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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맞는 국립극단, <채식주의자>·<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2020년 선보인다

글 | 안시은 기자 | 사진제공 | 국립극단 2019-12-18 5,116
국립극단이 오늘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전 창단 70주년을 맞는 2020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창단 70주년 기념 표어는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다. 표어에는 1년 내내 연극을 만날 수 있고 연극을 사랑하면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국립극단을 표방하며 채택했다. 상징은 어두운 무대를 비춰 생명을 불어넣는 조명을 상징화한 세로형과 확성기를 형상화한 가로형 2종으로 제작했다. 

국립극단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상반기는 70주년에 걸맞는 과거 대표작과 기념사업을, 하반기에는 신작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국립극단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1위를 차지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2위에 오른 <햄릿>을 다시 공연한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6월 19일부터 7월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고선웅 연출이 특유의 감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햄릿>은 정진새 각색, 부새롬 연출로 새롭게 선보인다. 

70주년 레퍼토리 작품으로 연출가 조광화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파우스트>와 심재찬 연출이 참여하는 <만선>을 공연한다. 4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파우스트>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친 김성녀가 파우스트를, 박완규가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한다. 

같은 날 태동한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은 70주년을 맞아 상호 축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만선>(4월 16일~5월 2일)은 함께 축하하는 의미를 더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만선>에는 과거 국립극단 단원이었던 원로배우부터 현재 국립극단 시즌단원과 객원배우들이 참여한다. 

두 기관 설립일인 4월 29일에는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70주년 기념식을 국립극장과 함께 연다. 더불어 국립극장에 함께 소속되어있던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국립예술단체를 명동예술극장으로 초청해 교환 공연으로 축하의 장을 펼친다. 



해외 초청 공연으로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5월 28~30일, 명동예술극장)과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일~6일, 명동예술극장)를 공연한다. <바냐 삼촌>은 리마스 투미나스 예술감독 특유의 파격적인 연출로 선보인 작품이다. 안톤 체호프 대표작을 새로운 작품으로 각색하며 2011년 러시아 최고 권위의 연극페스티벌에서 황금마스크상 대극장 부문에서 수상했다. 

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관습적인 남녀 성역할을 뒤집은 캐릭터 설정과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RSC가 내한 공연을 하는 것은 2000년 첫 내한 이후 20년 만이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봄에 공연한 작품인데 1년 만에 내한한다. 동시대적 해석과 파격적인 연출을 했지만, 음악과 의상, 무대는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모습을 충실히 재현해서 클래시컬한 미학도 같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두 작품은 1주일 사이에 연이어 공연한다. 2주간 펼쳐지는 작은 축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이 아닌 연출가를 교류하는 '연출의 판-해외 교류전'을 통해 <채식주의자>가 세계 최초로 공연화한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소설이 원작이다. 이번 공연은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으며 성사됐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벨기에에서 <채식주의자>를 하겠다고 처음부터 정했다”고 공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그간 해외교류는 작품 혹은 개인적인 네트워킹 위주가 많았다. 앞으로는 극장 대 극장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극장을 계속 찾고 섭외하고 있다”고 했다.

리에주 극장의 셸마 알루이 연출이 이끄는 <채식주의자>는 한국 배우들과 워크숍을 마친 상태로, 5월 6일부터 6월 7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리에주에서도 선보인다. 한국에선 배요섭 연출이 준비 중인 다른 신작을 리에주에서 워크숍을 하고 유럽 연출가들과 20201년 공연할 예정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신작으로 <화전가>, <스웨트>(가제) 등을 선보인다. 배삼식 작가에게 의뢰한 신작 <화전(花煎)가>는 국립극단 2020년 공연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이성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는다. 

미국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 <스웨트>(9월 2일~27일, 명동예술극장)는 노동자 계층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이고 냉철하게 그려낸다. 린 노티지는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작가로 타임지가 2019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백 인에 선정됐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연극적으로 풀었다. 안경모 연출이 참여한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연출의 판 전체 주제가 노동이었다. 2020년에도 <스웨트>를 선보인다”고 언급하며 “<파우스트>를 젠더프리 캐스팅하거나 <말괄량이 길들이기>처럼 관념을 뒤집은 작품을 하는 등 여성문제도 다룬다. 청소년에 대한 것도 배달사고나 현장에 실습갔다가 나는 사고 등 청소년 노동 문제를 그린다. 다양한 주제와 (사회) 현상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기획 작품으로 <트루 유(가제)>를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독일 비디오아티스트 겸 연출가 크리스 콘덱과 크리스티안 퀼의 렉처 퍼포먼스다.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와 라이브로 만들어지는 영상을 활용해 진실을 알려주는 기계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봄 Bo:m'과 공동기획으로 선보인다. 

2019년 <영지>로 11살 소녀 영지의 이야기를 다뤘던 어린이청소년연구소는 2020년에는 <상호(가제)>를 통해 12세 상호를 중심으로 10대 초반 소년들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공연은 심도 깊은 청소년극으로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청취해 반영할 예정이다. 청소년극 신작 <상호>는 10월 30일부터 11월 2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2020년에도 다양한 작품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부임 이후 “명동예술극장은 관객중심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은 희곡중심으로, 소극장 판은 연출가 중심으로 하는 등 각 극장별로 특성화해서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상시 운영 중인 희곡 우체통을 통해 선정된 두 번째 작품 <사랑의 변주곡>(가제/12월 3일~20일, 백성희장민호극장)은 김수영 시인의 시를 통해 삶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연극 원형의 재발견에서는 첫 해인 2018년엔 창작탈춤을, 2019년에는 판소리를 주제로 쇼케이스했던 것에 이어 2020년에는 황해도 굿을 주제로 한다. 정식 공연은 처음으로 <억척가>, <사천가> 등을 선보인 남인우 연출이 연희감독 및 연출로 나선다. 쇼케이스는 6월 18일부터 7월 12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진행한다. 

10월 9일부터 11월 1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진행하는 '연출의 판-작업 진행중'에서는 연출가들이 올해의 주제와 각자 미학을 접목해 다양한 연극적 시도를 실행한다. 3년차를 맞는 2020년에는 연출가들의 사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관객들에게 보다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낭독 쇼케이스를 신설한다. 신작 희곡이 공연으로 제작될 가능성을 높이는 시도다. 만 30세의 나이로 베를린 연극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박본 작가가 쓴 신작으로 낭독 공연한다. 한국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상영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도 관객과 만난다. 



다양한 기념 사업도 진행한다. 우선 국립극단 70년사(史)를 편찬한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재단 법인화 이후 10년 이후 단독으로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전문 평론가들로 구성한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준비한 책자는 2020년 봄에 발간될 예정이다. 

70주년 기념 전시는 국립극단 70년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개최한다. <화전가> 개막 일정에 맞춰 2월 28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시작하는 전시는 극장과 배우를 주제로 사진, 공연자료, 배우 시연을 포함한 복합적인 이벤트로 구성한다. 여신동 무대미술가, 윤성호 극작가, 정희승 사진작가, 남선우 큐레이터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창작진들이 극장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연극인 잔치는 4월 6일 서계동 국립극단 마당에서 진행한다. 고선웅 연출과 김민정 작가가 행사를 위한 특별공연을 준비하고 설치미술가 이원호가 마당을 잔치공간으로 꾸민다. 국립극단 디지털아카이브는 4월 중 오픈한다.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4백여 편의 공연정보와 참여한 배우 7천여 명의 인물 정보를 누구나 검색 및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0-21 시즌단원으로 선발된 14명(강현우 고애리 권은혜 김명기 김보나 김세환 김예림 문예주 박소연 박용우 송석근 이상홍 이원준 이유진) 중 김예림과 이상홍이 참석해, 인사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상홍은 “4수 끝에 시즌 단원이 됐다. 아이가 셋인데, 좋아하는 실내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 가기 전부터 설레했다. '가자마자 재미있고 즐겁게 놀 거야'란 표정이 보여서 이 얘기를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했다. 국립극단은 제게 좋은 놀이터 같다. 2년 동안 신나게 놀겠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김예림은 “국립극단 70주년인 해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외부엥서 활동할 때는 공연 중이어도 차기작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시즌단원으로 활동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2년 동안은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배우에게 좋은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제2의 가족이 생긴 것 같아서 설레면서도 든든하다”는 소감을 꺼냈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시즌단원은 1년에 세 작품을 의무적으로 출연할 권리가 있다. 매년 15~20편 정도 하는데 그 중 세 편에 출연한다. 작품이 정해지면 시즌단원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한다. 단원은 보고싶은 작품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다. 시즌단원을 대상으로 캐스팅한 후 남는 배역은 외부 출연자를 섭외한다”고 시즌단원 시스템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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