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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뮤지컬로 탄생된 <시라노>, 개연성과 드라마 완성도 보강해 돌아왔다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 | 안시은 기자 2019-08-23 3,761
<시라노>가 2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지난 10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에 실존했던 인물을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1897년 선보인 희곡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지난 22일 오후에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 박지연, 나하나, 송원근, 김용한 등 배우들이 참여한 가운데 '가스콘 용병대', '록산', '나홀로', '영광을 향해' 등 작품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프레스콜을 열었다. 






개연성을 높이다
이번 공연에선 각색을 통해 개연성을 높이고 무대 장치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드라마의 완성도”였다.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음악도 추가됐다. 



장면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류정한 프로듀서는 “초연 때도 원작자인 프랭크 와일드혼이 일임해줘서 많이 각색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뮤지컬 대본은 원작에 노래만 더한 정도였기 때문에 캐릭터와 개연성 등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번 공연을 하면서 김동연 연출, 김수빈 작가와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김동연 연출은 “현대 무대 언어로 원작을 각색”하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고전 희곡 전개 방식대로 장면 전환 없이 한 장소에서 사건이 다 일어나거나,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어 있다고. 장소 혹은 장면에 변화를 줘서 드라마에 긴장감을 더하고 전개 속도를 높이는 등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장면의 개연성도 높이려 했다. 그 중심엔 록산이 있었다. 김동연 연출은 “두 남자가 록산을 사랑할 만큼 현대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인물로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원작에서도 록산은 진취적인 성격이고 시를 좋아하지만, 현대 시점에서 볼 때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어 현대 언어에 맞게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라노와 록산이 영혼이 닮은 인물이도록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두 인물의 관계를 대등하게 해서 시라노도 록산의 영향을 받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고 각색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을 말했다. 

무대는 공간감을 더하기 위해 회전 무대와 영상을 도입했다. 류정한 프로듀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좋은 재연이라기보다 새로운 공연을 탄생시킨 것”이라는 말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한 공연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 완성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번만 하고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라노』의 인기 비결
『시라노』는 오페라, 발레, 영화, 드라마 등으로 꾸준히 변주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그 비결에 대해 류정한 프로듀서는 “옛날 얘기지만 현대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 짚었다. 시대만 바뀌었을뿐 본질적인 것은 같다는 설명이었다. 

“<시라노>는 로맨틱한 사랑 얘기를 내세웠지만 모든 캐릭터가 외롭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길 원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데, 시라노가 불의와 맞서 싸우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감당해야할 몫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큰 거인과 맞서 싸운다. 상사와도, 연출과도 싸워야 한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들이 또 다른 형태로 계속 펼쳐진다.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공감할 수 있는 텍스트라 생각한다.” (류정한)




시라노부터 록산, 크리스티앙까지
배우 캐스팅에 류정한 프로듀서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앙상블부터 주·조연까지 모두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했다. 모든 배역에 깊이 관여했다며, 특히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들은 각기 다른 장점들이 있어서 훌륭히 해낼 거라는 확신으로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했다. 




시라노 역을 맡은 이규형은 “제안을 받고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믿고 따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서 의지하면서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 항상 무대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샘솟더라”며 “무대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커튼콜 때 느끼는 쾌감은 다른 곳에선 얻어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무대에 설 때 느끼는 매력을 말했다. 

애착가는 곡은 공연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최근에는 클라이맥스에서 부르는 “‘가스콘(리프라이즈)’에서 에너지를 다 쏟아서 와닿는다”고 했다. 



조형균은 “한동안 사람 역할을 안 했다. 시라노도 불완전한 부분이 있지만 인간으로 캐스팅돼서 마음이 편했다. 편하게 나답게 연습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재밌게 말했다.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행복하게 연습했다며 팀워크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시라노>에서 시선이 절로 향하는 곳은 시라노의 코다.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들은 미리 제작한 코를 붙이고 공연에 임한다. 이규형은 “굉장히 편하다”고 했다. 수많은 시도를 거쳐 탄생한 스폰지 재질의 코라 말랑말랑하면서도 흘러내리지 않도록 적당하게 제작됐다고 했다. 연기할 때도 지장이 없도록 잘 붙이고, 배우 콧구멍에 맞게 제작해서 숨도 잘 쉴 수 있다며, 류정한 프로듀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최재웅은 처음에는 코가 어색하다가도 10분만 지나면 몸의 일부처럼 편하더라고 코를 붙이고 연기해본 소감을 말했다. 조형균도 “연습 후반부에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하는 것)로 할 때 코를 붙이고 했다”면서 요즘은 코를 뗐을 때가 더 어색하다고 했다. 

불편한 점으로 최재웅은 코를 풀 때 평소처럼 풀 수 없다는 점만을 꼽았다. 조형균도 컵에 물을 따라마실 때 코가 컵에 빠질 것 같아서 종이 빨대를 사용해서 물을 마신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최재웅은 ‘삐리빠라’로 대변되는 뮤지컬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 장면이라고 답했다. “처음엔 안 힘들줄 알았는데 (해보니) 정말 힘들더라”며 체력적으로도 노래도 힘들었다고 했다. 류정한을 비롯해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장면이라고 했다. 

작품에서 이 장면의 톤이 유일하게 튄다는 질문에 류정한 프로듀서는 “지금은 여러 이유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라 생각한다”고 답하면서도 “공연이 길어서 빼야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 장면을 뺄 수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록산 캐릭터는 보다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했다. 박지연은 “캐스팅됐을 때 기뻤다”고 출연 소감을 말하면서 “초연과 재연 대본을 봤는데 발전된 부분이 많아서 기대감을 갖고 연습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감사드린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박지연은 록산이 크리스티앙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에 대해 “(시라노가 쓴 편지를) 크리스티앙이 쓴 편지라고 오해한다. 지성까지 갖춘 모습에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시라노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지내온 사이”라서 그렇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록산은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모두-사랑의 종류만 다를 뿐-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하나는 “작품 속에서 록산이 사랑을 알고 배워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했다. “록산은 시라노의 성품과 성격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영혼의 쌍둥이처럼 (서로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라고 인물을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록산 캐릭터를 록산에서만 찾으려 했는데, 나중에는 시라노를 관찰하게 되더라”고 했다. 

록산은 “감정적으로 끌려 (크리스티앙을) 사랑하지만 결국 시라노가 곁을 떠나고 죽은 뒤 비로소 사랑했던 게 누구였는지, 사랑이 어떤 건지 담담히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인물”인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집중해 연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송원근은 맡은 크리스티앙에 대해 “순수하고 남자답고 살고자 하는 대로 밀어붙이는 성격”이라고 했다. 다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할 때는 떨리기 때문에 말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툭툭 튀어나와서 원래 모습과 달라보이지만,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 했다. 크리스티앙의 그런 모습에 집중해서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역을 맡은 김용한은 “미숙하지만 순수한 모습을 더 표현하려 노력했다”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새롭게 돌아온 <시라노>는 10월 13일까지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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