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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연하는 <시티 오브 엔젤>, 다채로운 무대와 한국화로 차별화한다

글 | 안시은 기자 2019-07-03 3,523
<시티오브엔젤>이 8월 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한국 초연한다. 그에 앞선 어제(7월 2일) 오후 서강대 메리홀에선 제작발표회를 열고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티오브엔젤>은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영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공연했다. 블랙 코미디 누아르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국내 초연에선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을 거쳤다. 

<시티오브엔젤>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신인 작가 스타인이 탐정 소설을 ‘시티 오브 엔젤’이란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극중극으로 펼친다. 현실 세계는 컬러로, 영화 속 세계는 흑백으로 표현하며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 초연 방향
오경택 연출은 “(원작이) 1989년에 초연했다. 30년 전 작품이라 시간적 거리, 문화적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금 이 작품을 대한민국에서 왜 해야 하는지가 연출로서 던져진 질문이자 숙제였다”고 했다. 그 고민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담길 예정이다. 

원작에서 변화를 준 다른 부분은 대본이다. 오경택 연출은 “(극중) 영화 속 세계는 필름 누아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필름 누아르는 미국에서 유행했던 장르여서 작품에도 미국적인 정서가 많이 담겼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창작자들이 뮤지컬로 만들 때 패러디와 오마주를 담으면서 블랙 코미디톤으로 표현했다. 언어유희가 큰 묘미인데 그런 부분에서 한국 정서로 치환하는 윤색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또 하나 신경쓴 점은 여성 캐릭터다. 오경택 연출은 “<시티오브엔젤>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전형화된 수동적인 인물이어서 불편했다”면서 “동시대에 의미있게 재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누아르 장르에는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도나/울라는 충직한 비서이고, 칼라/어로라는 팜므파탈이다. 두 인물 다 전형적”이라고 했다. 

고민 끝에 “캐릭터의 전형성을 뒤집으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세세하고 세밀한 지점에서 캐릭터의 톤 앤 매너를 바꿨다”고 윤색 과정을 말했다. 동시에 “코미디를 더 보강하고 강조해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한발 떨어져서 볼 수 있게 했다.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인물로 바라보는, 일종의 거리두기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초연에선 표현방식도 조금 더 다채로워진다. 오경택 연출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기술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흑백과 컬러를 절반으로 나눠 쓴다든지 하는 단순한 방법을 썼다면, 저희는 영화용 필름 롤을 상징하는 회전 무대와 이중 조리개 무대로 카메라 역할을 표현한다”고 초연에서 차별화한 부분을 내세웠다. 




18인조 빅밴드가 선보일 음악
제작발표회에선 재즈풍의 ‘프롤로그’부터 ‘What You Don't About Women’, ‘Funny’, ‘You're Nothing Without Me’ 등 다양한 노래를 공개했다. <라이프>, <스위트 채리티>, <포시>, <바넘> 등을 작업한 사이 콜먼이 쓴 이 곡들은 18인조 빅밴드와 함께 극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재즈는 곡의 구성이나 형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연주 스타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시티오브엔젤>에는 빅밴드 위주의 재즈 스타일 곡이 많은데, ‘Funny’ 등 그렇지 않은 곡도 흥미로운 구조로 흑백과 컬러 (대비) 구조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고 음악 스타일을 소개했다. 의외로 뮤지컬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전체 합창 넘버는 없는 편”이라고도 했다. 

음악 중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프롤로그’를 예로 들며 “재즈와 연주자의 자유로움이 동시에 표현되는 스캣송”이라고 설명했다. 스캣송은 루이 암스트롱이 많이 보급시킨 것이라는 말도 더했다. 이 곡을 부르는 엔젤 배역은 극의 진행을 돕는 역할도 한다. 

네 명을 뽑기 위해서 오디션을 4차까지 진행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서로 음색이 맞아야 해서, (노래) 표현 방법이나 가창 스타일이 비슷한 네 분을 선별해 짝을 지어 오디션을 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멀티 배역은 오리지널 작품과 차별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엔젤 네 명이 부르던 노래에 멀티 배역도 함께해 사운드를 더 풍성하게 내도록 구상중이라는 것. “본질을 느끼는 동시에 한국 정서나 상황에 맞게 보여줄 무대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18인조 빅밴드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에 배치되는 걸로 안다며 “(밴드 노출이) 필요한 장면에서 보여질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개비/바비 배역이 연기하는 역할 중 재즈 가수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밴드와 함께 라이브 무대를 보는 것 같은 무대가 연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재즈는 자유스럽지만 얼마나 자유스럽게 표현할지 어렵다. 연주 스타일이 익숙하지 않으면 어색할 수 있어서 연주자 섭외부터 배우들까지 선발하는 것이 어렵고 까다롭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루브감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 더 크다. 연습한지 4주차가 됐는데,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루브감이 몸에 밴 배우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연습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다. 흥겹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서 보시는 관객 분들도 재미있고 흥겹게 극장 문을 나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티오브엔젤>의 주역들
작가 스타인을 연기하는 최재림과 강홍석은 이번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최재림은 지금껏 “동성애자, 흑인, 드래그 퀸, 여자 할머니 교장 선생님 같은 역할을 했다.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님께서 처음 제안해주셨을 때 저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스타인에 대해 “글을 쓰는 예술가라는 자부심이 큰 반면 영화판 현실에 타협하는 사회 초년생과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와 영화 시나리오 속 세계가 교차되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선이 건너뛴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도 했다. “(극중) 코믹한 모습도 많지만 로맨스도 많다. 제 안에 숨겨진 병맛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강홍석은 김문정 음악감독을 통해 음악을 처음 접했다며, 들어보니 “팝에 재즈 스타일이고, 스캣이 들어가는 등 제 스타일이더라”고 <시티오브엔젤>에 대한 첫 인상을 말했다. 그 역시 “(뮤지컬에서) 지금까지 드래그퀸, 사신, 살인자 등을 연기했고, 드라마에서도 조선족, 살인자 같은 (센) 역을 많이 했다”면서 “대본을 보고 ‘이런 작가의 삶을 내가 구현할 수 있을까?’”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고민 중이라는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과 테이는 스타인이 쓴 시나리오 속에서 탐정으로 살아가는 스톤을 연기한다. 이지훈은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걸 배우로서 추구한다. 대표님께 작품 설명과 음악적 얘기를 들었는데, 이런 작품을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작품이 선보이면 신선한 충격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대본을 보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경택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에 대한 신뢰도 출연 결정에 한 이유가 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 출연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감사하다면서, 한국 초연이라 부담도 크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1~2년에 한 작품 정도 출연하던 테이는 최근 <루드윅>, <여명의 눈동자> 등 연달아 뮤지컬에 출연 중이다. “올해는 특별하게 좋은 작품들로 많이 인사드리게 됐다”던 그는 “<시티오브엔젤>을 제안받았을 때 영광이었다”고 마음을 표했다. 

대본 후 그에게 닥친 걱정은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였다고. 배우들,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 어우러지면 뭔가 또 나오겠다’는 기대가 생겨 기분 좋게 참여했다고 했다. 



정준하와 임기홍은 영화 감독 버디 피들러와 어윈 어빙 역을 동시에 소화한다. 정준하는 2015년 <형제는 용감했다> 이후 뮤지컬에 오랜만에 출연한다. 2018년 10월부터 방송을 본의 아니게 잠깐 쉬고 있었지만, 사업체 네 곳을 운영하면서 방송할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고 했다. 

“내로라 하는 최고의 배우들과 언제 한 번 이런 무대에 설까 했다. 함께하게 돼서 무한한 영광이다. 대사가 많아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참여하게 된 소감을 내놨다. 같은 역을 맡은 임기홍과는 (체격도) 완전히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 그 점이 보시는 분들에게 재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발리로 거주지를 옮긴 가희는 2015년까지만 해도 <신데렐라>, <머더 발라드>, <보니 앤 클라이드> 등 활발한 뮤지컬 활동을 했지만 이후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다. 출산 후 복귀작으로 <시티오브엔젤>을 택한 그는 “복귀작이 멋진 작품이 되어 무한한 영광이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같은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게 행운 같다. 봉인 해제된 느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경선과 박혜나는 도나와 울라를 연기한다. 두 캐릭터지만 비서라는 직업은 같다. 김경선은 “직업이 같지만 색깔이 다른 인물이다. 울라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지고지순한 여자고, 도나는 약삭빠르면서도 똑똑한 비서”라고 설명했다. 

두 인물 중 애착 가는 캐릭터로는 울라를 꼽았다. 그간 “센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역할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뮤지컬 배우 생활 처음으로 (맡게 된)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비서를 표현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주시고 많이 응원해달라”고 했다. 



박혜나는 “연출님께서 (원작에선) 두 캐릭터 성격이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초연에선 두 캐릭터 성격이 많이 다르게 보여주고 싶다. 한국 정서와 현시대에 맞게 캐릭터도 많이 바꿨다. 원작과 한국 초연을 보시면 캐릭터 차이를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초연에서 달라진 점을 들려줬다. 

오경택 연출은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도나/울라)는 각색된 캐릭터일 정도로 <시티오브엔젤>에서 캐릭터 방향을 많이 튼, 거의 유일하게 만든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초연에서 원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시티오브엔젤>은 8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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