보면 서울예술단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 같았어요. <바람의 나라>도, <잃어버린 얼굴 1895>도 그렇고 (서울예술단 작품은) 무조건 무용과 움직임으로 스토리를 엮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인 안애순 안무가는 시간을 갖고 개인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안무를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서울예술단에는 안무자 입장에서 좋은 무용수들이 단원으로 있어 다른 뮤지컬보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요소를 추가해 대중성을 강화할 생각은 없냐는 지적에 대해서 이지나 연출은 “국립단체인 서울예술단이 왜 대중적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길게 공연하지 않는 서울예술단이고, 단체 특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 만큼 확실한 고정 관객이 있기 때문에 최소 두 달 가까이 공연하며 다수를 만족시켜 이윤을 창출하는 뮤지컬들과는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바람의 나라>는 그림책을 넘기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가장 힘을 준 장면은 안무 장면이에요. 작품에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같은 넘버가 있진 않아요. 하지만 작품마다 표현하는 건 고유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람의 나라>를 조명 등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굳이 대중적으로 만들고 싶진 않아요.” 



2014년 공연에는 서울예술단 배우들과 함께 고영빈과 지오가 출연한다. 고영빈에게 <바람의 나라>는 일본에서 활동 후 첫 한국 복귀작이다. 초연 때는 작품을 소화하는데 많은 힘을 쏟아야 했지만 오랜 기간 무대 경험이 쌓이면서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져갔다. 이제는 힘을 쓰거나 멋있어 보이려는 노력보다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연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지나 연출의 조언이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보여드리겠다고 욕심을 비우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8년 동안 쌓이면서 변해갔어요.”

지오는 일본 <광화문연가>, <서편제>에 이어 <바람의 나라_무휼>까지 세 작품 째 뮤지컬 경험을 충실히 쌓았다. 그러면서 소리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컨덴서 마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섬세한 소리를 많이 공부했어요. 소리를 안으로 먹고 절제하면서 기교에 충실하려 하는 등 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뮤지컬을 하면서 정말 제 소리가 형편없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소리를 변형시켜왔지만 제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모방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 소리를 내고, 몸을 쓰는 법을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뮤지컬은 준비부터 공연까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기 때문에 더 즐거운 작업인 것 같습니다.”  

캐스팅에 대해 이지나 연출은 만화 원작과 흡사하게 하려고 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만화 가게 사업을 할 정도로 만화를 사랑했고, 특히 <바람의 나라> 속 무휼을 좋아해서 이미지가 깊이 박혀있다보니 원작에 대한 존경심도 더해져 만화 이미지와 동떨어진 캐스팅을 하긴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이미지 캐스팅이라 고영빈이 하지 않으면 무휼 역은 배우가 없어서 더 하기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을 들려줬다. 호동 역을 맡은 지오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라서 한 거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호동이는 정말 어려운 역할이에요. 전 광기부리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더 어렵다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남자 배우들이 제가 <바람의 나라>한다는 소문이 나면 안 하려고 전화도 피하는 역할이 호동이에요. 무대에서 민망해서 5살인 척 할 수가 없대요. 지오에게 “이 부분은 3살이고 여기는 5살, 여기는 15살이야.”라고 하는데 그런 장면을 (고)영빈이가 연기하면 안 어울릴 것 같은 것처럼요. 지오는 몰라서 한 거예요.(웃음) “<서편제>의 동호도 했고 네 나이에 맞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 라고 설득했어요. 개막하고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 걸 보니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번 공연에서 음악과 구성은 2009년과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무대와 영상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명림숲 나무와 무휼의 궁 세트, 영상 디자인 등 비주얼적으로 일부가 변화되었다. <바람의 나라_무휼>은 5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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