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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에드거 앨런 포> 편 with 정동하, 정상윤 (1)-1

글 | 안시은 기자 | 영상 | 안시은 기자 | 스테이션아이디제작 | 카피카피룸룸 | 공연영상제공 | SMG 2017-12-15 8,667
코멘터리| 공연 실황과 배우들을 통해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

더뮤픽 코멘터리 네번째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2016년 초연한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살았던 암울한 인생과 그가 문학사에 남긴 족적은 작곡가 에릭 울프슨에게 영감을 주었고, 대본과 음악으로 완성된 것이 <에드거 앨런 포>의 시작이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와 그리스월드 등 상반된 두 인물이 보여주는 구도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그래서 재연에 합류하여 작품과 어우러지는 힘있는 가창력을 보여주는 정동하(에드거 앨런 포 역)와 초연부터 인상적인 연기와 캐릭터 해석으로 사랑받고 있는 정상윤(그리스월드 역) 등 두 배우가 <에드거 앨런 포> 코멘터리에 함께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코멘터리는 기사와 영상을 통해 1, 2편으로 나누어 차례로 싣습니다. 


달님의 시간 #표현의_어려움



상윤 ‘달님의 시간’은 오버추어가 끝난 뒤 이어지는 곡입니다. 자장가 같죠. 
동하 이 곡에서 (포의 엄마인) 엘리자베스가 짧고 굵게 나오죠. 
상윤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동하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끼는 걸 표현하고 싶은데 어려워요. 
상윤 회가 거듭되면 깊어지지 않을까요? 

동하 <에드거 앨런 포>는 특히 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상윤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배우가 무대에서 표현할 것들이 다양하고 많은 작품이에요. 
동하 그렇게 나온, 대본에 없는,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아요. 


매의 날개 #극강의_고음 #손짓의_노하우 #정상윤선배



동하 (시간 순으로 볼 때 ‘매의 날개’ 앞 부분부터) 현재 시점에서 첫 장면이죠.
상윤 (포가) 가장 생기넘치는 장면일텐데, 포가 생기넘친다는 건 흔히 생각하는 느낌과 다를 거예요. 
동하 생기넘쳐야 한다고 해서 많이 고민했는데, 그렇다고 꼭 발랄해야 하는 필요는 없는 거죠. 
상윤 그렇죠. 포가 ‘생기’넘치는 모습에 대한 의미가 다양해서 더 좋아요. 

동하 이 장면에서는 중독이 심하지 않지만, 후에 알콜 중독에 깊이 빠져요. 포는 작품을 써나가는데 도움받을 정도 만큼 알콜을 섭취하는데, 그게 포의 감성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어둡기도 하고요. 
상윤 나중에 약물에 중독되고, 술에 취해 정신이 피폐해져서 기괴하거나 어두운 작품이 나온다 해도 오히려 그때가 포에게는 더 생기넘칠 수도 있는 거죠. 

동하 ‘매의 날개’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곡 중 하나인데, 많은 배우들이 이 노래를 부르다가 숨이 넘어갔다고 할 정도예요. 
상윤 극강의 고음이죠.
동하 처음에 많이 놀랐어요. 보통 뮤지컬에서 나오는 음역대가 아니거든요. ‘이 곡으로 뮤지컬을 한단 말이야? (소화하는) 배우가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상윤 (동하) 형이 리허설할 때 “노래할 때 힘든 곡은 거의 없다고 노래에서 후달리는? 그런 곡이 거의 없는데” 
동하 (대부분 곡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 있거든요. 그런데 이 곡은 감성을 표현하기 힘든 부분에서 고음까지 나와요.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반면에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 영역에서 노래하다 보니 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상윤 어떻게 보면 꾸밈이 없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동하 꾸밀 여유도 없고요. ‘매의 날개’는 표현하기가 쉬우면서도 깊이 들어가면 굉장히 어려운 곡인 것 같아요. 

동하 배우 몇 년 차 정도 되면 손짓이 자연스러워지나요?
상윤 제스처는 늘 어려운 부분이에요. 뮤지컬이니까 넘버를 부르면서 하는 제스처는 약속을 정하기도 해요. 오히려 대사할 때 손짓이 더 어려워요. 
동하 손짓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평소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손짓이 나오는 것처럼 편하게 나와서 하는 걸 따라가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 ‘이 손이 여기에 왜 있지?’ 할 때도 있어요. 
상윤 아무래도 무대에서 가만히 있기도 어색하니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상윤 우리 앙상블 배우 분들도 훌륭한데요. 
동하 ‘보이나요’ 라는 가사를 하고 뒤로 이동할 때 저도 모르게 팔을 확 펼쳐요. 그러다가 뒤에 있는 배우를 살짝 치게된 적이 몇 번 있어서 항상 주의하려고 해요. 

동하 이 노래 가사 중에 ‘천상의 성배’가 있는데 우스갯 소리로 ‘정상윤 선배’로 들릴 때가 있어요. 
상윤 초연 때 어디선가 누가 제 이름을 자꾸 부르는 거예요.
동하 그래서 힘들어요. ‘정상윤 선배’랑 ‘천상의 성배’랑 헷갈리기도 하거든요. 
상윤 생각하고 들으면 정말 ‘정상윤 선배’로 들리긴 하더라고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내레이션 #앙상블 #박자와_대사전달

 

동하 포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장면이죠. 에드거 앨런 포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거의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잖아요.
상윤 그 이후에 수많은 작가들이 영향을 받았죠. 저는 이 노래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앙상블이 주요 멜로디와 노래를 부르고, 에드거 앨런 포는 대사로 하잖아요. 
동하 변사 느낌이죠.(웃음)
상윤 그래서 더 특이하고 매력있는 것 같아요. 
동하 노래 중에 내레이션을 많이 해본 적은 없는데, 하면서 박자 안에 내레이션을 맞추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상윤 이 노래 박자가 조금 독특하기도 하죠?
동하 리듬 잘못 타면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곡이에요. 

동하 앙상블 배우들이 짧은 대사지만 하나씩 하잖아요. 발음을 쉽게 소화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렇게 어렵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 해봤더니 압박감을 받은 상태에서 ‘다들 읽어봐!’ 하는 거니까 쉽지 않았어요. 
상윤 라인에 딱 맞게 들어가야 하고 대사 전달도 정확해야 하거든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란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현하고 읽어주는 거라서 귀에 잘 들려야 해요.
동하 대사 전달이 정말 중요하죠. 음악도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있는 곡이라 내용이 잘 전달이 되어야 하죠. 


첫 대면 #오랑우탄 #그리스월드의_진심은? #영입전



동하 (노래 전 등장하는, 임)춘길 형님의 오랑우탄 연기는 아마 국내 최고지 않을까 해요. 
상윤 그렇죠. 오랑우탄의 느낌이 초연과는 또 달라서 저도 처음에 보고 신선했어요.
동하 오랑우탄을 보면서 디테일을 찾으셨을 것 같아요. 

동하 그리스월드는 작품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상윤 에드거 앨런 포와 대립하는 인물이죠. 목사이고 시인이자 평론가. 그 시대의 대단한 권력자죠.

동하 사람들에게 정말 축복을 빌어주고 선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상윤 그렇죠.
동하 그러면 그리스월드는 진심으로 이 장면에서는 착한 사람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
상윤 그건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군중들과 함께 있을 때는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있죠.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동하 조금 뒷 부분에서 (포가) “얼마나 주실 건데요? 뇌물을 나한테 주실 거 아니냐” 라고 할 때는 어떤 감정인가요? (그리스월드가) “성직자입니다” 하고 피식 웃잖아요. 저는 그리스월드가 그 전부터 누군가에게 뇌물을 주고 비평을 요구하거나, 좋은 글을 써주고 뇌물을 받거나 했는지가 궁금해요. 포가 생사람을 잡는 건지, 아니면 심증이 있어서 말하는 건지 해서요. 
상윤 포가 새롭게 등장하잖아요. 그리스월드는 ‘어? 이 친구 괜찮은데?’라고 얘기하죠. 그동안 달라보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다 그리스월드 밑에 서게 했거든요. 포를 처음 만났을 때 “또다른 비평을 한 번 더 부탁드리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잘하게 도와줄 네니까 내 밑에 꿇어라”는 얘길 해요. 
동하 스카우트 하러 오는 거네요. 
상윤 그런 느낌이죠. 그렇게 했는데 돈을 달라고 하니까 ‘어라?’ 하게 되죠. 
동하 반대로 포는 너무 화가 나죠. 무시당하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상윤 그래서 둘이 신경전을 펼쳐요. 서로 누구냐고 하고, 들어본 적 없다고 하고. 여기서 어쩌면 포가 그리스월드에게 한 방 더 먹인 거죠. 

동하 에드거 앨런 포는 그리스월드와 계속 엇갈리는 운명 같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대립 구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거예요. 
상윤 그렇죠. 그리스월드도 제안하러 온 거고요. 
동하 그리스월드는 작품에서 에드거 앨런 포를 죽이는데, 그건 오버지만 반대로 에드거 앨런 포도 잘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윤 그렇죠. 자기 정신 세계가 너무 강해서 엄두가 안 나는 거죠. 늘 알던 사람들하고만 얘기하고, 사귀고. 실제 추도사에도 있는 말이지만 친구가 정말 없었고, 정신적으로 복잡한 인물이니까 그리스월드와는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리스월드 생각에는 너무 일찍 나온 예술가인 거죠. 그래서 막으려 한 거고. 
동하 잘나고 뛰어난 후배인데 내 마음에 안 드는 후배인 거죠? 
상윤 ‘까마귀’로 인정은 하지만 ‘아직은 이 시대에서는 안 된다.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눈뜨고 있는 한 너의 존재는 묻혀야 하고, 내가 그걸 막을 것이다’라는 마음인 거죠. 초연 때는 제가 포를 직접 죽이지 않았어요. 무대 예술이니까 포의 죽음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기 위해 살짝 건들긴 하는데, 그런 장면이 이번 재연에 추가됐죠. 



<에드거 앨런 포> (1)-2편 보기 https://www.themusical.co.kr/Pick/Detail?enc_num=HEDhDevl3c33vN3Rte%2BpkA%3D%3D

*기사 본문이 길어 (1)편을 나누어 전합니다. (2)편은 다음주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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