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최신작 <킹키부츠>가 12월 2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의 오픈을 앞두고 연출가 제리 미첼과의 만남을 마련했다. 국내에도 공연된 바 있는 <헤어스프레이>, <리걸리 블론드>, <라카지> 등에 참여했던 제리 미첼은 <킹키부츠> 창작진 중 가장 먼저 참여를 확정지었을 정도로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고 있는 안무가 겸 연출가다. 눈바람이 거칠게 불었던 지난 12월 1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자리는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청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제리 미첼은 미국에는 눈이 30㎝ 넘게 왔는데 자신이 그 눈을 몰고 온 것 같다며 위트 넘치고 유쾌한 모습으로 <킹키부츠>와 관련된 이야기부터 신디 로퍼와의 작업, 브로드웨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답변했다. 심장 박동이 뛰는 걸 느낄 수 있는 신나는 공연이라고 <킹키부츠>를 소개한 제리 미첼과의 일문 일답.
<킹키부츠>에 참여하게 된 과정?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프로듀서 데럴 로스가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다고 왔어요. 그러면서 <킹키부츠>의 원작 영화 DVD를 보내줬는데 보면서 굉장히 울었어요.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상반된 배경에서 자란 두 남자가 공통점을 찾아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킹키부츠’란 신발을 제작해 합심하는 내용이었어요. 뮤지컬로 만들기에 흥미로운 소재였어요. 롤라가 여장 남자면서 클럽에서 노래와 춤도 췄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
신작을 만들다보면 관객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요. 안무가와 연출가로서 주어진 자료에 충실하면서 마음으로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브로드웨이 전에 시카고에서 먼저 공연을 올렸는데 관객들이 극 중 인물들과 많이 교감한 것 같았어요. ‘돈’이란 평범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이죠. 미중부 지역에 위치한 시카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더 공감하지 않으셨을까 해요. ‘돈’이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작품의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돈은 찰리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 서로를 잘 알지만 찰리가 공장을 이어받을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후반에 찰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받아들여요. 거기에 큰 반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디 로퍼와의 작업?
(앞서 말한) 데럴 로스가 제게 <킹키부츠> 참여를 먼저 부탁한 상황에서 극작가로 누가 했으면 좋겠냐는 말에 바로 하비 피어스타인을 추천했어요. <헤어 스프레이>에서 저는 연출로, 하비는 엄마 역으로 참여했고 <라카지>에서는 하비가 대본을 썼고, 제가 연출을 맡았어요. 이미 친구였던 거죠. 1차 대본이 나온 즈음 하비의 동생이었던 것 같은데 그가 작곡가로 신디 로퍼가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하비가 친분이 있던 신디 로퍼에게 전화해 뭐하냐고 묻자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고 해요.(웃음) “아무 것도 안 하는데?”라고 답해서 하비가 “그래? 그럼 우리 뮤지컬이나 만들자”라고 해서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신디 로퍼는 뉴욕에서 1990년대 중반 열린 ‘게이 게임즈’라는 올림픽과 비슷한 행사에서 처음 만났어요. 신디 로퍼 노래에 맞춰서 안무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끝날 때쯤엔 친구가 되었고, 이후 신디 로퍼 비디오 리메이크 작업에도 참여하기도 했어요. 신디 로퍼가 <킹키부츠>에 들어갈 두 곡을 먼저 작곡해 보내줬어요. ‘The Most Beautiful Thing In The World(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와 ‘Not My Father Son(못난 아들)’이었는데 그중 롤라가 1막 후반부에 화장실에서 혼자 부르는 ‘못난 아들’을 듣고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가사와도 잘 맞았고요. 신디는 여러 면에서 가장 완벽한 창작진이지 않나 생각해요. 저희 셋 다 겉도는 느낌으로 사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너무나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라 작품과 잘 맞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마틸다>란 강력한 후보를 제치고 토니상을 탈 거라 예상했나?
상을 타는 것은 야구랑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홈런을 쳤다고 다음에 또 홈런을 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삼진을 당할 수도 있고요. 토니상을 수상한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메시지가 아닐까 해요. <킹키부츠>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뉴욕 시민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아요. <마틸다>는 엄청난 공연이에요. <킹키부츠> 워크숍을 끝내고 실제 배경지인 영국 노샘프턴에 갔어요. 여장 남자에 대해선 <라카지>를 해서 자신있었지만, 남자 신발을 만드는 만드는 과정은 생소해서 과정을 보고 잘 전달하기 위해 현지 신발 공장에 방문했는데 일정 중 하루가 남아 <마틸다>를 봤어요. 본 직후 프로듀서에게 바로 전화해서 “작품이 대단해서 경쟁도 안 되겠어. 우리는 <킹키부츠>를 올릴 수 없어!”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브로드웨이는 다양한 공연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게 아닌가 해요. 그렇게 공연 되어야 매일 밤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요. 브로드웨이는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 봅니다.
<킹키부츠> 투자와 기획?
저는 프로듀싱이나 기획엔 관여하지 않습니다. 저와 많은 작품을 함께했던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CJ가 초기 단계부터 작품에 투자를 했다고 해요. 시카고 공연 후 브로드웨이에서 올릴 자금이 부족했는데 도움을 주신 덕에 브로드웨이 공연도 가능하지 않았나 합니다. 지금은 성공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많지만요. 현재 원금의 200%를 벌었고, LA에서 3주간 투어했는데 거기에도 CJ가 투자해서 그 기간 동안 4백만 달러를 벌었다고 알고 있어요. 4주간 공연할 샌프란시스코는 개막 전인데도 불구하고 추후 재공연 요청까지 제안받은 상태고요.
안무가 출신 연출가?
안무가가 연출을 할 때 대사가 아닌, 움직임으로 연출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엔 안무가 출신 연출가들이 많습니다. <코러스 라인>의 마이클 베넷, <시카고>의 밥 포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제롬 로빈스 등 안무가 출신 연출가들이 많습니다. 저는 운 좋게 젊을 때 마이클 베넷과 제롬 로빈스 밑에서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협력으로 작업할 기회가 있었어요. 안무가가 연출을 하는 게 쉬운 방법이라 생각해요. 뮤지컬은 하나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출이 어디서 시작하고 안무가 어디서 끝나는지가 티나지 않아야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한 사람이 해야 더 자연스러울 것이고요.
좋아하는 장면?
좋아하는 장면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1막 마지막 장면입니다. 처음 생산된 <킹키부츠> 한 켤레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롤라와 엔젤들, 공장 직원들이 환호하면서 ‘Everybody Say Ye(함께 외쳐봐)’를 부르는 장면인데요. 이 노래는 신디에게 “할 수 있어! 다 해낼 수 있어!”란 내용의 곡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더니 나온 곡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 중 ‘록키고’란 밴드가 있는데 뮤직비디오 중에서 런닝 머신에서 서로 마주보며 뛰어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지상보다 높은 곳에서 부츠가 벨트 위에서 지나갈 때 마주 보고 춤출 수 있는 안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탄생된 장면입니다.
브로드웨이와 한국 <킹키부츠> 차이?
번역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조금 있겠지만 동일합니다. 프리뷰 3일 동안 관객들의 반응을 본 다음 더 정교하게 다듬을 겁니다. 저는 객석에서 공연도 보지만 주로 관객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입니다. 어디가 지루하고 아닌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롤라를 연기한 빌리 포터는 한국과 달리 원 캐스트이지만 두 명의 커버가 있습니다. 빌리 포터가 주로 무대에 서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그 두 분이 무대에 섭니다. 투어에서는 롤라가 세 명 더 있는데 원래 엔젤 역을 했던 분이 롤라를 하고, 언더였던 분은 투어에서 엔젤로 서게 되고요. 그러니까 투어까지 포함하면 롤라는 다섯 명인 셈이죠. 다섯 명 모두 훌륭하고 똑같이 잘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할 두 분도 똑같이 기립박수를 받지 않을까 합니다.
소수자 작품 주로 연출?
뮤지컬의 좋은 점이 누군가를 응원하게 된다는 거라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의 성장을 다룬 작품을 많이 한다기 보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알게 되는 걸 좋아해요. 그런 사람들은 주위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요. 전형적인 뮤지컬의 주인공들이 그렇지 않나 합니다. 제가 즐거운 공연을 보고 싶다보니 <라카지>, <헤어스프레이>, <킹키부츠>와 같은 작품들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극장 가기 전과 후의 기분이 달라지는 걸 즐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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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 연출가 제리 미첼과의 만남, 제작부터 공연까지
글 | 안시은 | 사진제공 | CJ E&M 2014-12-02 4,157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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