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이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을 10월 4일부터 10월 12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나무, 물고기, 달>은 한국·인도·중국 등 동양의 여러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 창극으로, '소원 나무'로 향하는 인물들의 여정을 그린다. 참신한 미학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배요섭이 연출을, 소리꾼이자 배우, 인디밴드 리더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이자람이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아 2021년 초연 후 약 1년 반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창극 <나무, 물고기, 달>은 어떤 소원이든 이뤄준다는 '소원나무'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가난한 소녀와 진정한 가족을 찾고 싶은 소년, 깨달음을 위해 고행하는 순례자, 꽃을 피우고픈 사슴나무 등이 하나둘씩 여정에 동참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은 소원나무를 마주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으면 우리는 만족할 것인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극본을 쓴 김춘봉은 "소원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속 소원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보셨으면 좋겠다"라며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과 외면하고 숨기고 싶은 내면의 그림자까지 나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재공연을 하면서 제작진은 세밀한 수정, 보완 작업을 통해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완성할 계획이다. 배요섭은 시각적인 스펙터클보다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판소리 고유의 특성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대의 모든 시각 요소를 간결하게 연출하고, 시김새·요성·추성 등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 소리의 움직임을 시각화했다. 이자람도 판소리의 원형을 놓지 않으면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실험을 펼쳐낸다. 국악기뿐 아니라 인도의 전통 악기 '하모니움', 타악기 '운라' 등을 사용해 환상적인 극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소리꾼들이 쌓아 올리는 화성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엮어낸다.
무대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과 신기루같은 허상의 세계 등 시공간의 층위를 넘나드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간결하고 상징적인 원형 무대를 객석이 둘러싼 구조로,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소리판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다. 국가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이수자인 허창열이 구성한 안무 또한 보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전통 탈춤의 기본 동작인 오금(굴신), 어깻짓과 고갯짓을 바탕으로 봉산탈춤·양주별산대놀이·고성오광대 등의 춤사위를 활용해 한국적인 정서와 호흡을 작품에 녹여냈다.
<나무, 물고기, 달>은 모두가 주인공이자 앙상블이다. 국립창극단 서정금, 민은경, 이소연, 최호성, 조유아, 유태평양, 왕윤정, 김수인, 김우정 등 9명의 소리꾼은 때로는 해설자로, 때로는 배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어간다. 8명의 연주자 역시 단순한 반주 역할을 넘어 무대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연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도 준비돼 있다. 10월 4일에는 제작진이, 7일과 9일에는 출연 배우가 무대에 올라 제작 과정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