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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의 무대감독 폴 키에브, 특수 효과 비법은?

글 | 안시은 | 사진제공 |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시컴퍼니(고스트), Joan Marcus(마틸다) 2014-05-22 5,194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뮤지컬 <마틸다>, <피핀> 등의 작품에는 눈을 의심케 할 만한 시각 효과들이 등장한다. 분필이 혼자 움직여 글씨를 쓰고 눈 앞에서 사람이 문을 통과한다. 국내 초연 중인 <고스트>의 오리지널 무대작업에 참여한 일루셔니스트 폴 키에브의 손길을 거친 효과들이다. 지난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기술(CT)포럼 2014'(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를 위해 내한한 그가 마술과 첨단 기술이 만난 문화 기술에 대해 풀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폴 키에브는 ‘combine’, ‘combination(결합)’과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과거와 첨단 기술이 적절하게 조합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되는데 새로운 아이디어 구현을 위해선 이미 있던 것에 첨단 기술을 혼합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마술과 조명, LED(발광다이오드)를 적절히 활용한 ‘매지컬’로 불리는 뮤지컬 <고스트>가 대표적이다. <고스트>는 영화 <사랑과 영혼>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샘이 죽은 이후 영혼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특별한 효과들이 곳곳에 쓰였다.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한 조명 기술은 제 작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10년 전에 불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가능해졌죠. 정확도도 높아졌고 컴퓨터 자동화의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반면 물리적인 아날로그 방식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마술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힘은 여전하거든요. 마치 문자 메시지가 직접 하는 대화를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요.”

<고스트>의 무대 기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마술 트릭인데 매우 정교해서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이은결 같은 세계적인 마술사도 어떻게 했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기술 구현에는 특수 효과 이상으로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한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공연은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상처럼 CG기술을 쓸 수 없어요. 마술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관객들의 시선을 유도하는 거죠. 이렇게 하기 위해선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디에 집중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해요.”



무대 기술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솔루션이다. 주 8회의 공연을 매일 라이브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백 번씩 풀어내면서 최대한 안정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낸다. 영국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틸다>도 그가 참여한 작품 중 하나다. 그는 <마틸다>를 하면서 음계에 맞춰 글자가 저절로 써지도록 구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고 많은 기술을 그 장면을 위해서 썼지만 관객들은 정말 단순하게 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장면에서 분필은 맞게 움직였지만 칠판에 실제 글자가 써지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기술적인 문제였는데 배우가 마술처럼 저절로 끌려가는 듯이 움직이면서 직접 분필을 잡아 글씨를 써줬어요. 임기응변도 좋았지만 그게 가능했던 건 공연에 쓴 칠판이, 특수하지 않고, 기존 칠판과 큰 차이가 없었던 덕분이었어요.”

무대 기술에선 CG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공연은 관객이 감동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지 기술로 감흥을 주는 건 아니다.”란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폴 키에브는 10세 때 마술을 시작해 5년간 세계를 돌며 직업 마술사로 활동했다. 23살 때 지역 극장에서 특수 효과 요청을 받고 공연계에도 입문하게 된다. 그 작품이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이다. 처음 해보는 시도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겼지만 마술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 새로운 기술의 영역을 개척해냈다. 이후 20여 년간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휴고> 마술 효과 작업을 비롯해 무대, TV,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뮤지컬화한 <고스트>로는 뉴욕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2015년 공연될 <백 투 더 퓨처>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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