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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설산에 갇혀도…생의 투지 담은 연극 <터칭 더 보이드>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제공 | 연극열전 2022-07-20 5,482

 

오늘 오후, 7월 8일 개막한 연극 <터칭 더 보이드>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2018년 영국에서 초연된 <터칭 더 보이드>는 1985년 페루 안데스 산맥 시울라 그란데의 서쪽 빙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한 영국인 산악가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생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해당 사건은 동명의 회고록으로 출간됐으며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 신성민, 김선호, 이휘종, 이진희, 손지윤, 오정택, 정환, 조훈, 정지우와 김동연 연출가가 참석했다. 조난사고로 설산에 고립된 ‘조’ 역은 신성민, 김선호, 이휘종 배우가 맡았다. 조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누나 ‘새라’ 역은 이진희, 손지윤 배우가 연기한다. 조와 함께 시울라 그란데를 등반한 ‘사이먼’은 오정택과 정환이, 시울라 그란데 원정 베이스 캠프 매니저 ‘리처드’ 역에는 조훈, 정지우가 출연한다.

아래 내용은 기자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소극장에서 다루기 쉬운 소재는 아니다.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김동연 연출가(이하 김동연) : 쓰여진 대사와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이 이야기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하는 작품이었다. 인물들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닿으려는 의지가 우리들에게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의미겠다 싶었다. 

 

무대화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점은?
김동연 : 무대 디자인은 수십 번을 수정했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보단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대 중간에 파여있는 상처 같은 홈이 있고 그게 마치 크래바스에 빠진 조를 상징하는, 위태로워 보이면 좋겠다는 콘셉트다. 사운드는 연극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서라운드 시스템이다. 소극장에서 산에 고립된 공포감을 관객이 느끼게 하는 건 사운드이지 않을까 싶다. 대본에서도 ‘공허의 소리’를 강조하는데 그걸 표현하는 것을 고민했다. 

 

 

원작과의 차이점?
김동연: 영국 공연은 1막과 2막으로 나뉘고 중간 휴식이 있다. 국내 공연은 여러 제약으로 2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각색 작업을 했다. 중간에 리차드가 부르는 노래는 다 새로 썼다. 원래는 무거운 대서사시 느낌인데 아이러니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한국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중간에 카프카 문구를 인용한 이유는?
김동연 : 이 작품에는 삶과 죽음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부조리한 면이 있다. 마치 살려고 하지만 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신성민 : 하게 되면 고생을 많이 하겠는데?(웃음) 조가 첫 등장 장면에서 이런 대사를 한다. “너무 좋은데 너무 무서운데 너무 좋은데” 그 대사가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 같다. 너무 힘들 것 같았지만 하고 싶었다. 내년이면 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용기있게 선택했다. 

 

 

산을 오르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휘종 : 공연하면서 멍이 많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면 몸이 너무 아프다. 산악인으로 보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로프 등 물건을 잘 다루고 싶어 아직까지도 계속 연습 중이다.
오정택 : 마찬가지로 장비를 다루는 연습을 했고, 산악인 분들이 보시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최선을 다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하고 외적으로는 제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웃음)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한다. 

 

조난을 당하는 ‘조’ 역할을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김선호 : 다큐멘터리도 보고 실제 인물과 글로만 상상했던 부분이 다른 지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크래바스에) 떨어졌을 때 살고 싶다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한다. 산악인들은 순수하게 산을 좋아하고 바라본다. 그런 순수함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조가 크래바스에 떨어졌을 때 사이먼은 로프를 자르는 선택을 한다. 연기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했는가?
정환 :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사이먼과 조의 관계, 그런 결정을 하면서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감정들 등 여러 방향을 얘기하고 고민했다. 줄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사이먼이 자기 탓을 하고, 조가 돌아온 후에 살 수 있게 빠른 응급처치를 했다는 후일담이 있더라. 그런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많이 고민했다.

 

사라는 감정 변화가 크고 움직임이 많은 인물이다. 준비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가?
손지윤 : 움직임은 다른 배우 분들이 너무 고생해서 할 말이 없다. (웃음) 연습을 지켜보는 과정, 공연을 올리면서 느끼는 건 조의 고통이나 슬픔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라는 조가 삶을 놓지 않도록 끝까지 버텨야 하는 인물이다. 끝까지 가는 게 버겁지만 잘 버텨보겠다. 

 

 

리처드는 공연 내내 사건의 진행을 알려주는 역할이고, 중간에는 노래를 하는 장면도 있다.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가?
정지우 : 조와 사이먼에 이입해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리처드가 해설자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조훈 : 기타를 처음 쳐봐서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리처드는 마이크를 차고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사이먼과 조의 긴급한 상황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로 노래를 불러야 해서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있다. 무대는 무엇이 다른가?
김선호 : 관객을 만난다는 점이 명확하게 다르다. 제가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관객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것도 있다. 배우들은 다 느낄 것이다.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제가 말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그들이 공감하고 움직이는 기운이 배우에게도 느껴진다. 
이진희 :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시작하면 어떻게 되든 그날 무슨 상황이 있든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책임져야 한다는 게 무겁지만 앞에 있는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데 고충이 있는가?
신성민 :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장점과 단점이 있다. 다가가긴 쉽지만 어디까지 나타내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도 있다. 어느 정도 극 속으로 들어가서 극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가를 더 고민하는 것 같다. 상황 안에만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인물의 캐릭터성보다는 조난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상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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