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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특집②] 21세기 디즈니 부활 알린 <겨울왕국>

글 | 안시은 | 그래픽 | 안시은 | 사진제공 | 소니 픽처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 영상제공 | 소니 픽처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2014-02-03 4,056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를 비롯한 O.S.T.로 국내 음원 차트 첫 외화 1위 수성, 각종 패러디물 등으로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한 <겨울왕국(원제 Frozen)>이다. <겨울왕국>은 불과 개봉 18일 만에 6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관객 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예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드림웍스와 픽사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합병한 후 <라푼젤>을 선보이면서 2D 시절 맞았던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1989~1999)를 막내린 이후 지켜오던 오랜 침묵을 깨기 시작할 조짐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왕국>으로 부활을 알렸다. <겨울왕국>은 월트 디즈니 생전 당시부터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색채를 담는 것에 대한 여러 어려움으로 수차례 무산되다 한참 만에 결실을 맺은 프로젝트다. 

악역이던 엘사의 캐릭터 변화, 남녀 사랑이야기와 키스라는 기존 디즈니 공식을 깬 자매 간의 우정, 디즈니 전성기 시절을 향유했던 30~40대 세대 등 흥행을 놓고 각종 분석들도 이어지고 있다.  제71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에도 후보로 올라있는 등 흥행과 작품성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고 있다. 구성의 치밀함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마법같은 음악으로 디즈니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한 <겨울왕국>의 주요 관람 포인트를 살펴본다. 




1.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 더빙 참여

디즈니의 더빙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는 해외 상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노래 더빙에서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원어 버전에서는 <렌트>와 <위키드>의 오리지널 배우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이디나 멘젤이 언니 엘사 더빙에 참여했다. 이 역할은 <위키드>의 엘파바 캐릭터와도 종종 비교되고 있는데 더빙에 참여한 이디나 멘젤의 <위키드> 이력까지 더해지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동생 안나 역은 미드 베로니카 마스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벨이 참여했다. 크리스틴 벨은 5살 때부터 꿈꿔왔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하기 위해 어린시절 <인어공주>를 보고 따라 부른 테이프까지 제출하는 열의를 보였다. 크리스토프 역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멜키어 역으로 토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조나단 그로프가 참여했고, <신데렐라>로 역시 토니상에 후보로 올랐던 산티노 폰타나가 한스 왕자 역할 더빙에 참여했다.

국내 더빙 버전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 더빙으로 참여했는데, 기존 디즈니 작품에서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이디나 멘젤과의 평행 이론처럼 엘사 역 노래는 현재 <위키드> 한국어 초연에서 엘파바 역할을 맡고 있는 박혜나가 참여했고, 크리스토프 역 노래는 <풍월주>, <오페라의 유령>의 정상윤이 불렀다. 크리스토프와 그가 끄는 순록 `스벤`의 목소리를 오가며 노래하는 점이 포인트다. 한스 왕자 역할은 <모차르트!>의 윤승욱이 참여했고, 안나의 어린 시절 노래는 아역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윤시영이 맡아 부녀가 함께 <겨울왕국>과 인연을 맺었다. 트롤 불다의 노래는 현재 <고스트>에 출연 중인 정영주가 참여해 개성을 입혔다. 

 

2. 뮤지컬 제작 확정

자사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도 제작해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톡톡히 실천해왔던 디즈니의 행보에 <겨울왕국>이 빠질 순 없는 일이다. 디즈니 스튜디오 CEO 겸 회장 밥 아이거는 미국 포춘(FORTUNE)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겨울왕국>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을 위한 초기 개발 단계에 있다.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최상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겨울왕국>의 뮤지컬 제작을 공식화했다. 

귀를 매혹시키는 숱한 명곡들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토리는 뮤지컬과 딱 맞아 떨어지는 요소들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뮤지컬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브로드웨이에서 히트 중인 <라이온 킹(The Lion King)>(1997)를 비롯해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1994),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2008) 등이 대표작이고 올해는 <알라딘(Aladdin)>이 새롭게 올려질 예정이다. 


3.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참여 

<겨울왕국>에는 김상진, 케빈 리, 유재현, 변동주, 최영재, 이현민, 장 리 등 많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참여한 작업에 주목해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다. 1995년 디즈니에 입사한 김상진은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로 20여년 간 <라푼젤>, <볼트>, <공주와 개구리>, <타잔> 등에 참여해왔다. <겨울왕국>에서는 엘사와 안나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인 왕과 왕비를 디자인했고 주연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다양한 얼굴 표정을 만들어냈다.

레이아웃 아티스트인 케빈 리는 캐릭터를 포함한 비주얼 구성 요소 등 전체적인 화면상 연출에 참여했다. 애니메이터인 최영재와 이현민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하는 작업을 맡았고, 장 리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아렌델 왕국의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유재현은 엘사가 숨겨왔던 능력이 드러나 성을 나온 이후 옷이 바뀌는 변신 장면과 올라프가 생기는 엘사 매직 등 얼음 마법 볼륨 효과를 총괄했다. 변동주는 강렬한 눈보라와 결빙 등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4. <라푼젤>, <주먹왕 랄프>의 콜라보와 쿠키 영상

<겨울왕국>에는 여러 깨알같은 재미 요소들이 담겨있는데 카메오와 쿠키 영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바로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작은 재미를 뜻하는 ‘이스터 에그’인데 <라푼젤>과 <주먹왕 랄프>의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이들 작품과 <겨울왕국>의 만남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1)엘사의 여왕 대관식 날 안나가 성문 밖에 나서는 장면에서 <라푼젤>의 주인공인 라푼젤과 유진이 뒷모습으로나마 하객으로 참여했다. 2)안나가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를 부를 때 보이는 식탁 위에 놓인 초콜릿 접시에는 <주먹왕 랄프>의 슈가 러쉬가 놓여있다. 3)안나가 소파 위로 뛰어오르며 흉내 내는 그림은 <라푼젤>에도 등장했던  ‘장 오로네 프라고나르’의 작품인 ‘그네’를 모티브로 한 것과 같은 것이다. 4)안나가 추위를 피하려고 들어선 상점 안에는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가 깜찍한 모습으로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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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는 쿠키 영상과 진지해서 더 재밌는 디즈니의 공식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쿠키 영상에서는 안나 일행의 여정을 방해하는 얼음 몬스터 ‘마시멜로’가 등장한다. 크리스토프가 모든 남자들은 코딱지를 파먹는다고 말한 것을 놓고 디즈니는 영화 내용 중 ‘크리스토프’가 모든 남자들은 코딱지를 파먹는다고 말한 것은 ‘크리스토프 본인의 의견일 뿐, 디즈니 스튜디오나 제작진의 의견이 아닙니다.”라고 밝히는 센스를 더했다. 

5. 매혹적인 O.S.T. 

최근 상당수의 뮤지컬 영화는 노래로 대사를 전달하는 특유의 낯선 방식으로 <시카고>, <맘마미아>, <드림걸즈> 정도를 제외하면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휴 잭맨, 러셀 크로,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 등이 참여해 크게 흥행했던 2012년작 <레미제라블>은 최근 관객들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주었다. 여기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노래들로 채워진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영광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큰 사랑을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특징은 뮤지컬을 떠올리게 하는 O.S.T.였다. <겨울왕국>의 노래는 80인조 대규모 오케스트라 협연이 더해 풍성한 사운드를 입혀 귀를 사로잡고 있다. <애비뉴 Q> 등의 뮤지컬에 참여하며 토니상, 에미상, 그래미상 등을 수상했던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작곡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프 벡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아 탄생된 ‘Let it go’,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의 곡들은 각종 기록을 쓰고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는 3주간 1위를 지키고 있던 비욘세의 신보를 제치고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O.S.T로는 <라리온 킹>과 <포카혼타스> 이후 19년 만의 기록이다. 이런 열풍은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작곡가 알란 맨켄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맨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역대 애니메이션, 외화 및 팝송을 통틀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수상은 놓쳤지만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3월 2일(현지 시각)에 열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주제가상 후보로 올라있다.


6. 실제 답사 통한 사실적인 배경과 캐릭터 구현

<겨울왕국>은 실제 자연 환경을 답사하고 촬영해 사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모태가 된 <눈의 여왕>이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배경인 것에 착안해 마이크 지아이모 예술감독이 이끈 팀은 하얀 설원으로 뒤덮힌 드넓은 산맥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피오르드 협곡이 펼쳐진 노르웨이에서 아렌델 왕국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곳의 건축물과 문화, 신화도 연구하는 노력이 더해졌다.

캐나다 퀘벡에서는 50만톤 얼음 궁전을 체험했다. 실제 눈보라를 촬영한 후 눈과 얼음 결정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혀냈다. 2천 여개의 눈송이는 기상전문가의 전문가와 과학자들로부터는 분자구조에서 눈송이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배워 탄생되었다. 크리스 벅 감독은 “<겨울왕국> 기획 초반부터 눈의 모양과 질감 등을 완벽하게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수많은 리서치와 시도 끝에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정말 아름다운 눈을 만들 수 있었어요.”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 순록을 데려와 움직임과 버릇을 관찰해 순록인 스벤의 캐리커처에 반영했고, 눈사람 올라프는 ‘처음 눈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란 질문에서 출발해 만들어졌다. 엘사와 안나 자매의 어린 시절 사랑으로 만들어진 모양인 만큼 순수한 생각과 행복했던 마음이 담겼다. 세 덩이의 눈과 주황색 당근 코, 나뭇가지 손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7. 보너스 단편 <말을 잡아라>

<겨울왕국>이 시작 되기 전 디즈니의 단편 영화 <말을 잡아라>를 만날 수 있다. <말을 잡아라>는 흑백과 컬러, 2D와 3D를 넘나드는데 디즈니 스튜디오의 첫 애니메이션 단편인 미키마우스 시리즈를 향한 존경이 담긴 작품이다. <말을 잡아라>는 1995년 아카데미 후보작에 오른 <런어웨이 브레인>이후 디즈니가 20여 년 만에 내놓은 새 단편으로 제86회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말을 잡아라>는 미키 마우스의 목소리로 월트 디즈니의 목소리를 입혔는데 그의 사후 58년 만에 목소리 연기를 복원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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