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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제작발표회 통해 베일 벗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글. 사진 | 안시은 | 글 | 안시은 | 사진 | 안시은 2014-11-11 4,558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레트 버틀러 역을 맡은 주진모를 제외한 전 배역을 감춰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11월 10일 오후 2시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연 제작발표회에서 전체 캐스팅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가 유희성, 음악감독 변희석 등 크리에이티브팀을비롯해 주요 배역을 맡은 주진모, 김법래, 바다(최성희), 서현(서주현), 마이클 리, 정상윤, 김보경, 유리아, 정영주, 박준면 등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작품 배경인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제작된 뮤지컬이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미국이 아니라 왜 프랑스에서 했는지를 눈여겨 봤는데 원작 소설가인 마가렛 미첼의 스토리 라인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프랑스 특유의 음악적 감성이 뛰어났다고 평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가 보여주는 스펙터클함과 배역별로 장면이 안배되어 있어 귀로 듣는 즐거움이 컸고, 메시지도 많이 담겨 있어서 한국에 선보이기로 결심했다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공개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캐스팅과 라이선스였다. 원작사에서 내건 조건이 음악적인 톤이 맞아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흑인을 연기할 때는 검은색을 칠할 수 없게끔 한 것이었다. 그런 탓에 흑인 오디션도 보고 해외 에이전시와도 접촉해보는 등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 여의치 않아 태닝을 하기로 절충했다고 박영석 프로듀서가 말했다. 스칼렛 오하라 역 또한 기존 이미지가 있어 힘들었는데 바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프랑스 제작진에도 알려져 있어 캐스팅이 수월했고, 소녀시대 서현의 경우 원작에서 16~24살의 나이인 배역 이미지와 음악적 톤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레트 버틀러 역의 경우 영화 이미지가 강해 영화 배우를 캐스팅하자는데 의견이 모였고 남성다움과 디테일한 연기, 노래까지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러 영화 배우들을 만난 결과 낙점된 것이 주진모였다. 김법래는 바다처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를 맡아 프랑스 쪽에서도 친숙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레트 버틀러를 맡을 배우가 한 명 더 있는데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깜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라이선스가 프랑스 프로덕션과 원작 소설가인 故 마가렛 미첼의 법적 대리인, 미국의 음반사까지 곳곳에 나뉘어져 있어 하나로 모아 계약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최종 결정이 되어 계약이 성사되고 나니 시기가 늦어져서 2015년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공연 규모 상 큰 극장으로 꼽히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밖에 올릴 곳이 없었다고. 다행히 예술의전당 측에서 작품을 좋게 봐줬고 극장 관객층과도 잘 맞는다고 판단해 대관을 받게 되었다고 알렸다. 

유희성 연출가는 한국에서 선보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해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과 동일한 공연)이지만 한국 상황에 맞게 부분적인 협조를 받은 상황이라고 공개했다. 미장센이나 무대 미술, 안무, 영상 등에서는 한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전체적인 작품 톤과 스타일이 잡혀진 상태고 한국 배우들은 음악, 연기, 안무 모두 각각 맡는 프랑스 뮤지컬과 달리 전천후로 소화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음악에서는 각 넘버마다 굵은 선을 갖고 있다는 변희석 음악감독은 반주 패턴도 50인조 오케스트레이션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주연 배우들이 줄거리를 이끌고 있지만 흑인 노예장 역이나 유모 역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규모 있는 음악들이 고루 배치가 되어 있는 등 음악 패턴이 골고루 배분되어 있는 점에 집중해서 들어주길 당부했다. 특히 합창곡이 10곡이 넘고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맞게 화음을 쌓아가는 합창 구조라 앙상블도 30명이 넘는다고 말하며 이를 프랑스 뮤지컬 버전과 다른 점으로 꼽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주요 테마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대신 서막과 엔딩에서 적절히 사용해 주제곡임을 알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안무를 맡은 서병구 안무감독은 비보잉, 왈츠, 현대무용 등이 쓰이는데 흑인 노예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아프리카 토속 무용들도 보여진다고 말했다. 기존에 봐온 브로드웨이 안무와 다르게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춤도 많다고 덧붙였다. 고난도의 안무가 많아서 전문 댄서가 필요했던 탓에 앙상블과 댄서를 분리해서 오디션을 진행해 실력 있는 댄서들을 모집했음을 강조했다. 열흘간 연습했는데 프랑스 원작을 능가하는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고무적인 생각이 들고 있다고 자신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시선이 쏠리는 배우 중 한 명이 주진모다.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등에서 오래 활동해온 배우인 까닭이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MBC 장편 드라마인 <기황후>를 끝내고 나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 새로운 걸 모색하던 차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기획서를 보게 되었고 순간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가 깊은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고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레트 버틀러 역이어서 주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도 크지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미워할 수 없는 공감가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쓰고 있다고. 잘 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장르에 익숙해져 있어서 처음부터 끝가지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한 장소에서 같은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으로 꼽았다. 

최근 악역을 많이 맡아왔던 김법래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레트 버틀러가 같지 않나 생각한다며 나쁜 ‘놈’을 많이 연기했는데 이번엔 나쁜 ‘남자’를 맡은 것 같다는 재미있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헤로인 스칼렛 오하라 역에 바다, 서현 등 두 신·구 아이돌이 캐스팅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 역을 어떤 장르든 맡고 싶어서 스스로 각오를 하고 있었다는 바다는 SES로 활동 당시 스칼렛 오하라가 잘 어울리는 사람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같은 멤버 유진이 뽑힐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뽑혔던 일화를 꺼내며 시간이 흘러 무대에서 하게 되었는데 다부지게 해보이겠다는 각오를 표현혔다. 워낙 유명한 여배우의 캐릭터라 부담감도 크지만 믿고 캐스팅해준 분들과 관객들에게 역할을 잘 보여드리는 게 역할 같다며 뮤지컬이 살아 생전 안 올라오면 직접 만들겠다는 농담도 하곤 했는데 초연을 하게 되어 관객들이 극장에 왔을 때 생각했던 스칼렛 오하라란 말을 들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뮤지컬과 만났던 소녀시대의 서현은 스칼렛 역을 정말 하고 싶어서 원작 소설을 다시 읽었고, 영화를 보며 분석하는 등 절대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녀의 모습부터 강인한 숙녀의 모습까지 한 여성의 삶을 보여줄 수 있고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도 많은데 그런 것들을 배우로서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아서 더 하고 싶었다고.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다양한 소리의 길을 찾고 싶어서 성악을 오랫동안 배우며 많은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소녀시대 멤버들은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응원해주고 있고 스칼렛 오하라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어서 기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당시 기분을 털어놓았다. 초연이라 중압감과 설렘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그만큼 스스로를 더 채찍질할 수 있는 것 같고 많이 기다려진다며 기대를 표했다.  

특히 바다와 서현은 같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 더블 캐스팅이 더 주목받았는데 서현은 가요계 대선배인 바다와 함께하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뮤지컬에 바다가 가요계에서 가는 길을 만들어줘서 후배들이 더 발을 디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로 실력을 쌓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다는 “이제 죽었다”는 말로 장난스러운 으름장을 놓는가 싶더니 서현이 부담스러워서 “그만 알려달라”고 말할 정도가 될 만큼 원한다면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줄 수 있는 건 주겠다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서현에게도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같이 주고 받으면서 서로 도와 무대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리는 한국 첫 작품이던 <미스 사이공>에서 만난 ‘킴’ 김보경과 다시 함께 하게 되어 더 기쁘다며 한국이 낯설 때 그 덕에 편안할 수 있었다며 그의 출연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보경도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춰본 마이클 리와 다시 함께 하게 되니 기대되고 정말 좋다고 화답했다. 김보경은 멜라니 역이 새로운 도전이자 숙제가 될 것 같아서 더 하고 싶었다며 색다른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상윤은 애슐리 역에 대해 <오페라의 유령>에서 맡았던 라울 역과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라울과 달리 애슐리는 남북전쟁이란 상황 속에서 더 복잡하고 사랑하기 위해 마음과 달리 할 수 없는 여러 제약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두 여자(스칼렛, 멜라니)의 사랑을 받아서 설렌다며 들뜬 기분을 표현했다. 영화를 볼 때도. 소설을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남북전쟁이란 사회적인 상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제작발표회에 연극 <프랑켄슈타인> 때문에 했던 삭발 머리와 파격적인 드레스로 큰 주목을 받았던 정영주는 마음은 스칼렛 오하라를 하고 싶다고 웃으면서 영화가 주던 추억들을 떠올렸다. 영화에서 마마 역을 맡았던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음을 상기하며 그만큼 파급력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은 감동과 울림을 어떻게 전할지가 숙제라며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대본에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과 많이 다르지 않아 같이 얹어 가슴을 울리는 캐릭터로 열심히 만들어보겠다고 소신있게 발언했다. 함께 마마 역을 맡은 박준면은 이번 공연에서 다들 안면은 있는데 같이 작품을 해본 배우들은 정상윤 빼곤 없어서 함께하는 배우들을 사귈 수 있게 되어 행복한 작업이 될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출연 배우를 공개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15년 1월 9일부터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뮤지컬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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