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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께한 이들이 있어 가능한 새로운 출발, 박정아 콘서트 <리프라이즈>

글 | 박병성 | 사진 | 심주호 2020-06-16 13,294
뮤지컬 작곡가 박정아의 콘서트 <리프라이즈>가 오는 6월 27-29일 오른다. 2008년 <사춘기>로 데뷔한 그는 <마마 돈 크라이>, <트레이스 유>, <최후진술>, <신흥무관학교> 등 지난 12년 동안 11편의 뮤지컬을 발표했다. 10여 년이 넘는 동안 꾸준히 매해 한 편 정도씩 신작을 올린 뮤지컬 작곡가는 손에 꼽힌다. 얼마 전 김포의 한적한 주택가에 연습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의 뮤지컬 인생 2장을 준비하고 있다. 



박정아 콘서트 <리프라이즈>
주위에서 여러 차례 콘서트 권유를 받곤 했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결심을 하게 됐다. “그동안 함께해온 음악 팀도 새로운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둘러보니 제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더라고요. 그 힘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사춘기>로부터 12년 동안 박정아 작곡가가 험난한 창작뮤지컬 제작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함께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작곡가는 이들을 가족이라고 표현했는데, 팀으로 엮인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작업에 들어가면 열일 제쳐두고 참여하는 편곡자, 연주자, 음악 조감독이 10여 명이 된다. 이들 중 절반에 좀 못 미치는 사람들이 데뷔작인 <사춘기>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다.
이번 콘서트는 대관이나 홍보 마케팅, MD 제작은 전문 기획사와 PD가 도와주시만 실질적인 제작 전반을 담당하는 것은 작곡가 본인이다. 팀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조용하고 침작한 그의 성품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단이다. “창작뮤지컬 초연을 올리려면 작곡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프라이즈>는 3일 동안 4회 공연된다. 매 회 70~80퍼센트는 최근까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동일하게 구성하고 20~30퍼센트는 작품을 추가한다. <사춘기>, <신흥무관학교>, <주홍글씨>, <더 넥스트 페이지>가 매 회 새롭게 추가되는 작품이다. “새롭게 추가되는 작품은 재공연이 되지 않아 관객이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잊혀지지 않게 상기시켜주고 싶어서 매 회 한 편을 추가했어요.” 그동안 사랑받았던 노래라고 하더라도 음악 팀이 뭉친 만큼 새로운 매력을 주려고 한다. “<신흥무관학교>는 군 뮤지컬이다 보니 남자 넘버가 많은데 여자가 부른다거나, <주홍글씨>나 <더 넥스트 페이지>는 오래 전에 했던 작품이라 드라마틱하게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음악적으로 재편곡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트레이스 유>는 록 음악이다 보니 다른 느낌의 다양한 편곡이 가능할 거예요.”



뮤지컬 인생 2장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뮤지컬 작곡가나 편곡자로 규정했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음악감독의 대우가 더 좋은 게 사실이지만 작곡가나 편곡가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2015년부터는 매해 한 편 이상의 신작을 발표하고 두 편 이상의 재공연을 올리고 있다. 작품만 하기에도 벅찬 일정이지만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한다. 콘서트 역시 그런 일환이고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유튜브 제작을 준비 중이다. “재공연을 못 올리는 공연은 공연 실황이 없는 것도 있고 남는 게 없더라고요. 가요는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노래를 듣는데 뮤지컬은 그럴 수 있는 작품들이 얼마 안 되잖아요. 심지어 저조차도 제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재공연이 안 되는 작품들의 곡들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려고 한다. 단순히 음원만 올리기보다는 소박하게나마 뮤직비디오를 만들 생각이다. 영상원 강의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유튜브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 오른 콘서트 홍보 영상 역시 이들의 작품이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건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거예요. 팝은 리메이크 버전도 많잖아요. 함께 작업하는 뮤지션들의 능력이 출중한데 이들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신작 곡들도 공연 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할 생각이다. <해적> 공연 전에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노래를 소개했는데 이 역시 박정아 작곡가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창작 초연에 뮤직 비디오를 내놓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전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연 1~2주 전데도 곡이 바뀌는 것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작 뮤지컬은 오픈 하기 전까지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고 극장에 오게 되잖아요. 시간과 돈을 지불하는 관객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콘서트도 유튜브 영상 작업도 외부 지원 없이 자체 제작한다. 그동안 벌어둔 수입이 많아서 벌이는 일은 아니다. “10여 년 하다 보니 저에게도 동기 부여가 필요했어요. 서툴고 어설플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활동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정아 작곡가의 새로운 20년은 조용하지만 뜨겁게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뮤지컬 작곡가로 힘겹게 문을 연 그는 이제 새로운 십여 년을 준비하며 출발점에 섰다. 출발선에 선 것이 혼자가 아니라서 한결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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