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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초연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7-04-05 4,615
소설과 영화로 대중에게 친숙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뮤지컬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날 채비 중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등을 작곡했던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작사, 작곡한 이 작품은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4월 15일 첫 선을 보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지난 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언론에 뮤지컬 넘버를 공개하는 자리를 처음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옥주현, 박은태를 비롯한 전 배우들은 양주인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집을 짓다’를 시작으로 ‘창 속에 담긴 세상’, ‘어떤 떨림’, ‘단 한 번의 순간’, ‘내게 남은 건 그대’ 등 아홉 곡의 넘버를 선보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영상화된 작품이 있는 경우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와 부딪혀야 한다. 흥행작인 경우 더욱 그렇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두 주연의 연기와 영상미로 지금까지도 뇌리에 많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한국 초연에 출연할 옥주현과 박은태는 상대적으로 젊다는 느낌을 준다. 김태형 연출은 “소설은 영화보다 10년 정도 젊다. 프란체스카는 40대 초반, 로버트는 50대 초중반(개봉 당시 메릴 스트립은 46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5세였다)”이라며 원작에서 두 배역의 나이는 더 젊다고 강조했다. 

프란체스카는 10대 사춘기 아들, 딸을 둔 주부다. 옥주현의 실제 나이가 이 역을 연기하기에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했고, 주부로 긴 세월을 보내면서 느꼈을 외로움과 사라진 로맨스, 열정 등에 대한 것들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캐스팅 이유를 공개했다. 

로버트를 연기할 박은태 역시 프란체스카 같은 성격의 여자를 경험한 적이 없어 느끼는 감정과 떨림, 설렘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배우 만큼 작품 속 넘버를 잘 소화하는 배우는 없을 거라 단언하며, 가창력도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음을 밝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쏟아지는 또 하나의 궁금증은 어떻게 무대화되느냐는 점이다. 옥주현은 “책만 읽고 무대에서 재현한다면 어떨까 생각했을 때 펼쳐지는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오는 장면에서 영화처럼 비 내리는 물줄기가 무대에서 보여질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연습하면서 (무대 장치 없이도) 충분히 마음이 아팠어요. 리허설을 하고 나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할 만큼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공연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 후반부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영화에서는 차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 건지 말 건지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감정을 드러냈지만, 대극장 공연에서는 클로즈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대 언어로 (영화보다) 더 과감하고 스펙터클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의 선택을 응원하고, 가슴 아파하거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가로등과 앙상블의 움직임을 통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스펙터클하거나 쇼뮤지컬이 아니라서 정서적으로 깊고 밀도 있게 표현하려 합니다. 무대도 미니멀하고, 움직임은 다이내믹하게 표현해서 만들어진 장면들이 사진처럼 프레임에 들어왔을 때 아름답게 표현되고, 앞뒤 프레임이 잘 이어지도록 전환할 때 앙상블과 무대 장치를 활용해 감정과 정서가 이어지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인 옥주현과 박은태는 원 캐스트로 두 달 여간 배역을 홀로 책임진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옥주현 역시 처음엔 부담스러웠다고. 대사가 많고 연극 색채가 강한 작품 특성상 연기 밀도를 더 높이고 싶었던 제작사의 뜻에 공감하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은태가 원 캐스트로 연기하는데 가장 큰 고충으로 꼽은 건 미세먼지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컨디션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한계가 있어) 안타까워요.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스트레스 안 받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이 작품은 두 배우에게 또다른 도전이다. 그간 출연작에서 고음으로 내지르는 넘버를 많이 불렀지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넘버들은 그에 반해 잔잔하다. 박은태는 큰 도전이고 어렵지만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연기에서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사진작가로 등장하는데 친분있는 사진 작가와 연습하면서 사진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고. 김태형 연출은 박은태(로버트 역)가 극 중 찍는 사진은 영상과 무대 자체 이미지를 통해 표현될 거라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카는 (극 중에서) 그림을 스케치해요. 로버트의 실사에 가까운 사진과 프란체스카가 스케치한 그림이 무대에서 변주되면서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겁니다.”

옥주현은 엄마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것을 도전으로 꼽았다. <엘리자벳>에서 엄마 연기를 한 적 있지만, 현대극에서 일상 속 자연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역할에 이입하기 위해 친어머니가 극중 배역 나이일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특히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만나 일렁이는 감정과 사랑을 느끼면서도 언제 마음을 누르고 가족을 택했을까”란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고. 찾은 답은 가족들과 떠난 농업박람회에서 돌아온 딸이 “엄마, 나는 시집가서도 엄마랑 평생 살 거야”란 얘기를 할 때였다.




로버트의 전처인 마리안과 프란체스카 언니 키아라 등을 연기하는 유리아는 작품의 매력을 음악으로 꼽았다. “대사에 없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사랑 이야기가 노래에 많이 담겨있어요. 작곡가가 드라마 깊이 들어가서 작곡했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장르도 다양해요. 음악감독님이 잘 풀어주셔서 이해하기 쉬워졌는데 세련된 음악이 많은 것 같아요.”

여덟 명의 앙상블 중 최연장자인 김호섭은 앙상블을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앙상블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중요한 다리도 만들고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에게 필요한 흔들의자나 난간 등을 직접 옮기는데 여기에 숨은 연출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가사가 적지만 그 안에 많은 걸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래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태는 “모든 캐릭터에 한 번씩은 감정이입이 되는 위대한 장면이 있다”며 단순히 로맨스라거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누가 보든 한 번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재미있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옥주현은 김태형 연출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출을 만나 좋다고 덧붙였다. 

“저랑 (박)은태 씨랑 연습 초반에 “섬세해지고 잘 다듬어지는 것 같다”라고 얘길 했어요. 그런 연출님과 함께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희 무대를 보고 감동이 더 진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꼭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태형 연출, 양주인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등이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참여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4월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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