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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더 데빌> 프레스콜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작품”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4-09-01 4,881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뉴욕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더 데빌>이 지난 8월 26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더 데빌>의 주요 장면 시연과 함께 X역의 마이클 리, 박영수, 이충주, 존 파우스트 역의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그레첸 역의 차지연, 장은아 등 한지상을 제외한 전배우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더 데빌>은 개막 전 쇼케이스를 열어 관객들과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송용진은 당시 존 역할을 맡은 배우 세 명이 똘똘 뭉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던 말에 대해 주인공이라고 알고 왔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아니다 싶었는데 막상 첫 런스루(run-through)을 하고 보니 “우리의 적은  ‘X’가 아니고 ‘그레첸’이었구나”란 걸 느꼈다며 공연이 올려지기까지 달라진 생각들을 꺼내놓았다. 개막 이후 다양한 평이 나오는 가운데 <더 데빌>에 대한 생각과 과정들에 대해 배우들이 말했다. 





<더 데빌>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작품
송용진 저는 독특한 시도, 새로운 공연과 형식의 작품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더 데빌>은 전형적인 뮤지컬과는 달리 상징적이고 은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변신할 수 있는 기회여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더 데빌>은 처음엔 2인극처럼 기획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가 그레첸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3인극으로 되었고 어떻게 나올지 걱정도 했는데 첫 대본을 받고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작품에선 엑스(X)가 고퀄리티 멀티맨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안무 같은 부분은 코러스와 밴드가 담당하고 있고요. 코러스가 화자로 단순히 얘기하기도 하고 내면에 대한 이야기에 간섭하기도 하고요. 고대 희랍 비극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음악적으로는 두 작곡가의 전혀 다른 음악 스타일이 충돌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는 게 좋은 점이고 내세울 수 있는 점 같습니다. 

차지연 저희 작품은 틀을 깨뜨린 작품입니다. 평이 두려워서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장르 다양성과 더 많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어렵다 난해하다는 평이 있지만 간결하고 정확한 얘길 하고 있어요. 존은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인간의 나약함이 표현되었고, 그레첸은 신을 사랑하고 믿지만 각자 안에 갖고 있는 믿음의 심지 그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엑스는 선과 악이 공존하듯 우리 자아를 대변해주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장은아 제가 여러분들께 확신을 갖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작은 이유들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레첸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서 헌신적인 여자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엑스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지만, 존과 그레첸은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나약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을 믿고 부르짖지만 결국 죽음을 택하는 그레첸이 저였어도 그 선택밖에 없더라고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이클 리 엑스는 신도 인간도 악마도 아닌 그저 엑스입니다. 엑스란 용어는 미지의 수, 즉 언노운(unknown)입니다. 전 무대에서 연기와 노래로 그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엑스는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을 통해서도 보여집니다. 뭐가 옳고 그른지 서로에게 은유하는 캐릭터입니다. 제 내면에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고충…록부터 다이어트까지
김재범 정말 (록 뮤지컬인지) 모르고 (이)지나 선생님만 믿고 시작했는데 사실을 알고 많이 좌절했지만 함께 하는 형님, 동생들과 하면서 흉내를 많이 내보려고 했어요. 그럴수록 더 좌절과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분들은 오랜 시간 갈고 닦아서 지금 이런 실력을 갖고 있는데 내가 그걸 단기간에 흉내내려는 오류를 범했구나란 걸 깨닫고 기술보다는 감정으로 록이라는 장르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송용진 ?저는 하던 연기스타일도 많이 바꾸라는 연출님 노트를 많이 들어서 이번에 바꾸려고 노력했고요. 그레첸들은 몸도 많이 쓰고 힘들거든요. 차지연 배우는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감량도 엄청 했어요. 왜 감량하냐고 했더니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이 다 덩치가 작고 작은 극장에서 같이 서있으면 자기가 커보일 것 같다고. 엄청 노력했고 장은아 배우도 옆에서 하니까 안할 수 없어서 덩달아 풀만 먹고 살고요. 이 작품 끝나면 제대로 먹는 걸 보고 싶네요. 제목이 그래서 <더 데빌>인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겪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차지연 힘든 게 있다면 정확히 두 달 넘게 양배추, 닭가슴살과 현미밥만 먹고 있어요.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살려고 끝까지 잘해내려고 먹고 있거든요. 작품에서 힘든 건 없지만 2막에 ‘꽃잎같던’ 이란 곡을 엑스가 절절하게 부를 때 상반신이 등 쪽으로 탈의가 되는데 정말 고되게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 점을 중점적으로 잘 봐주셨음 좋겠고요. 무대도 위험해요. 철제에 날카롭고 온몸이 성한데 없지만 고통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예뻐보이기 시작했어요. 연습 때는 우울증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과 걱정이 컸는데 공연이 끝나면 오히려 더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고 치유가 되고 있어요. 영적으로 더 맑아지고 있고 좋습니다. 걱정마시고 더 응원해주신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은아 저도 작품이 올라가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 같이 무대에서 치유받고 있어요. 신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란 슬로건이 있는데 무대에서 제가 너무 힘들 때마다 제가 믿었던 그 분을 향해 조명이 비춰줘요. 그 조명을 향해 무대에 섰을 때 이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라는 기도를 하면서 치유받아요. ‘송오브송즈(The Song of Songs)’란 노래가 있어요.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인데 제가 여태까지 너무 힘들었던 부분을 그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이 나면서 치유가 돼요 이 무대가 결코 올라왔을 대는 연습 땐 고민과 성장해야 할 부분에 연마하느라 힘들었지만 정작 무대에 올라와서는 많이 치유 받고 감사한 무대가 된 것 같아요.

이충주 (브로드웨이 42번가 때) 탭댄스를 힘들게 배우면서 공연을 해서 사람이라면 못할 게 없구나란 생각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란 마음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마이클 형도 그렇고 형과 누나들이 가르쳐주시고 막내라고 예뻐해주시고 북돋워주셔서 축복받은 막내로 연습했고, 힘들 수 있는 과정이었지만 재밌게 많이 배우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캐릭터 해석과 각오
장은아 그레첸이 왜 갑자기 미쳐서 저러나 하시는 분도 많을텐데 저는 좀 더 설득력 있게 하려고 해요. 무대가 끝나는 날까지 그 이유를 보여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거든요. 그레첸이 왜 그러는지는 극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다만 완급 조절이 힘들기 때문에 보시면서도 저 상황에서 저렇게 될까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을 거예요. 똑같은 인간이고 한 인간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영수 연출님이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게임 캐릭터처럼 하라고 하셨는데 전 (게임을 잘 몰라서) 그게 뭔가 고민을 했어요.(웃음) 엑스란 인물의 에너지가 너무 달라서 저만의 방식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충주 훌륭한 선배님들 (연기)보면서 제 것으로 만드는 게 더 큰 것 같고요. 다만 엑스가 신과 악마의 모습이 공존하는데 그걸 잘 구분해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리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에 처음 와서 원캐스트로 공연했는데 전 멀티 캐스팅에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역할을 스스로 키워가면서 하는 게 더 좋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서 다른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점도 있었어요. 그걸 제 걸로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고요. 저의 엑스는 저뿐 아니라 영수나 충주나 지상이가 하는 것들이 모두 있는 콤비네이션 엑스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상대역에 따라 또 달라지는 엑스의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배우들의 실력이 출중해서 제게 주는 영감이 다 다르거든요. 제가 엑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이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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